월간 <디자인> 2018년 4월호
금싸라기 땅값을 자랑하는 긴자 한복판에 쌀집이 있다면 믿어질까? 럭셔리 부티크가 넘쳐나는 긴자에 실제로 쌀집이 있다. 아코메야는 일본 각지의 쌀을 엄선해 원하는 대로 정미해서 판매하는 본격적인 쌀집이자, 쌀이 주연이 되는 밥상을 위한 식재료를 비롯해 식도락을 위한 그릇과 액세서리, 욕실용품까지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 숍이기도 하다.
일본어로 쌀집인 ‘코메야’에 영어로 ‘하나’를 뜻하는 관사이자 부정의 접두어 ‘A’를 붙인 아코메야Akomeya는 ‘하나의 쌀집’이기도 하면서 ‘쌀집이 아닌 집’도 되는 재미있는 이름이다.
아코메야의 운영사인 사자비 리그Sazaby League는 스타벅스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기 훨씬 이전인 1995년에 이미 일본에 스타벅스를 조인트 벤처로 들여오기도 했고, 론 허먼Ron Herman, 캠퍼, 플라잉 타이거 코펜하겐, 셰이크 쉑 버거 등 패션과 리빙, F&B를 아우르는 글로벌 브랜드를 일본에 소개해온 거물이다. 이뿐 아니라 40년 된 출판사 창고를 개조한 감각적인 편집숍 라 카구La Kagu를 비롯해 카페 겸 리빙 숍 애프터눈 티 티룸Afternoon Tea Tearoom 등 일본의 로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역시 다수 거느리고 있는 사자비 리그는 2013년 3월, 도쿄 긴자에 아코메야를 처음 선보이며 쌀을 다시 한번 쿨하게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일본 각지에서 생산하는 여러 품종 가운데 엄선한 쌀을 현미부터 백미에 이르는 5단계 도정 중 선택할 수 있고, 5종, 7종, 10종의 쌀을 작은 사이즈로 포장한 샘플러 패키지를 테스트해보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쌀을 고를 수도 있다. 또한 쌀 구매자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된장이나 간장, 소금 같은 식품부터 야채와 생선 절임까지, 그리고 이런 식재료로 요리하는 데 필요한 조리 도구와 우아한 상차림을 위한 장인이 만든 식기, 식사 후 차를 내는 다기에 이르기까지 맛 좋고 멋 좋은 한 끼를 위한 모든 것을 한곳에서 구매할 수 있는 원스톱 쇼핑의 공간인 셈이다.
일본의 유명 상품인 이마바리 타월을 비롯해 욕실용품까지 구비한 아코메야가 취급하는 상품은 6000여 가지에 이른다. 이런 이유로 아코메야는 일본인을 비롯해 쌀 소비권 국가의 여행객은 물론 일본 특유의 문화적 상품을 찾는 서양 관광객에게도 인기가 높다. 아코메야는 긴자 본점의 성공에 이어 2017년 3월과 9월에 신주쿠의 쇼핑몰인 뉴우먼NEWoMan과 도쿄에서 멀지 않은 사이타마현 오미야의 복합 쇼핑몰 루미네Lumine에 각각 분점을 내기도 했다. 긴자 본점에서는 ‘아코메야 주방’이라는 레스토랑도 운영하는데, 이곳에서는 매달 바뀌는 쌀과 매장에서 판매하는 식재료를 중심으로 한 메뉴를 제공하며 고품질의 사케도 맛볼 수 있다.
글: 김은아 기자 ⓒ월간 <디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