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은 달라도, 마음은 다르지 않았다
표현은 달라도, 마음은 다르지 않았다
처음 인도에 도착했을 때, 나는 놀랐다.
낯선 사람에게도 거리낌 없이 말을 걸고,
친구가 되기까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나가는 오토바이 운전자가 손을 흔들고,
슈퍼마켓 아주머니가 ‘차이 마시고 가라’며 내 손목을 잡았다.
‘이렇게 다정한데… 왜 나는 따뜻하다고 느껴지지 않을까?’
한국에서의 따뜻함은 ‘정’이라는 단어로 정의된다.
한 번 마음을 주면 오래 가고,
말보다는 손길로, 표현보다는 챙김으로 감정을 전한다.
그런데 인도의 다정함은 조금 달랐다.
뜨겁고 빠르지만, 깊게 뿌리내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언뜻 보면, ‘정이 없는 나라’ 같기도 했다.
인도 친구들은 감정을 속에 담아두지 않는다.
좋으면 좋아한다고 바로 말하고,
싫으면 싫다고 솔직하게 표현한다.
기분이 나쁜 날엔 티를 내고,
기분 좋은 날엔 그 자리에서 춤을 춘다.
나는 처음엔 이 방식이 너무 낯설었다.
한국식 ‘돌려 말하기’에 익숙했던 나는
직설적인 말투에 상처를 받기도 했고,
감정이 금세 식어버리는 것 같은 말들에 혼란을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솔직함은 오히려 관계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오래 참지 않기 때문에 오래 쌓이지도 않고,
표현한 만큼 흘러가고, 흘러간 만큼 다시 웃을 수 있다.
한국에서의 감정은 말보다 시간과 행위 속에서 형성된다.
밥 한 끼를 여러 번 나누고,
비 오는 날 우산을 슬쩍 씌워주고,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마음’을 알아채는 감각.
그건 함께한 시간이 만들어낸 정(情)이다.
때로는 무뚝뚝하지만,
필요할 땐 묵묵히 옆을 지켜주는 감정 표현법.
나는 인도에 있을 때
그런 ‘정’이 그리울 때가 있었다.
한 번 스쳐 지나간 인연이 영원히 사라질 때,
아무렇지 않게 작별 인사를 건넨 뒤 다시는 연락이 닿지 않을 때.
그러던 어느 날, 감기가 심하게 걸려 며칠을 앓고 있을 때였다.
함께 수업 듣던 인도 친구가 말없이
따뜻한 차이를 한 잔 끓여다 주었다.
그날 밤, 누군가 문 앞에 약봉지를 놓고 갔다는 걸 알게 된 건
한참이 지난 뒤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친구는 “그냥 네가 말 안 해도 아픈 것 같았어”라며 웃었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인도의 따뜻함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결코 얕지 않다는 걸.
그들이 ‘정’을 우리처럼 부르지 않아도,
그 감정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한국은 감정을 내면에 담아 오래 두는 방식을 택한다.
인도는 감정을 즉시 드러내고 흘려보내는 방식을 택한다.
표현 방식이 다르기에
우리는 때때로 오해하고, 멀게 느끼고, 부딪히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을 두고 바라보면
그 두 문화는 사실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진심’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감정에 대한 거리와 표현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더 많이 배우고, 더 다르게 성장할 수 있다.
“인도는 정이 없는 나라가 아니다.
그저 ‘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우리가 아는 그것과는 다를 뿐이다.”
사람은, 어디에서나 결국 사람이다.
다정한 말보다 진심이,
지속적인 관심보다 한 번의 눈빛이,
멀리서도 마음을 전하는 법을 알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