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회사생활
몇 년 전, 나는 이상한 나라의 회사 생활을 경험했다.
그리고 그 경험은 결국 내가 회사라는 존재를 바라보는 마인드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아마도 나와 같은 상황을 겪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내 직속 상사는 두 명이었다.
그것도 서로 다른 회사에 각각 존재했다.
보통 직보라인(직접 보고하는 라인)은 하나다.
하지만 나는 그룹사의 A 계열사 소속 팀장으로 근무하다가, 법적인 문제로 인해 B 계열사로 이동해야 했다.
문제는, 이동 이후에도 내 월급은 여전히 A 계열사에서 지급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공식 소속은 B 계열사지만, 실제 돈을 쓰는 곳은 A 계열사였던 셈이다.
더 혼란스러운 건, B 계열사는 이런 사정을 전혀 몰랐다는 점이다.
급여 명의는 B 계열사로 되어 있었으니, 그들이 알 길이 없었다.
결국 나는 아주 복잡한 계약 관계 속에서 ‘이상한 나라의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공식 소속이 B 계열사이니 당연히 직속상사도 B 계열사에 있었다.
그런데 업무 특성상 A 계열사에도 보고를 해야 했다.
문제는, A 계열사가 추진하는 일을 B 계열사가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두 회사 모두 나를 ‘우리 사람’이라고 주장했고, 각자 자신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시는 서로 상반됐다.
한쪽을 따르자면 다른 한쪽의 미움을 사는 구조였다.
그때 내 머릿속에 스친 영화가 있었다.
바로 영화 <신세계>.
극 중 이정재는 경찰 소속이지만, 신분을 숨기고 조직에 잠입한다.
그에게는 경찰 상사와 조직 보스, 두 명의 직속 상사가 있었고 서로 다른 지시를 내린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저거, 내 얘기잖아…”
영화 속 이정재는 결국 어둠의 세계를 선택해 회장 자리에 오른다.
나도 결심했다. 현재의 소속(B 계열사)을 선택하자.
영화와 달리, 현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결국 A 계열사가 B 계열사를 흡수합병해버린 것이다.
B 계열사를 선택했던 나는 하루아침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
그토록 나를 ‘우리 편’이라고 했던 B 계열사는, 내가 곤란해지자 모르는 척 등을 돌렸다.
자신들의 안위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 사건 전까지 나는 회사가 전부라고 생각하며, 오직 일만 바라보고 살아왔다.
하지만 그날 이후, 조금씩 회사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결국 결말은 희망퇴직이었다.
좋은 마무리는 아니었다.
어쩌면 그 사건이 ‘회사를 떠나야 할 신호탄’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이 겹쳐, 제때 떠나지 못했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 사건이 있었기에, 나는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로 살지 않고 미래를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