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대체 무슨 사이야?
전 회사를 떠날 때의 이야기입니다.
본부 차원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저희 팀 전원이 희망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말은 ‘희망’퇴직이지만, 사실상 반강제적인 퇴사였습니다.
예고 없이 다가온 이별에, 급하게 이직을 준비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힘들어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상황이 우리 팀을 더 단단히 엮어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서로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 그리고 회사를 향한 복잡한 감정들이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었죠.
그 와중에 한 분이 제안을 했습니다.
“우리 단톡방 하나 만들까요? 앞으로도 서로 안부 나눠요.”
그분은 평소에도 사람을 좋아하고 정이 많은 분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단톡방이 만들어졌고, 모두가 거기에 초대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단톡방이 오래가지 못하리라는 걸 알았습니다.
레저 스포츠 동호회 활동을 오래 해보며, 이미 그 끝을 경험한 적이 있었거든요.
과거 저는 취미로 동호회 활동을 활발히 했고, 직접 동호회를 만들어 회장으로도 활동했습니다.
그땐 정말, 우리끼리 평생 함께할 줄 알았습니다.
누군가 결혼을 하면, 제 사비를 털어 동호회 이름으로 화환도 보내줬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하나둘씩 떠났고, 결국 2년을 채우지 못하고 해산하게 되었습니다.
새로 옮긴 동호회 역시 1년 뒤, 코로나로 인해 해체됐습니다.
그렇게 여러 사람들과 어울렸지만, 지금까지 연락을 주고받는 사람은 딱 한 명.
그 친구와도 더 이상 취미 활동을 함께 하진 않습니다.
다만, 그는 제 아내를 소개해준 사람이기 때문에 쉽게 끊어질 수 없는 인연이 되었을 뿐이죠.
이처럼, 내가 어떤 조직에서 활동을 멈추면 그 안의 관계들도 자연스레 사라집니다.
회사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뛰었던 동료들은 이제 모두 흩어졌습니다.
이제는 공유할 업무도, 이야기할 공통의 관심사도 없습니다.
우리는 ‘동료’였지, ‘친구’는 아니었으니까요.
물론, 동료에서 친구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너무 가까운 사이끼리 일하게 되면 객관적인 판단이 어려워지고, 끝이 좋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회사에서 부부를 같은 팀에 두지 않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일 겁니다.
회사를 떠난 지 반년이 넘은 지금, 그 단톡방이 있었는지조차 가물가물합니다.
더는 누군가 먼저 말을 거는 사람도, 응답하는 이도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잊혀졌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직장 동료들과 담을 쌓고 지내라는 말은 아닙니다.
조직에 속해 있는 동안에는 적당히 어울리며 잘 지내야 합니다.
그들이 언젠가, 어떤 자리에서, 당신에 대해 이야기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동료는 친구일 필요는 없지만,
적이 될 필요는 더더욱 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중간에 있는 것입니다.
모든 직장인 여러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