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0 들어가며

by G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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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이 다시 한번 챔피언의 자리에 등극했다. 2년 전 WEIBO와의 결승 경기에서 승리를 따낸 후 7년 만에 우승을 쟁취하여 다시 한번 세계 최강의 위상을 보여준 그들이었다.


하지만 이 흐름은 멈추지를 않고 24년, 그리고 25년에 달해 내리 우승을 차지하며 진정한 월즈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3연패라는 업적은 어느 스포츠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세계적으로 팬클럽이 두터운 e스포츠에서는 그 위상이 매우 클 것이다. 특히 이번 25년 월즈는 T1에게 있어 과거의 자신들이 남기지 못한 쓰리핏이라는 유산을 이루어낼 수 있느냐의 갈림길에 섰던 것에서 그 의미가 컸고 결국 이루어지고야 말았다.


경기는 초반부터 KT의 날카로운 설계와 주도권 운영으로 앞서 나아가며 시작됐다. 1세트에서 KT는 바텀 주도권과 연속적인 갱킹, 오브젝트 독식까지 성공하며 완벽한 초반 우위를 가져갔지만, 3용 한타에서 T1의 탈리야와 신 짜오, 뽀삐가 만들어낸 대승으로 판세가 바뀌며 흐름이 뒤집혔다. 하지만 2세트와 3세트에서는 다시 KT가 렉사이, 멜, 문도와 같은 핵심 픽을 앞세워 초중반부터 강한 압박을 넣고 오브젝트와 한타를 모두 가져가며 세트 스코어를 2:1로 끌고 가는데 성공한다. 특히 3세트에서는 문도–크산테 조합을 이용하여 화학공학 드래곤 영혼까지 획득하며 T1을 상대로 결정적인 우위를 점했고, 그 지점에서 시리즈의 판세가 거의 KT 쪽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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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4세트에서 상황이 역전되기 시작했다. T1은 칼리스타-레나타, 녹턴, 그라가스, 그리고 애니비아를 꺼내 오브젝트 교전을 완벽하게 장악했고, 페이커 애니비아의 벽과 장판, 케리아 레나타의 궁극기로 KT의 조합을 완전히 묶어내며 시리즈를 2:2 원점으로 돌렸다. 마지막 5세트에서는 T1이 카밀, 판테온, 갈리오, 미스 포츈–레오나로 이어지는 강한 돌진 조합을 선택해 초반 탑 주도권부터 가져오며 상대 요릭을 완전히 묶어냈고, 스몰더와 직스의 후반 밸류가 살아나기 전 교전을 연달아 열어내며 경기 전반을 지배했다. 결국 KT가 3세트까지 만들어낸 우위를 4세트에서 T1이 되돌려 놓았고, 5세트까지 이어진 주도권 유지 끝에 T1이 시리즈를 역전해 최종 승리를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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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은 또 한 번 역사를 썼고 그 기쁨을 세계와 함께했다. 그러한 기쁨을 다시 한번 가상공간 속에서 자아를 부여받은 캐릭터들이 서로를 점유하고 충돌하는 형태로 보여주었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 먼 곳에서 화면을 통해 그 장면을 인식하는 시청자들. 그들에게 경기 내내 표현하기 불가능한 전율을 느끼도록 한 것은 선수들의 모습이 아닌 화면 너머의 어떠한 가상공간이었다.


스포츠 하면 흔히 떠올리는 축구로부터 느끼는 쾌락의 개념과 차이가 크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인 메시가 세계 최고의 미드라이너인 페이커라면 캄노우는 소환사의 협곡이며 골대는 곧 넥서스이다. 메시가 2선 스트라이커에 서는 것은 페이커가 사일러스를 픽하는 것과 같으며 바르셀로나가 4-3-3 포메이션을 택하는 것은 곧 T1이 돌진 조합을 구성하는 것과 같다. 허나 우리가 보는 선수들의 모습은 단지 의자에 앉아 키보드와 마우스를 요란하게 두드리는 것이다. 선수들의 무대는 중력이 작용하는 물리적인 그라운드가 아닌 저 너머의 어딘가다.


다시 경기 시작 전으로 돌아가보자. 그날 따라 정말 운이 좋게 메시가 상대 선수 6명을 연속으로 제치며 골을 넣는 장면을 보았다. 이때의 감정이 페이커의 사일러스가 엄청난 이니시를 전개하며 팀의 완벽한 승리를 쟁취해 내는 장면을 보았을 때의 희열과 같은가? 메시를 볼 때에는 메시가 직접 공을 현란하게 다루는 모습 자체를 보지만 페이커의 경우에는 페이커가 키보드와 마우스로 조종하는 어떠한 프로그램으로 모델링 된 캐릭터가 움직이는 모습을 본다. 현실 안에서 절대로 발생할 수 없는 어떠한 광선이 뿜어져 나오며 상대 캐릭터를 제압한다. 다른 방식이지만 분명 상대의 영역에 침투하고 득점을 하기 위한 아름다운 움직임을 보이는 특성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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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는 축구에 비해 역사가 극히 짧다. 세계 최고의 e스포츠 강국인 우리는 90년대 후반 인터넷과 PC방이 급속히 확산되며 게임 문화를 정착했다. 특히 스타크래프트의 폭발적인 인기로 게임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플레이어 간의 경쟁 개념으로 진화했고, 후에 e스포츠라는 새로운 영역을 등장시켰다. 2000년대 들어서는 각종 기업의 후원을 기반한 프로게임단의 창단과 방송 리그의 출범, 그리고 한국e스포츠협회 설립을 통해 체계적이고 대중적인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더 나아가 오늘날 e스포츠는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자 방대한 글로벌 산업으로 성장하였고, 우리는 그 중심에서 세계적 위상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는 왜 게임을 하는가? 현실에서 쾌락을 찾는 것에서 너머 손끝으로도 닿지 않는 가상 세계를 만들어내고, 그것이 눈앞에 펼쳐지면 우리는 마치 오래된 장치를 뜯어보고 다시 조립하듯 화면 속을 이해하려 한다. 그들의 세상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우리의 일상을 흔드는 감정의 무대가 되어 있었다. 무엇이 우리를 이렇게까지 자극한 걸까. 어떻게 우리는 원자가 아닌 픽셀의 빛으로 뭉쳐진 캐릭터에게서 정체성을 발견하고, 심지어 그들과 함께 웃고 울 수 있게 된 걸까?


@OpenAI


그것은 우리가 '점프'하는 순간에서부터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