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달글 Apr 01. 2021

[곡식]먼플리 9월 — Rain


글쓰기에는 어떤 재능이나 욕심도 없지만, 아직까지도 디제이가 되는 것이 장래희망인 리스너로서 좋아하는 노래들을 소개하는 글은 기꺼이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보다 더 좋은 음악을 많이 알고, 더 잘소개해줄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저 취미생활을 주변에 공유한다는 마음으로 한달에 10곡 + 사심을 담은 한두곡을 담아 정규앨범 한장 정도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보려한다.


매체는 공유하기 가장 편한 유튜브로 하려는데 아무래도 유튜브는 정식 음원이 아닌 경우가 많아 음질도 들쑥날쑥하고 언제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라이브버전을 제외하고는 음원서비스를 이용해 듣기를 권장한다. 유튜브 영상은 재생목록을 미리 만들어 놓았으니 이어 듣기에 조금은 수월하리라 기대한다.

재생목록 :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3PLdQhvAo-nuNobUH6fkQ7Ihw_uydzj9


이번 여름은 비가 지긋지긋하게도 많이 내렸다. 장마는 관측이래 최장기록을 갈아치웠고, 장마가 끝나나 싶더니 태풍이 온다는 소식이 한 주가 멀다하고 들려오고있다. 현실에서는 코로나와 함께 모두를 힘들게만 한 비였지만 음악에서나마 빗속의 낭만을 찾아보자.



1.신중현 — 빗속의 여인

https://www.youtube.com/watch?v=lL-1rZJW1bM&list=PL3PLdQhvAo-nuNobUH6fkQ7Ihw_uydzj9&index=1

신중현과 애드 훠(Add 4). 1964년 곡이다. 비틀즈나 신중현처럼 반세기 혹은 그보다 더 이전의 가요들을 듣다보면 아주 단순하면서도 좋은 멜로디가 많은데 이제는 그런멜로디가 고갈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복잡하면서 좋은 화음, 신선한 리듬감으로 승부를 보는 요즘 음악도 좋아하지만 이렇게 정직하게 좋은 노래들의 힘이 고플때가 있기 마련이다. 특히 “잊지못할 빗속의 여인 그 여인을 잊지못하네” 라는 가사는 A-B : B-A식이라서 곱씹어보면 좀 어색하지만 어찌됐든 한번 들으면 정말 잊지못하게 된다.


2. 유앤미 블루 — 비와 당신

https://www.youtube.com/watch?v=bfF8nyyNyd4&list=PL3PLdQhvAo-nuNobUH6fkQ7Ihw_uydzj9&index=2

영화 라디오스타의 주제가이자 영화 내내 울려퍼지며 이야기를 이끄는 노래. 영화 ost이다 보니 원곡자인 방준석이 이승열과 함께 유앤미 블루의 이름으로 부른게 뒤늦은 커버곡이 되어버렸다. 정작 비에관한 가사는 아닌데, 또렷하지만 물먹은듯한 예쁜 전자기타톤부터 담담한 지친듯 담담한 드럼과 베이스, 처량한 이승열의 목소리까지 비와 당신이라는 제목이 너무나 적절하다.


3. 이적 — Rain

https://www.youtube.com/watch?v=LkQgQSGeMbQ&list=PL3PLdQhvAo-nuNobUH6fkQ7Ihw_uydzj9&index=3


아마 많은 사람들이 비에 관한 노래라고 했을 때 이 노래를 먼저 떠올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워낙 유명한 노래기도 하고 이적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할 이야기들이 많을것 같으므로 길게 쓰지는 않으려 한다.


4.패닉 — 태풍

https://www.youtube.com/watch?v=HSb1sD8jStY&list=PL3PLdQhvAo-nuNobUH6fkQ7Ihw_uydzj9&index=4


넘버링은 4번 트랙이지만 앞 곡과 가수가 중복되기에 이를테면 앞에 써 놓았던 히든트랙의 몫으로 사심을 담아 추가했다. 앞 곡의 비는 미련이나 그리움의 소재였다면 이 곡은 현재 닥친 위기상황으로 표현된다. 두 곡 모두 음악으로 그림을 그리듯 묘사가 잘 되었다고 생각해서 연달아 들으면 한 화가가 같은 소재로 전혀 다른 그림을 그려 전시해놓은 느낌이라 재미있게 들을 수 있다.
이 곡은 패닉의 마지막 앨범인 4집 수록곡인데, 패닉의 앨범 중 첫번째로 꼽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나는 이 앨범으로 패닉을 알게 되었고(곡 단위로는 달팽이가 먼저이긴 할 테지만), 앨범단위로 가장 많이 들었기 때문에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 앨범전체를 들어보는것도 아주 좋을 것이다. 사족으로 Painc 04 앨범의 가장 유명한 곡은 아마 버스커버스커가 커버한 정류장일텐데 나는 원곡버전을 먼저 들어서 그런지 커버 버전의 경쾌함과 로맨틱한 분위기가 적응이 안된다.


5.김현식 — 비처럼 음악처럼

https://www.youtube.com/watch?v=cwVN0qGUQ0U&list=PL3PLdQhvAo-nuNobUH6fkQ7Ihw_uydzj9&index=5


한국사람이 비에 대한 노래 이야기를 하는데 이 곡이 빼놓는 것은 용납이 안된다. 노래방을 갈 때마다 이 곡을 부르곤 하는데, 김현식의 보컬 스타일을 더듬더듬 따라가면서 부르다보면 울적하면서도 후련한 맛이 있다. 듣기에도 너무 아름다운 곡이지만 이 곡을 좋아한다면 노래방에서 불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6.에픽하이(feat. 김종완 of Nell) — Let It Rain

https://www.youtube.com/watch?v=Yn9ow96q68s&list=PL3PLdQhvAo-nuNobUH6fkQ7Ihw_uydzj9&index=6


이적의 Rain처럼 비 하면 에픽하이(혹은 윤하)의 우산이 떠오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학창시절 음악 좀 듣는다는 아이들이 에픽하이를 들을 때 나는 서태지와 (덕질에서 비롯된)일본음악, 약간의 국내외 락음악에 빠져있어서 국내+메이저+힙합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요즘은 에픽하이 노래도 정말 좋아하게 되었다는게 조금은 어른스러워졌다는 증거일까. 이 노래는 수능 끝나고 였는지 스무살 방학때였는지 한참 PC방을 많이 다닐 때 칸으로 막혀 보이지 않는 앞자리 사람이 틀어놓은 것을 처음 들었었다. 칸막이를 넘어 듣다보니 랩은 잘 안들리고 김종완의 목소리만 들려서 넬 음악은 많이 들었는데 내가 모르는 넬 노래가 있었나 의아해하면서 mp3의 넬 폴더를 뒤적여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몇년 뒤 어떻게 알게됐는지도 기억이 안나지만 우연히 노래 제목과 에픽하이의 노래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묻어놓고 잊고있던 보물을 발견한듯 기뻤다. 공교롭게도 노래 제목인 Let It Rain은 고등학교때 무척 많이 들었던 넬의 3집앨범 제목과 같다. 실제로 절친이라고 하는 타블로와 김종완의 조합은 에픽하이의 2014년 신발장 앨범에서 AMOR FATI라는 곡에서 이어지는데, 이 곡도 좋으니 들어보길 바란다.


7. 비 — It’s Raining

https://www.youtube.com/watch?v=nueYr7Yx8CU&list=PL3PLdQhvAo-nuNobUH6fkQ7Ihw_uydzj9&index=7

가수 이름이 ‘비’인데 노래제목은 It’s Raining이다. 이 노래만큼 지금 주제에 알맞는 선곡이 어디 있으랴. 비의 최전성기 노래이니만큼 설명이 필요없을듯 하다. 한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개인적으로 쫀쫀한 보컬을 가진 댄스가수를 선호하는데, 이 쫀쫀함이라는게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음악에 감칠맛을 살려준다. 이게 너무 없으면 음악의 맛이 안살고 과하면 쫀쫀함이 아니라 뽕끼가 돼버릴수가 있는데 마이클잭슨의 노래가 이 분야 최고봉이라고 할수있겠다. 선곡을 위해 다시 듣다보니 저 시절의 비도 그에 버금가는 쫀쫀함이 있다고 생각이 든다. 아쉬운 점이라면 “jyp”가 요즘 스타일로 안나온다는것이다. 저렇게 mc 형태로 나오는게 아니라 인트로 중에 제와피 하고 쉭 지나가야되는데…


8.X Japan — Endless Rain

https://www.youtube.com/watch?v=7rwJIeN1M7o&list=PL3PLdQhvAo-nuNobUH6fkQ7Ihw_uydzj9&index=8


진부한 선곡일 수 있지만 정말 끊임없이 비가 내리는 장마를 겪다보니 이 곡이 생각나게된다. 학창시절에 친구의 pmp에 x의 마지막 콘서트 영상을 넣어서 같이 보곤 했었다. 그 당시에도 x는 해체한지 10년도 넘은 과거의 뮤지션이었고, 지금은 더욱 과거가 되었지만 명곡의 빛은 바래지 않고 10여년 전의, 어찌보면 그보다 10여년 전의 감성을 그대로 불러일으킨다. 다시들으니 코러스가 비와 당신과 닮은듯 하다.


9.Travis — Why Does It Always Rain On Me

https://www.youtube.com/watch?v=8R9Ebs3QlPc&list=PL3PLdQhvAo-nuNobUH6fkQ7Ihw_uydzj9&index=9


나에게 락페에 대한 꿈과 환상을 키워준 노래. 고등학교시절 마찬가지로 친구 pmp에다 락페스티벌 영상을 넣고 야자시간 전에 주구장창 보곤 했었다 특히 08 펜타포트는 하도 많이 봐서 크라잉넛 공연중에 인간서핑하다 침몰하는 사람얼굴을 기억할 정도였다. 그 08 펜타포트에서도 최고의 순간은 트래비스가 끝곡으로 이 노래를 시작하면서 폭우가 쏟아지는 순간이다. 사람들은 환희에 차 떼창하면서 방방뛰고 그 광경을 동영상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찰정도였다. 사실 공연실황 영상이 방송된건 그 이후의 일이고 나는 그 당일날 라디오로 현장중계를 듣고있었는데(당시에는 라디오 중계도 하고 이후에 sbs에서였나 특집 실황 녹화 방송도 해줬다!) 당시 진행자였던 김태훈씨가 공연장에 지진이 난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한 것을 아직까지도 기억하고있다. 기억이 너무 많아 잡설이 길어지니 각설하고, 이 시기에 락페 실황을 통해 접했던 밴드들이 내 환상의 밴드가 되었고, 결국 트래비스는 2014년도에 펜타포트에서 직접봤는데 그 날도 끝내주는 빗속의 공연이었다. 그 친구랑은 어떻게 됐냐고? 대학가자마자 우리는 그 해 가장 빠른 락페 티켓을 샀고, 지금 그는 일렉페 처돌이가 됐다…


10. Prince — Purple Rain

https://www.youtube.com/watch?v=lElCzhjiPX8&list=PL3PLdQhvAo-nuNobUH6fkQ7Ihw_uydzj9&index=10


언젠가 태어날 날을 입력하면 그날의 빌보드 1위 곡을 알려주는 사이트가 있어서 나도 한번 해봤는데 내가 태어난 날의 1위 곡은 프린스의 cream이었다. ‘마이클잭슨도 그 음악적 재능을 부러워했던 라이벌’이라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당시 프린스의 인기를 체감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그때도 지금도 프린스의 노래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비오는 날 뭔가 감성이 무르익으면 이 노래를 찾아듣게된다. 동영상은 2007 슈퍼볼 하프타임쇼 영상인데, 곡 제목에 걸맞게 보라색 무대위로 폭우가 쏟아져 내리고 기타를 든 거인의 실루엣이 존재 자체로 무대를 가득 채우는 모습이 압권이다. 여담으로 퍼플레인은 kbs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 탑밴드에서 로맨틱펀치가 커버한 것을 보고 처음 듣게되었는데, 당시에는 정말 좋게 들었지만 이 영상을 보고는 솔직히 너무 비교돼서 커버 버전을 볼 수가 없다.


11.부활 — 가능성

https://www.youtube.com/watch?v=Px1e4Jf6d94&list=PL3PLdQhvAo-nuNobUH6fkQ7Ihw_uydzj9&index=11


꽤 오래전 곡이지만 듣게된건 최근이다. 몇달전 금요일 퇴근길에 부활 음악을 랜덤재생하다가 우연히 들었는데 너무 좋아서 몇번이고 반복해서 들었다. 부활의 곡은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지 모르겠지만 마디의 시작이나 맺음에 예상하기 힘든 멜로디 진행이 매력적이다. 부활은 특히 비에 관한 좋은 곡들이 많은데, 마찬가지로 다음 마디의 키를 좀처럼 알수없던 소나기나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라는 가사로 유명하고 이승철보다 김태원의 걸걸한 보컬이 인상적인 비와 당신의 이야기같은 노래들이 있다.


12.산울림 — 소낙비

https://www.youtube.com/watch?v=VS80ygzLRws&list=PL3PLdQhvAo-nuNobUH6fkQ7Ihw_uydzj9&index=12


한국의 선구자적 헤비메탈 밴드이자 원조 개러지 록 밴드 산울림의 9집 수록곡. 산울림의 노래는 들을때마다 재미있고 좋은 곡들이 튀어나와서 팬심을 좀 보태서 이 글의 제목을 먼플리가 아니라 이 달의 산울림으로 해도 괜찮을 정도다. 심지어 데뷔 후 짧은 시간에 엄청난 다작으로 77년 데뷔에 정규 9집이 83년작이다. 이 곡은 보통 사람들이 알고있는 산울림과는 조금 다른 헤비메탈 사운드와 스크리밍(?)이 등장한다. 가사도 재미있는데, 이런 식의 가사와 음악 스타일은 13집의 ‘fax 잘 받았습니다’로 이어진다. 보컬은 김창훈이 맡있는데, 3집의 내 마음(내 마음은 황무지)이라는 곡에서도 맹활약한다. 조금 어설픈 구석이 있어도 그게 또 매력인게 산울림이다. 9집은 ‘개러지 록’스러운 트랙이 많은데, 특히 쉬운일 아니예요 같은 노래는 리버틴스가 떠오를 정도다. 비와 관련한 산울림 노래는 비처럼 음악처럼만큼 감성적인 ‘그대 떠나는 날 비는 오는가’도 있다.


이외에도 류이치사카모토의 rain이나 “broken heart, make it rain” 무한반복하는 라디오헤드 identikit이나 the pillows의 雨上がりに見た幻, 선우정아의 비온다 도 떠오르지만 이미 주변 곡들로 해서 꽤 많이 소개했는데 분량이 이보다 더 길어지면 읽는 이도 소화가 되지 않겠다 싶어 넣지 않았다. 더 듣고 싶은 사람이라면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물론 댓글로 다른 노래들을 추천하는것도 적극 환영한다.


작가의 이전글 [Parapluie] 시시하고 꼬순내나는 행복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