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도와 북인도의 차이점
인도는 저에게 '신이 머무는 장소'에 대해 처음으로 질문을 던져준 나라였습니다.
사원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경건하고 조용한 장소를 떠올리지만
힌두교 사원은 그보다 훨씬 더 입체적이고, 다층적이며, 때로는 혼란스럽기까지 했습니다.
힌두 사원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 나라의 종교를 이해해야 하고,
종교를 이해하기 위해선 공간에 들어가 봐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공간은, 남과 북에서 완전히 달랐습니다.
제가 북인도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사원은 우타르프라데시 주의 ‘카주라호’ 사원이었습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마치 거대한 돌 조각 하나하나가 제 존재를 감싸는 느낌이 들었고,
도시에선 느낄 수 없는 침묵과, 공기마저 가벼워지는 기운이 그곳에는 있었습니다.
북인도 사원에서 가장 중요한 건축 요소는 ‘시카라(Shikhara)’입니다.
돔처럼 중앙 위로 솟아오르는 첨탑 구조인데,
단순한 장식이 아닌, ‘우주의 중심축’을 상징합니다.
그 아래에는 ‘가르바그리하’라는 신의 공간이 있는데,
신자들은 사원 내부를 한 바퀴 돌며, 점점 그 중심에 가까워집니다.
그 여정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하나의 내면 탐색이었습니다.
시각적으론 위로, 동선으론 안으로 파고들면서,
신에게 도달하기 위해 ‘내가 나를 벗겨내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또한 북인도 사원의 부조는 정말로 정교합니다.
사랑의 신 크라마, 아름다운 무희들, 전쟁 중의 신들, 인간의 감정과 신화가 모두 벽에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것은 단지 장식이 아니라, 신화와 현실을 이어주는 하나의 매개였지요.
남인도에서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처음 타밀나두 주의 마두라이(Madurai)에 도착했을 때,
도시 한복판에 거대한 건축물이 솟아 있었고,
그 정체가 ‘미낙시 암만 사원(Meenakshi Amman Temple)’이라는 것을 알고는
저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말았습니다.
남인도 사원의 대표적 특징은 ‘고푸람(Gopuram)’입니다.
사원 입구를 장식하는 문탑인데,
그 높이가 50m가 넘는 경우도 있고,
그 위에 수백 개의 신상과 전설적 존재들이 조밀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한참을 바라보다 보면,
그 안에서 인간과 신, 동물과 요괴가 공존하는 세계가 보입니다.
놀랍게도 이 고푸람은 단지 입구일 뿐,
사원 내부에는 또 다른 입구와 탑, 회랑, 연못, 작은 사당들이 이어져
마치 하나의 도시처럼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남인도 사원은 ‘예배의 장소’라기보다는
‘삶이 흘러가는 공간’에 가까웠습니다.
신을 만나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 옆에는
아이들이 뛰놀고, 기도 후 나눠주는 프라사드(신에게 바쳤던 음식)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사원 안에는 소리도 많았습니다.
종소리, 망치질, 기도문, 상인들의 외침,
심지어 스마트폰 벨소리까지.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혼잡함이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신은 우리와 함께 있다”는 느낌이 그 모든 소음을 품고 있었지요.
북인도 사원은 위로 향한 집중,
남인도 사원은 옆으로 펼쳐진 확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북인도는 신에게 다가가기 위해 고요해지고,
남인도는 신을 삶 안으로 끌어들입니다.
북쪽 사원은 내면의 정화를 향한 움직임이라면,
남쪽 사원은 일상의 참여로 신성을 체험하게 만듭니다.
이 차이는 건축 양식에서만이 아니라,
기도의 방식, 사원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느껴졌습니다.
힌두 사원을 보는 순간, 저는 어느 순간 관광객이 아닌 ‘손님’이 되어 있었습니다.
비록 힌두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그 건축이 품고 있는 태도, 인간에 대한 이해,
신을 공간 속에 머물게 하는 기술은
종교를 떠나 감동이었습니다.
각 사원의 건축이 말하는 언어는 다르지만
공통된 점은 하나였습니다.
“신은 멀리 있는 존재가 아니라,
공간 속에, 일상 속에, 그리고 당신 안에 있다.”
다음에 인도를 여행하게 된다면
꼭 두 지역의 사원을 모두 경험해보시길 권합니다.
하나는 사유의 길을,
다른 하나는 생의 리듬을 가르쳐줍니다.
이 글이 누군가의 ‘신과 공간’에 대한 이해에 작은 문이 되어주길 바라며
저는 또 다음 도시를 향해 걸음을 옮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