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21일, 가장 친한 친구가 결혼을 했다. 당일날 아침까지도 친구의 결혼식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친구 커플이 10년동안 사귄 시간을 보아와서 인지도 모르겠다. 작년에 친구가 축사를 부탁했다. 처음 축사를 부탁받았을 땐 마치 프로포즈를 받은 기분이 들었다. 우린 분명 좋은 친구 사이였지만 나는 정말 좋은 친구였나 되돌아 보게 됐다.
나는 적당한 친밀감은 줄 수 있지만 깊은 마음을 주고 받고를 반복하기까지 오래 걸리는 사람이다. 사람을 좋아하고 믿는 편이지만 사람에게 기대를 갖지 않아, 실망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이 친구에게는 그러지 못할 거 같다. 그만큼 소중하다. 워낙 혼자있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기에 이 친구가 더 소중했다. 15년이란 시간 동안 기복없이 조금씩 단단한 우정을 만들어 왔으니까 말이다. 아무말 하지 않고도 서로의 곁에 끝까지 머물러 준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일까. 이번 축사 이후 우리의 우정은 더 끈끈해 질 거 같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가장 예쁜 신부의 친구입니다. 많은 분들 앞에서 서서 정말 떨리지만 소중한 친구의 축사를 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안녕. 15년 전 중학교 복도에서 너를 만났던 때가 떠올라. 이상한 똑단발에 하얀 안경을 쓴 아이와 웃으면서 인사했지. 그게 너와의 첫 기억이야. 아직도 이 장면이 생생한데 그땐 알았을까. 지금 우리가 이렇게 마주보고 결혼을 축하해 주고 있을지 말이야.
너는 항상 밝고 따뜻함을 전해주는 친구였어. 남들한테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도 너에겐 말할 수 있었고 기댈 수 있었어. 언제나 힘들 때 혼자만의 시간을 지나고 나면, 너에게 제일 먼저 연락했지. 덕분에 나도 그런 친구가 되려고 노력했어. 정말 고마워
오빠는 참 다정하다는 생각이 들어. 10년 전, 우리에게 오빠를 처음 소개시켜준 날부터, 1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00를 사랑해주는게 느껴져요. 항상 고맙습니다. 앞으로 남은 날 00이를 잘 부탁해요.
00아, 항상 무엇이든 스스로 잘 해내는 너를 보며 자랑스럽고 대견했지만, 힘든일이 있을 때 혼자 해결하고 견뎌냈을 너를 생각하면 참 마음이 안쓰러웠어. 하지만 너의 20대에 다정하고 좋은, 00이라는 사람이 있어서 가슴 깊이 다행이야. 이 결혼식이 너와 00이 오빠의 새로운 시작이 시작되겠지만 그 길 중간에 언제나 곁에 있어주는 친구가 될게.
여기 방문해주신 어른분들 보다 산 날은 많지 않지만, 인생은 오늘처럼 기쁘고 행복한 날보다 거칠고 무료한 날들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일상을 함께 할 동반자를 만난다는 건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이인 거 같아요. 서로의 낮과 밤 그리고 새벽에 함께 하길 바라면서 오늘 축사를 마무리 짓겠습니다. 온 우주의 사랑을 담아 결혼을 축하한다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