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지 어떻게 정하셨나요?
평소에는 무언가를 결정할 때 그리 많이 고민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엔 다른 사람의 눈치가 아닌, 예산의 문제가 컸다. 나는 여행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어쩐지 신혼여행은 그냥 여행과는 느낌이 달랐던 것 같다. 일단은 패키지로 해야 한다는 강박이 강했다. 남편과 나 둘 다 바쁘게 일 하면서 여행 계획을 짤 수도 없거니와, 언어라던가, 짧은 기간 알짜배기로 다녀와야 하는 사정도 한몫했다.
여행사를 기웃거리며 견적서를 받아보고, 검색창에 "신혼여행지 추천"을 수십 번은 쳤을 것이다. 머릿속에서는 몰디브, 유럽, 하와이가 차례차례 스쳐갔다. 어느 하나 딱히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다. 현실적인 결혼 준비란 어쩌면 이런 걸까? 주어진 선택지가 모두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 중에서 어떻게든 골라야 하는 것. 내가 좀 더 부자였다면 귀찮게 고민하지도 않았을 텐데... 팜플렛 중에서 모리셔스도 퍽 마음에 들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동물 친화적이지 않았던 우리는 좀 더 괜찮은 곳을 열심히 탐색했다. 가성비로는 동남아가 좋았지만, 역시 어렵게 낸 휴가에 가까운 곳을 가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결국 우리의 선택을 결정지은 건 너무 단순했다.
친구가 툭 던진 한마디.
“칸쿤? 거기 너무 좋았어. 돌아올 때 오기 싫어서 울었어.”
그 순간 이상하게 더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그래, 칸쿤 가자’ 하고 마음이 정해져 버렸다. 이렇게 덜렁 결정해도 괜찮을까 싶으면서도, 묘하게 마음이 편안했다. 마치 오래 전부터 우리가 가야 할 곳이 정해져 있었던 것처럼.
여행지가 정해지자 우리는 모두 기뻐했다. 빠르게 여러 여행사에 견적을 돌려 보고, 검색할 바운더리가 좁아지자 여러가지가 정리되어 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가 크게 간과한 게 있었다.
우리는 연차를 자유롭게 소진하지 못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뒤늦게 겨우겨우 날짜를 맞춰봤으나 9일이라는 기간밖에 확보할 수 없었다.
"9일동안 유카탄 반도에 다녀와야 한다고...?"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