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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 Aug 16. 2023

자발적 멈춤 2 - 현재

  시간이 지나고 방황의 끝에는 진정한 멈춤이 있었다. 자격증, 지식에 목마른 거지처럼 마구 읽는 독서같은 의미없는 방황을 멈추었다.


  해본 적 없는 카페 알바를 구해보기로 했다. 20대 후반의 나이, 카페 경험무. 20대 후반의 나이에 이곳저곳에서 알바를 구한다는 게 생각보다 쉬운 도전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이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동네 주변에 여러 군데 카페를 넣었다. 어릴 적 만큼 한 번에 연락이 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어린 친구들을 선호하거나 카페 사장이 나보다 어린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 친구들과 차별점을 두어보고자 성실한 복장과 이력서를 프린트 해서 들고 다녔다. 그렇게 해서 3군데에 합격을 했고 다행히 가까운 동네카페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처음으로 커피를 내리고 음료를 만들었다. 스팀을 잘 치고 싶어서 몰래 몰래 연습을 하기도 했다. 이때 카페 말고도 다른 배달전문점에서도 알바를 했었는데, 생각보다 동년배의 알바생들이 몇 명 보였다. 그때 카페에서 만난 친구와는 지금도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동네에 있던 한적한 카페였다. 카페에는 큰 유리창이 있었고 밖에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가 보였다. 손님이 없을 때 울리는 적막함은 멈춤의 시절에 주는 평온함 같았다. 손님이 없을 때는 가만히 앉아, 창문 너머를 바라 보았다. 그리고 작고 소중한 것들을 들여다 보았다. 창 밖을 지나다니는 손님, 야외 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낮이었던 출근시간은 해가 지는 오후로 바뀌었고, 근처 사무실 직원들의 야속한 뒷담화를 들었다. 퇴근길에 시장을 지나가면서 상인들과 동네 주민들을 보았고 나는 작고 소중한 알바비로 저녁을 사먹었다. 진심을 다해 카페 일을 했다. 이미 레시피가 있는 음료였지만 서비스가 나가기 전까지 심여를 기울였고, 혹시나 손님이 불편할까 따로 접시를 두기도 했다. 바쁘지 않은 카페여서 가능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스스로 선택한 것에 대해 책임을 다해 열심히 일을 했다. 예전에는 알바를 해도 시간을 떼우기만 했고, 얼른 집에 가고싶은 마음 뿐이었는데 말이다.


  이 시절에 요가와 달리기에 빠졌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하거나 달리기를 했고 저녁에는 요가를 했다. 이때 만난 요가는 내 평생 반려 운동이 되었다. 특히 나의 현재와 요가하는 나를 동일시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동작에 두려움이 많았던 날엔 도전을 두려워하는 나였고, 고민이 많은 날엔 바닥을 쳐다보며 요가를 했으며, 한 번 더 용기를 내보면서 요가 자세를 한 날에는 일상에서도 한 걸음 더 용기를 내는 나를 발견했다. 인내심을 가지고 한계를 넘어서는 날에는 일상에서도 한계를 넘어서는 날이 많아졌다. 요가는 나에게로 가는 길이었고 나의 반대로 가는 길이기도 했다.


  한가로이 알바를 하고 요가를 하면서 순간에 집중하는 경험을 했다. 순간의 일에 온 마음을 다하는 경험을 하고 나서는 나를 관찰하기로 했다. 제한된 상황에서 무엇에 시간을 쓰고 무엇에 돈을 쓰는지. 그것을 관찰하기 위해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일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팔로워가 많지는 않았지만 나만의 색이 담긴 콘텐츠를 누군가 좋아해 준다는 게 참 뿌듯했다. 그때 시작한 기록이 지금의 브런치까지도 이어져오게 된 거 같다. 의도와 목적은 달라졌지만 말이다. 목표나 목적없이 하루하루를 기록하고 알바를 하고 운동을 하는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다 통장 잔고가 50만원이 되는 날이 왔다. '아 이대로는 안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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