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번하드의 유쾌한 일갈

설계된 미학, 너머의 에너지

by 무드온라이프


살아가다 보면 저마다의 페르소나가 필요한 순간이 온다. 그 낯선 얼굴을 무대 위에 올리는 시점은 오롯이 각자의 선택이다. 페르소나는 안전한 방패가 되기도 하지만, 어느덧 벗겨지지 않는 가면이 되어 숨 가쁜 피로를 남긴다. 사회가 요구하는 형상에 자신을 맞추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소비라는 거대한 물결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덴마크 미래학자 롤프 옌센 Rolf Jensen은 저서 『드림 소사이어티』에서 현대소비사회는 제품이 아닌 '이야기'를 구매하는 시대라 진단했다. 기술이 평준화된 세상에서 기능은 더 이상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대신 사람들은 그 너머의 서사를 갈구하며 우리는 자신을 어떤 서사로 꾸며낼지 늘 고민하며 살아간다. 타인에게 보여줄 모습을 다듬는 사이, 정작 소중한 본래의 얼굴은 점차 흐려진다.


그런 우리에게 번하드가 던지는 거침없는 색과 선은, 다시 본연의 감각으로 되돌려놓는다.


의미의 과잉이 곧 빈곤이 되는 시대. 사물마다 얹힌 서사들이 피로를 줄 때, 한 화가의 무심한 붓질이 눈에 들어온다. 겹겹의 의미를 덜어내고 마주한 선과 색은 더없이 가볍다. 복잡한 해석 대신 그저 바라보는 감각을 선택한 화가의 손끝에서, 우리를 둘러싼 관념은 이내 흩어진다.

예술의 전당_캐서린_번하드전시.jpg <캐서린 번하드 전> 2025 예술의 전당 필자제공

왜 핑크팬더인가


전시 안내물 속 핑크팬더는 색채가 지닌 틀을 깨는 힘을 증명하는 존재다. 본래 맹수인 표범에게 한없이 부드러운 분홍색을 입힌 설정은, 대상이 가진 본래의 권위를 해체하고 작가만의 언어로 재탄생시키려는 의도를 담는다. 이는 정형화된 대중문화의 아이콘을 자신만의 실험적인 색감으로 변형하여 소유하려는 번하드의 회화적 태도를 상징한다. 무력해 보일 만큼 친숙한 분홍빛 뒤에는 고정관념에 저항하는 작가의 반항심과 즉흥적인 유머가 숨어 있다.

번하드_전시입구_벽면포스터.jpg 예술의 전당 캐서린 번하드 전 입구 벽면 필자제공


캐서린 번하드에게 색채란


번하드에게 색채는 세상을 읽어내는 세 가지 시선이다.

그녀는 "제 작업은 색채에 관한 모든 것이기도 해요"라며 색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해방과 반항의 언어: 정형화된 캐릭터의 색을 비틀고 자유분방한 스프레이 질감을 더하는 행위는, 기존의 질서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작가의 도발적인 태도를 투영한다.


회화적 실험의 재료: 친숙한 이미지를 단순한 아이콘으로 소비하는 대신, 이를 분해하여 자신만의 회화적 언어로 재탄생시키는 실험적인 시각 요소로 사용한다.


삶을 기록하는 일기: 슈퍼모델부터 작업실의 샤워기, 아들의 포켓몬 카드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당대 몰입하는 대상의 색들을 캔버스에 옮기며 삶의 궤적을 기록한다.

번하드_전시_패널01.jpg 예술의 전당 <캐서린 번하드 전> 2025 전시패널 중 필자제공


박제된 미학을 향한 유쾌한 일갈


캐서린 번하드는 우리가 공들여 가꾼 '완벽한 서사'의 얼굴에 물감을 붓는다. 90년대의 아이콘인 슈퍼모델들의 얼굴은 그녀의 붓 끝에서 비틀리고 무너진다. 동경의 대상이자 닿을 수 없는 곳에 머물던 존재가 뭉개진 형상으로 드러날 때, 관객은 묘한 해방감을 맛본다.


비평가 제리 살츠(Jerry Saltz)가 2001년 '빌리지 보이스(Village Voice)'에 기고한 캐서린 번하드의 전시 리뷰 <Something Wild>에서 사용한 문장이다.

"If gall is something paintings can have, hers have it."
그림이 배짱을 가질 수 있다면, 그녀의 그림이 바로 그것을 가지고 있다.
— 제리 살츠(Jerry Saltz)


정교하게 설계된 미학의 권위를 가볍게 걷어차는 작가의 배짱은, 완벽함이라는 감옥에 갇힌 우리에게 후련한 통쾌함마저 안긴다. '이것 또한 별것 아니다'라는 그녀의 무심한 일갈은, 대상의 껍데기가 아닌 그 이면의 생동하는 에너지에 주목하게 만든다.


캐서린 번하드의 캔버스에 들어서기 전, 우리는 그와 정반대의 시선으로 대상을 박제한 한 인물을 마주해 본다. 매끈한 표면 뒤에 대중의 욕망을 숨겨둔 제프 쿤스(Jeff Koons)다.


이러한 태도는 핑크 팬더에서 선명해진다. 제프 쿤스(Jeff Koons)가 마이클 잭슨이나 핑크 팬더를 티끌 하나 없는 도자기로 구워 손댈 수 없는 전시품으로 고정했다면, 그것은 대중의 욕망을 결점 없는 신화로 박제하려는 시도였다. 쿤스의 세계에서 대상은 작가의 숨결이 거세된 채 차가운 물질의 풍요 속에 갇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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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핑크팬더 우:마이클잭슨과 버블스 제프쿤스 도자기 작품 출처: 출처: MoMA 공식 아카이브

* 제프 쿤스 Jeff Koons : 미국의 현대미술가로, 대중문화의 상징물들을 매끄러운 금속이나 도자기로 재현하여 예술과 상품의 경계를 무너뜨린 작가이다. 대표작으로 스테인리스 스틸로 거대하게 재현한 작품 '풍선개 (Balloon Dog)' '행잉 하트(Hanging Heart)' 등이 있다.



1975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태어난 캐서린 번하드는 시카고 예술대학(SAIC)에서 학사를,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츠(SVA)에서 석사 과정을 거치며 그녀는 현대 미술의 거친 에너지를 흡수했다. 어머니의 고향인 푸에르토리코의 뜨거운 태양색과 모로코의 카펫에서 마주한 기하학적 문양은 그녀의 캔버스 위에서 본연의 에너지, 메타포로 살아난다.


그녀에게 작업은 매일 기록하는 '삶의 일기'다. 90년대 잡지 속 슈퍼모델부터 포켓몬, 스와치 시계 등 그녀의 시선이 머문 모든 것은 캔버스의 주인공이 된다. 평론가 제리 살츠 Jerry Saltz가 언급한 화가의 '배짱'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빛을 발한다. 기성 미학의 정교함을 비껴가는 투박한 붓질과 제멋대로 흐르는 물감은, 오히려 세상을 향한 묵직한 질문이 된다.


핑크팬더와 공산품: 소비되는 자아의 자화상


번하드는 잡동사니가 가득한 환경에서 성장하며 사물의 형태와 색을 두려움 없이 수용하는 감각을 익혔다. 캔버스를 채우는 나이키 운동화나 로고, 휴지 등은 그에게 비판의 대상이 아니다. 사물들이 지닌 사회적 의미를 지우고, 오직 형태와 색채에만 반응하여 자신만의 시각 언어로 재창조한다.

그의 작업실에서 핑크팬더는 '분홍색'이라는 감각 자체를 상징한다. 하와이의 분홍빛 공간에서 마주한 강렬한 색을 그리고 싶다는 열망이 이 시리즈의 시작이다.

번하드_작품_핑크_팬더_01.jpg 핑크 팬더라는 익숙한 아이콘이 격자무늬 타일이 깔린 욕실 안으로 소환된다. 필자제공

핑크 팬더라는 익숙한 아이콘이 격자무늬 타일이 깔린 욕실 안으로 소환된다. 번하드는 대중적인 캐릭터를 고결한 예술의 영역이나 화려한 무대 위가 아닌, 가장 사적이고 평범한 일상의 풍경 속으로 가차 없이 던져놓는다. 샤워기 아래 서 있는 이 분홍빛 괴물은 우리가 기억하던 매끄럽고 영리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거칠게 번진 색채와 투박한 실루엣은 그가 지녔던 세련된 이미지를 씻어내고, 그 자리에 날것의 생명력을 채워 넣는다.


대중문화가 설계한 완벽한 캐릭터를 일상의 공간에서 해체하는 이 시도는, 기성 미학이 세워둔 견고한 권위를 해학적으로 무너뜨리는 과정이다. 작가는 핑크 팬더의 형상을 빌려 우리에게 속삭이는 듯하다. 닿을 수 없는 곳에 박제된 아름다움보다, 지금 이 순간 물감을 뒤집어쓰고 꿈틀대는 이 '생경한 존재감'이 훨씬 더 진실하다고 말이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가면을 벗어던진 핑크 팬더의 모습에서 우리는 비로소 박제되지 않은 회화 본연의 자유를 마주하게 된다.


E.T등 1980년대 대중문화의 아이콘들도 조형적 실험을 위한 재료로 쓰이는데 스프레이와 아크릴이 만나 만들어내는 즉흥적인 질감은 캐릭터들이 지닌 자유로움과 맞닿아 있다.

캐서린_번하드_작업실.jpg 작업실의 캐서린 번하드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캐서린 번하드전> 중에서 필자제공

앤디 워홀이 캠벨 수프 캔을 통해 산업 시대의 대량 생산을 노래했다면, 번하드는 일그러진 캐릭터와 공산품을 통해 대량 소비되는 우리의 자아를 소환한다. 그녀의 냉소는 차갑지 않다. 오히려 흘러내리는 물감의 에너지를 통해, 우리 안의 맥박을 다시 뛰게 한다.


E.T. 나를 비추는 가장 솔직한 거울


1980년대 대중문화의 아이콘들도 그녀의 붓 끝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바트 심슨과 포켓몬 같은 캐릭터들은 조형적 실험을 위한 재료가 된다. 특히 어린 시절 깊이 몰입했던 E.T. 는 단순한 추억을 넘어 작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다.

번하드_작품_E.T.jpg 캐서린 번하드 E.T. 유년의 소외감과 개인적인 집착이 투영된, 작가에게 가장 유일하고도 사적인 형상 필자제공

외딴 교외에서 자라며 느꼈던 존재론적 소외감은 E.T.라는 형상을 통해 캔버스 위로 다시 불려 나온다. 집을 정리하다 우연히 발견한 어린 시절의 스티커 북은 과거의 감정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다. 작가는 수많은 캐릭터를 그리지만, 오직 E.T. 만이 난생처음 집착할 정도로 빠졌으며 개인적인 감정을 이입했던 유일한 존재라고 말한다.


심슨 : 익숙함의 해체와 반항


심슨패밀리는 TV속 유쾌하고 더없이 익숙한 가족이지만, 번하드의 화면 속에서는 일그러지고 기괴하게 다가온다. 소비된 문화 속에서 정체성을 잃어버린 우리 자신을 반영한 메타포이다.

번하드_작품_심슨_오브제.jpg 번하드 전시, 전시장 중앙에 전시된 입체 심슨의 오브제 필자제공

익숙한 만화 속 형상이 거대한 오브제로 전시장 한복판에 선다. 대중문화의 상징을 해학적으로 비튼 이 몸짓은, 기성 미학의 정교함을 가볍게 가로지르는 작가의 배짱을 보여준다.

번하드_전시_가벽_01.jpg 번하드 전시장 한 가운 데데 펼쳐진 전시 가벽의 풍경 필자제공

메타몽 :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아의 메타포


작품 속 메타몽은 정체성의 복제와 모방을 통해 '나'를 끊임없이 바꾸는 현대인의 자아를 반영한다.

번하드_메타몽의_변신.jpg 캐서린 번하드 전 메타몽, 변주하는 에너지 필자제공

무엇으로든 변신할 수 있는 메타몽의 형상은 작가의 거침없는 필치와 만나 회화적 자유를 획득한다.

타인이 설계한 모습이 아닌, 본연의 에너지를 간직한 채 끊임없이 변화하고자 하는 인간의 잠재된 욕망이 이 흐물거리는 보랏빛 형체 속에 투영되어 있다.

번하드_전시_패널_02.jpg 캐서린 번하드전 전시패널 필자제공

번하드에게 예술은 세상의 고단함을 잠시 잊게 하는 창구이다. 색과 예술을 통해 세상에 선한 것이 존재함을 기억하는 일은 중요하다. 흐릿하게 번진 색채와 거침없는 붓질 속에서, 사물들은 상업적 가치를 벗고 오직 즐거운 '실험적 놀이'로 남는다. 그녀는 예술로서 사람들을 위로하고 마음으로 다가가고 싶어 했던 것이다.


스와치 시계 : 시간과 소비의 경계선


1980~90년대를 상징하는 패션아이콘 스와치 시계는 '시간'마저 소비되는 사회를 보여준다. 번하드는 일상의 오브제로 스와치시계를 내세워 시간을 확인하던 시계로서가 아닌, '시계 그 자체'를 기억하는 세대의 감각을 되살린다.

KakaoTalk_20250704_214841241_09.jpg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캐서린 번하드 전> 익숙한 일상소재를 캔버스에 불러온 작품들 필자제공


캔버스로 들어온 대중문화의 아이콘


캐서린 번하드는 만화 속 캐릭터를 빌려와 캔버스를 채운다.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결점 하나 없이 매끈하게 박제된 대중문화의 아이콘들이다. 특히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의 주인공들은 미국인들에게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지켜준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존재다.


작가는 이토록 무해하고 대중적인 상징들을 단순한 재현의 대상으로 두지 않는다. 오히려 회화라는 본질적인 실험을 이어가기 위한 재료로 삼아, 생생한 에너지로 채워낸다.

번하드_작품_엘모.jpg 캐서린 번하드 전시 Untitled (Elmo), 2024 필자제공

엘모는 1969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교육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에서 머펫(Muppet) 인형으로 태어난 캐릭터다. 3살 아이의 천진난만함과 낙천적인 에너지를 상징하는 이 붉은 괴물은, 전 세계 아이들에게 무해한 순수함과 사랑을 가르치며 대중문화의 가장 완벽하고 교육적인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캐서린 번하드의 캔버스 위에서 엘모의 정교하게 설계된 순수함은 거친 붓질과 번지는 물감 속에 해체된다. 매끈하게 박제된 캐릭터의 얼굴 위에 기꺼이 물감을 퍼붓는 이 몸짓은, 규격화된 이미지 너머에 숨겨진 원초적인 생명력을 끄집어내는 유쾌한 저항이다.

번하드전_쿠키_몬스터.jpg 캐서린 번하드 전. 버터를 한 입 가득 물고 있는 쿠키몬스터 필자제공

쿠키몬스터는 엘모와 마찬가지로 '세서미 스트리트'를 통해 세상에 나온 머펫(Muppet) 캐릭터다. 푸른 털을 가진 이 거대한 괴물은 이름처럼 쿠키를 향한 제어할 수 없는 식탐을 해학적으로 보여주며, 인간의 근원적이고 본능적인 갈망을 대변하는 대중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캐서린 번하드는 쿠키몬스터의 입안에 쿠키 대신 '버터'나 일상의 소소한 사물을 채워 넣으며 익숙한 서사를 뒤흔든다. 눈앞의 대상을 게걸스럽게 삼키는 쿠키몬스터의 행위는, 대중문화의 이미지를 거침없이 흡수하고 자신의 색채로 다시 배설해 내는 작가만의 독특한 작업 방식과 닮아 있다. 이는 정교하게 설계된 캐릭터의 완벽함을 비틀어, 그 이면에 숨겨진 투박하고도 강렬한 에너지의 메타포를 포착해 내는 과정이다.


소비문화의 아이콘


나이키와 햄버거, 감자튀김, 바나나와 케첩처럼 일상을 담는 상징물들이 강렬한 색채와 화면 가득한 구성으로 표현되었다. 이들은 매우 친숙한 소비사회의 상징물로 익숙함에 감춰진 인간의 욕망과 과잉을 은유한다. 이런 강렬함을 무심한 듯한 붓질은 유머와 함께 날카로운 비판의 시각이 담겨있다.

번하드_작품_나이키.jpg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캐서린 번하드 전> 나이키 운동화, 버섯 등 일상소재를 캔버스에 불러온 작품들 필자제공
번하드_작품_케첩.jpg 'Heinz Mayochup', 2020 하인즈 마요케첩이라는 일상의 기호가 번하드의 투박한 붓질과 만난다. 필자제공
번하드_작품_버섯.jpg 'Mushrooms', 2024 '강렬한 색채와 기이한 버섯의 형상은 우리가 알던 자연의 색을 전복시킨다. 필자제공


세대를 잇는 가교와 자아의 거울

캐서린 번하드의 어린 아들이 수집한 포켓몬 카드는 번하드의 작업실을 채우며 자연스럽게 작품 속으로 스며든다. 아이의 놀이에서 시작된 소소한 흔적들은 세대를 연결하는 언어가 되어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다.

번하드_색휴지_탑.jpg 캐서린 번하드 색휴지 탑 필자제공

피자 박스와 물감 통, 그리고 일상의 사물들. 번하드의 작업 공간을 채운 흔적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캔버스가 되어 작가가 매일 기록하는 삶의 일기를 대변한다.

번하드_휴지_포켓몬_카드.jpg 캐서린 번하드 작업의 파편들. 필자제공


에필로그


우리는 어쩌면 정답이 정해진 사회를 산다.

타인의 시선에 맞춰 그럴듯한 외피를 두르는 것이 생존의 기술이 된 시대다.

'괜찮은 존재'라는 이름을 얻기 위해 스스로를 규격화된 틀에 가둔다.


번하드의 작업은 이 견고한 질서에 균열을 낸다.

핑크 팬더와 이티, 심슨과 메타몽 등등

익숙한 캐릭터와 일상의 사물을 엉뚱하게 결합하는 그녀의 시도는 익숙한 맥락을 해체하는 실험이다.


대상을 상업적 가치로 보지 않고 오직 형태와 색상으로만 응시하는 것.

그 무심한 시선은 대상에 부여된 상징성을 넘어선다.

익숙한 형상들을 거친 물감으로 덮어버리는 무심한 붓질은 내게도 깊은 해방감을 준다.


나에게 브런치는 그 무심한 붓질을 시작하는 캔버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