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자

대관식도 아닌데, 왜 이렇게 따질 게 많은 걸까

by 무근지


영국 왕비의 결혼식, 조선 왕실의 전통 혼례를 떠올려 본다. 그 안에는 얼마나 많은 규율과 절차가 있을까.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뒷받침하는 수많은 손길이 필요할 것이다.


어린 시절, 우연히 큰 가톨릭 성당의 미사를 본 적이 있다. 집단 예식이라는 것은 형식이 무엇이든, 모두의 마음이 한자리에 모여 만들어내는 영적인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도 그런 ‘품’이 필요할까. 아마 아닐 것이다. 그러나 결혼식을 치른다면, 어느 정도는 예식의 법도와 규율을 따르지 않으면 곤란해진다. 많은 하객을 초대해야 하고, 그들이 기대하는 ‘결혼식의 형식’에도 맞추어야 한다. 가족과 친지의 요구 역시 놓칠 수 없었다.


어떤 날은 정말 하기 싫었다. 그러나 해야 한다면, 그저 기계처럼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 내가 완결이라는 목적을 향해 글을 쓰듯이.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고민을 불러왔다. 웨딩 플래너부터 축의금 접수대, 사회자, 예복 업체까지. 평소라면 세세하게 따지지 않았을 일들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 보면 문득 현타가 오곤 했다. 대관식도 아닌데 왜 이토록 많은 절차를 따라야 하는가.


특히 사회자를 고르는 일은 유난히 마음을 흔들었다. 경험 없는 친구에게 맡겼다가 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는 말에, 예식장 소속 사회자를 고용하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가도, 다시 망설였다. 혹여 제안을 거절당하면 어떡하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남편에게 묻고 나면 돌아오는 대답은 늘 같았다. “하고 싶은 대로 해.”


결혼식. 참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결국, 그래도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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