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향 나는 바람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바람은 나뭇잎 사이를 지나고 새는 하늘을 날며 지저귄다. 차는 소음을 만들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수다스러운데 두 여자는 모녀사이 같다. 아이는 순진하게 소리 지르고 그걸 받아주는 어른도 아이로 돌아간 거 같다. 가만히 누워 그들의 소리를 들으며 잠깐 잠에 든다. 귀는 땅의 소리에 집중하고 약간 긴장되어 있는 몸은 의식적으로 긴장을 풀어 준다. 그렇게 자연의 소리에 집중한다. 선잠에 든 몸은 여전히 긴장한 듯 하지만 이내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려 애쓴다.
읽던 책을 덮고 슥슥 넘기던 인스타도 잠시 내려놓았다. 카메라를 켜서 사진도 찍지 않았고 단지 눈을 감고 잔디 위에 누워있을 뿐이었다. 안온한 날씨였지만 땅의 차가운 기운이 살짝 몸을 감쌌다. 몸의 감각은 살며시 살아났고 순간에 집중한다. 그 순간을 여는 열쇠는 버터향 나는 바람 냄새였다.
봄의 냄새기도 했고 가을을 맞이하는 냄새기도 했다. 파리의 어느 골목을 거닐며 맞던 냄새기도 했고 어느 날 밤 산책에서 느끼던 해방감이기도 했다. 눈을 감고 들이 마신 공기는 자연을 감각하게 했다. 그 짧은 순간 만큼은 온전한 내가 된 거 같은 기분이었다. 시야를 차단하고 마음 속 영상을 찍었다.
그 순간들은 사진으로도 기록할 수 없는 온전한 순간이다. 이런 순간들을 경험하기 위해 현실 속에 살면서 여전히 자주 산책을 하고 돗자리를 챙겨 피크닉을 한다. 이런 현재의 순간들을 감각하는 날이 더 많아지길 바라며 다시 생경한 삶을 살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