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시간의 깊이
인도는 단순히 ‘큰 나라’가 아닙니다.
이 나라는 고대와 현대, 신화와 현실이 동시에 살아 숨 쉬는 공간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문화유산만도 40곳이 넘습니다.
한 나라에서 이토록 다양한 얼굴을 가진 유산을 만날 수 있다는 건,
놀라움이자 축복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직접 가봤던 곳부터,
아직 마음속 위시리스트로 남아 있는 곳까지
인도의 세계문화유산을 하나하나 소개해 보려 합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단연 타지마할입니다.
‘사랑을 위해 지어진 무덤’이라는 말이
마치 영화 대사 같지만, 실제입니다.
아그라의 하늘 아래,
새하얀 대리석이 새벽 햇살을 받아 물드는 순간은
말 그대로 시간이 멈춘 듯한 기분을 줍니다.
사랑의 무게가 이런 건가요.
처음 이 사원들을 마주한 날,
‘이게 정말 천년 전의 예술일까?’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조각 하나하나가 마치 살아 있는 듯,
생동감과 위트를 담고 있었고
그 안에는 단순한 종교적 상징을 넘어
인간 삶 전체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정적의 미학이 있다면 이곳이 아닐까 싶어요.
산을 깎아 만든 동굴 사원,
그 안에 조용히 앉아 있는 불상,
그리고 새벽 공기에 묻어나는 촛불 향.
수학 공식처럼 정교하고,
명상처럼 깊이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이건 조금 의외일 수도 있어요.
고대 유산이 아니라, 20세기 현대 건축이 유네스코에 등재된 케이스입니다.
르 코르뷔지에의 실험적 도시계획이
인도 북부의 한 도시에서 이렇게 완성된다는 건
전통과 모더니즘이 공존하는 인도의 색다른 얼굴이죠.
자이푸르, 조드푸르, 우다이푸르…
각기 다른 도시들에 우뚝 서 있는 요새들은
인도 역사의 웅장한 스케일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사막 위, 붉은 석양과 어우러진 요새 실루엣은
한 장의 그림처럼 기억 속에 남아 있네요.
이외에도,
보드가야 –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장소,
산치 대탑 – 초기 불교 건축의 정수,
바라나시 – 가트(gath) 위의 불과 물의 의례…
유산이라는 단어가 이토록 정확히 어울리는 곳들이
인도에는 무수히 많습니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유산이라는 타이틀보다
더 놀라운 건
이 모든 공간이 아직 ‘살아 있다’는 점입니다.
현지인의 숨결, 방문자의 기도, 노을과 강물 소리,
그 모든 것들이 유산을 더 ‘지금 여기’의 이야기로 만들어주죠.
인도는 정말,
유산을 박물관에 가두지 않는 나라입니다.
그 속에 들어가 함께 숨 쉬게 만드는,
그런 나라입니다.
언젠가 이 모든 유산을 따라,
인도의 시간을 걷는 여행을 또 떠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