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기억조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위 May 21. 2023

15년지기 친구의 축사를 하고 왔다.

  2023년 5월 21일, 가장 친한 친구가 결혼을 했다. 당일날 아침까지도 친구의 결혼식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친구 커플이 10년동안 사귄 시간을 보아와서 인지도 모르겠다. 작년에 친구가 축사를 부탁했다. 처음 축사를 부탁받았을 땐 마치 프로포즈를 받은 기분이 들었다. 우린 분명 좋은 친구 사이였지만 나는 정말 좋은 친구였나 되돌아 보게 됐다.


  나는 적당한 친밀감은 줄 수 있지만 깊은 마음을 주고 받고를 반복하기까지 오래 걸리는 사람이다. 사람을 좋아하고 믿는 편이지만 사람에게 기대를 갖지 않아, 실망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이 친구에게는 그러지 못할 거 같다. 그만큼 소중하다. 워낙 혼자있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기에 이 친구가 더 소중했다. 15년이란 시간 동안 기복없이 조금씩 단단한 우정을 만들어 왔으니까 말이다. 아무말 하지 않고도 서로의 곁에 끝까지 머물러 준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일까. 이번 축사 이후 우리의 우정은 더 끈끈해 질 거 같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가장 예쁜 신부의 친구입니다. 많은 분들 앞에서 서서 정말 떨리지만 소중한 친구의 축사를 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안녕. 15년 전 중학교 복도에서 너를 만났던 때가 떠올라. 이상한 똑단발에 하얀 안경을 쓴 아이와 웃으면서 인사했지. 그게 너와의 첫 기억이야. 아직도 이 장면이 생생한데 그땐 알았을까. 지금 우리가 이렇게 마주보고 결혼을 축하해 주고 있을지 말이야.


너는 항상 밝고 따뜻함을 전해주는 친구였어. 남들한테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도 너에겐 말할 수 있었고 기댈 수 있었어. 언제나 힘들 때 혼자만의 시간을 지나고 나면, 너에게 제일 먼저 연락했지. 덕분에 나도 그런 친구가 되려고 노력했어. 정말 고마워


오빠는 참 다정하다는 생각이 들어. 10년 전, 우리에게 오빠를 처음 소개시켜준 날부터, 1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00를 사랑해주는게 느껴져요. 항상 고맙습니다. 앞으로 남은 날 00이를 잘 부탁해요.


00아, 항상 무엇이든 스스로 잘 해내는 너를 보며 자랑스럽고 대견했지만, 힘든일이 있을 때 혼자 해결하고 견뎌냈을 너를 생각하면 참 마음이 안쓰러웠어. 하지만 너의 20대에 다정하고 좋은, 00이라는 사람이 있어서 가슴 깊이 다행이야. 이 결혼식이 너와 00이 오빠의 새로운 시작이 시작되겠지만 그 길 중간에 언제나 곁에 있어주는 친구가 될게.


여기 방문해주신 어른분들 보다 산 날은 많지 않지만, 인생은 오늘처럼 기쁘고 행복한 날보다 거칠고 무료한 날들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일상을 함께 할 동반자를 만난다는 건 인생에서 가장 큰 축복이인 거 같아요. 서로의 낮과 밤 그리고 새벽에 함께 하길 바라면서 오늘 축사를 마무리 짓겠습니다. 온 우주의 사랑을 담아 결혼을 축하한다 친구야'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첫 아트 컬렉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