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이 되어줘요, 내가 아들을 낳게 해 줘요!”
젊은 나이우스 폼페이우스가 여왕에게서 그가 원하던 것을 얻고(밀보다 많은 대추야자를 보곤 나중에 “그 망할 암늑대 년”이라 욕을 했지만) 알렉산드리아를 떠나자 로마군에게는 신보다 겨우 한 뼘 아래의 장군이었고, 이집트에서는 ‘위대한 신’인 카이사르가 마그누스 폼페이우스를 쫓아 알렉산드리아로 들어왔다. 기원전 48년, 파르살로스해전에서 카이사르가 폼페이우스군에게 대승한 직후였다. 하지만 아직 로마의 내전이 끝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흘러야 했다.
카이사르가 알렉산드리아에 도착했을 때 이집트 또한 내전 중이었다. 물론 로마와는 다른 이유에서의 내전이었다. 알렉산드리아의 여왕이며 이집트의 파라오인 클레오파트라 7세와 그녀의 동생이면서 남편이었고 알렉산드리아의 왕이기도 한 프톨레마이오스 13세는 알렉산드리아-당시 알렉산드리아의 인구는 300만 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였다.-의 권력을 독차지하기 위해 서로의 심장에 칼을 겨누고 있었다. 반면에 카이사르가 공화파와 내전이라는 탐탁지 않은 전쟁을 하게 된 것은 그의 모든 것을 사사건건 반대하는 보니파 덕분이었다. “보니파의 눈에 그는 배반자였다. 왜?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왜냐하면 보니파에게는 그런 법과 조치가 ‘모스 마이오룸’에, 관습과 전통에 따른 로마의 작동방식에 위배되기 때문이었다. 카이사르의 법과 조치는 그때껏 늘 유지되었던 로마의 모습을 바꿔놓았다. 그 변화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로마의 안보를 위한, 모든 로마인뿐만 아니라 로마의 속주 주민들의 행복과 번영을 위한 것임은 중요치 않았다. 그것이 옛 방식과 일치하지 않는 법과 조치라는 점만 중요했다. 600년 전 이탈리아 중부의 소금길을 가로지르는 작은 도시에나 적합했던 방식 말이다. 이제 에우프라테스 강 서쪽의 유일한 강대국에게 옛 방식들은 더 이상 쓸모없다는 걸 보니파는 왜 모르는 것일까? 로마는 서방세계 전체를 상속받았는데, 로마를 통치하는 자들의 일부는 여전히 젖먹이 도시국가 시절을 살고 있다.”(Masters of Rome Ⅵ. ‘시월의 말’ 1권 33p~34p) -이념과 전통의 관습에서 반세기가 지나도록 일보의 전진도 없는 우리 또한 어쩌면 이와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근본적으로 이 차이가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너 로마로 들어오게 한 것임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 내전의 시작은 여기서 이미 시작된 것이었다.
카이사르가 알렉산드리아에 도착한 지 사흘째 되던 날 이집트의 대시종장 포테이노스와 왕의 가정교사인 테오도토스는 그들이 “죽은 자는 물지 않는다.”는 말로 제거한 위대한 나이우스 폼페이우스의, 나트론에 절인 머리를 단지에서 꺼내 카이사르에게 바쳤다. “누가 이랬소?” 카이사르가 포테이노스에게 물었다. “아, 당연히 우리가 그랬죠!” 테오도토스가 외쳤다. “포테이노스에게도 말씀드렸듯이 죽은 자는 물지 않지요. 우리가 당신의 적을 없앴어요. 위대하신 카이사르. 실은 당신의 적 두 명을 없앴답니다! 이자가 온 다음날 위대한 렌툴루스 크루스가 도착했길래 우리는 그도 죽였습니다. 그의 머리를 보고 싶어 하실 것 같지는 않지만요.” 카이사르가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입 닥치고 있어, 이 우아를 떠는 동성애자야! 로마나 로마인에 관해 당신이 뭘 아나? 이런 짓을 하다니 당신들은 대체 어떤 인간들인가?” 그는 눈물 없이 메마른 눈으로 물이 뚝뚝 듣는 머리를 내려다보았다. “아, 마그누스, 우리의 운명이 뒤바뀔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소!” 그는 포테이노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나머지 몸은 어디에 있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펠루시온 해변에 두고 왔습니다.” 포테이노스가 뻔뻔스럽게 말했다. 카이사르는 폼페이우스의 이마에 입을 맞춘 뒤 그 머리를 수건에 놓고 경건하게 감쌌다. 파비우스가 그것을 받으려 했으나, 카이사르는 그 대신 임페리움을 상징하는 상아 막대를 건넸다. “아니 내가 그것을 들겠네.” 문간에서 그는 고개를 돌렸다. “귀빈궁 바깥 정원에 화장용 장작더미를 쌓으시오. 불을 피우는 데 쓸 유향과 몰약도 준비하고, 그리고 나머지 몸을 찾아오시오.” 다음날 오전 카이사르가 집전하는 가운데 폼페이우스의 머리가 화장되었다. 머리를 태운 재는 해방노예 필리포스가 가져온 나머지 몸을 태운 재와 합쳐져 붉은 루비와 바다 진주가 잔뜩 박힌 황금 유골단지에 동봉했다. 그런 뒤 카이사르는 필리포스와 그의 우둔한 노예를 서쪽으로 향하는 상선에 태워 보내 폼페이우스 마그누스의 유골을 코르넬리아 메텔라에게 전하게 했다. 역시나 필리포스에게 맡긴 ‘CN POMP MAG’가 새겨진 반지는 어디에 있는지는 몰라도 장남인 나이우스 폼페이우스에게 전달될 예정이었다.(Masters of Rome Ⅵ. ‘시월의 말’ 1권 66p~69p)
알렉산드리아와 이집트는 로마를 안다고 했지만 로마를 알지 못했고, 특히 카이사르에 대해서는 더더욱 알지 못했다. 카이사르가 이처럼 분노한 것은 로마인의 관습에 따라 처리되어야 할 로마인을 이집트인들이 저들의 형편없는 생각대로 처리한 때문이기도 했지만, 저 이집트의 멍청이들이 폼페이우스라는 위대한 로마의 거물을 카이사르라는 품 안으로 끌어들일 기회를 앗아갔기 때문이었다. 카이사르는 이제 그가 그토록 질색을 하던, 그의 목줄 한 뼘까지 칼날을 들이밀 폼페이우스라는 유일한 경쟁자가 없는 로마를 살아야 한다는 것에 어쩌면 절망했고, 분노한 것이었다.
카이사르가 알렉산드리아에 머문 지 열흘째 되던 날, 멤피스에서 카이사르에게 희한한 물건 하나가 전달되었다. 프타 대사제가 보낸 것으로 편지는 없었다. 물건은 양탄자가 아닌 우중충한 낡은 거적, 돗자리에 싸여있었다. 모두가 나가고 돗자리와 둘만 남게 된 카이사르는 미소를 지으며 물건을 찬찬히 살폈다. 그러다 무릎을 꿇고 앉아 한쪽끄트머리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숨은 쉴만하오?” 그가 물었다. 안에서 누군가의 말소리가 새어 나왔지만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카이사르는 아주 조심스럽게 프타의 선물을 펼쳤다.
그녀가 돗자리 안에 숨을 수 있었던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의 몸에 붙어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골격이 우람한 미트리다테스 왕가의 피는 다 어디로 간 거지? 카이사르는 의자에 앉아 그녀를 자세히 뜯어보며 자문했다. 키는 150센티미터가 채 안되고, 체중은 잘해야 1.5탈렌툼(약 75파운드, 1파운드는 0.45392킬로그램)이겠군, 납으로 된 신발을 신어도 기껏해야 35킬로그램쯤 되겠어. 이것이 위엄의 흔적이라곤 없는 작고 가녀린 인물에 대한 카이사르의 첫인상이었다. 그럼에도 원숭이처럼 재빨리 몸을 일으키고, 거울로 쓸 만한 광이 나는 금속 물체가 없는지 방 안을 둘러보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카이사르는 무척 놀라워했다. 오, 마음에 들어! 그는 생각했다. 어머니가 떠오르는구나. 똑같이 활기찬 데다 솔직하면서 현실적인 태도를 지녔어. 그러나 그의 어머니가 로마 최고의 미인이라 불렸던데 비해, 누가 어떻게 따져보더라도 클레오파트라가 미인이라 불릴 일은 없을 터였다. 가슴이라 불릴 만한 것도, 엉덩이도 없었다. 그냥 위아래로 일자인 몸의 어깨에 두 팔이 막대처럼 붙어 있었으며 목은 길고 가늘었다. 머리는 몸에 비해 너무 큰 키케로의 머리를 연상시켰다. 한마디로 못생긴 얼굴이었다. 코가 워낙 크고 매부리코인 탓에 얼굴에서 코만 보일 정도였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얼굴의 다른 부분은 양호했다. 도톰하지만 너무 두껍지 않은 입술, 멋진 광대뼈-도대체 멋진 광대뼈란 어떤 광대뼈일까?-,턱이 매끈한 계란형 얼굴, 그러나 눈만은 아름다웠다. 매우 크고 활짝 트인 눈, 짙은 색 눈썹 아래 짙은 색 속눈썹이 달려있었으며 홍채는 사자와 똑같은 황금색이었다. 가만, 저런 색깔의 눈을 어디서 봤더라? 당연히 미트리다테스 대왕의 자손들 중에서였지! 음, 그녀는 그의 손녀가 맞지만 눈을 제외하고는 미트리다테스 가문의 특징은 없다. 그들은 게르만족의 코에 머리카락이 노란 키 크고 덩치 좋은 사람들이었으니. 그녀의 머리카락은 옅은 갈색에 역시나 숱이 적었다. 이마에서 목덜미까지 가닥가닥 나누어 돌돌 만 머리카락을 한데 모아 작고 단단한 매듭처럼 고정해 놓은 모양이 수박껍질의 무늬 같았다. 매력적인 피부는 짙은 올리브색에 혈관이 푸르스름하게 비칠 장도로 투명했다. 흰색 리본으로 된 디아데마(diadema, 머리장식용 띠)를 머리선 뒤쪽으로 묶고 있었는데, 이것이 그녀가 왕족임을 보여주는 유일한 증거였다.(Masters of Rome Ⅵ. ‘시월의 말’ 1권 88p~89p)
카이사르의 클레오파트라에 대한 전체적인 묘사는 젊은 나이우스 폼페이우스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른 것이 있다면 카이사르를 본 이후 그녀의 반응이었다. 「“뭘 보고 있소?” 카이사르가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 “대단한 미남요, 카이사르. 다만 피부색이 더 어두울 줄 알았어요.” “로마인 중에는 밝은 피부, 중간 피부, 어두운 피부가 골고루 있소. 또한 빨간색이나 모래색 머리카락에 주근깨가 잔뜩 난 로마인도 많고.” “그래서 알비누스, 플라부스, 루푸스, 니게르 같은 코그노멘(세 번째 이름으로 가문명)들이 있는 거고요.” 아, 멋진 목소리다. 저음에 높낮이가 뚜렷해서 말을 한다기보다 노래하는 것처럼 들렸다. “라틴어를 아시오.” 이번에는 그가 놀라 물었다. “아니요, 그건 배울 기회가 없었어요.” 클레오파트라가 말했다. “나는 여덟 가지 언어를 구사하지만 모두 동방의 언어들이죠. 그리스어, 옛 이집트어, 민중 이집트어, 히브리어, 아람어, 아라비아어, 메디아어, 페르시아어.” 고양이를 닮은 눈이 반짝 빛났다. “당신이 라틴어를 가르쳐 주겠어요? 나는 아주 빨리 배우는 편이에요.” “나는 시간이 날 것 같지 않소만, 원한다면 로마인 개인교사를 보내 주겠소. 나이가 얼마나 되오?” “스물한 살이에요. 왕위에 오른 지 4년 됐죠.” “생애의 5분의 1이라. 그대는 전문가로군. 앉아요. 어서.” “아뇨, 그럼 당신을 제대로 볼 수 없잖아요. 키가 아주 크니까.” 클레오파트라가 서성거리며 말했다.」(Masters of Rome Ⅵ. ‘시월의 말’ 1권 89p~90p)
「“나는 파라오로써 내 의무를 다하지 못했어요.” “의무라면?” “생산의 의무. 자식을 낳을 의무죠. 나일이 내게 생산성을 증명할 유예 기간을 주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두 차례 범람이 지났는데도 나는 여전히 결실이 없어요. 이집트는 기근에 빠져 있고, 지금으로부터 닷새 뒤면 필라이 섬의 이시스 사제들이 엘레판티네 섬의 수위를 확인할 거예요. 범람의 시기가 다가왔고 에테시아이(계절풍, 무역풍, 지중해 지방에서 여름철에 북쪽과 남쪽에서 번갈아 불어오는 바람) 바람이 불고 있어요. 하지만 내가 잉태하지 못하면 아이티오피아에 여름비가 내리지 않고 나일이 범람하지 않을 거예요.”」(Masters of Rome Ⅵ. ‘시월의 말’ 1권 92p)
「“당신은 서방에서 온 신이에요.” “서방에서 온 신?” “당신은 이시스-하토르-무트 신을 잉태시켜 아들 호루스를 낳게 해 주기 위해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돌아온 오시리스예요.” “그걸 믿는단 말이오?” “믿는 게 아니에요. 카이사르 이건 사실이에요!” “그렇다면 알겠소. 나와 잠자리를 하고 싶은 거요?” “네, 그래요! 그게 아니라면 왜 여기 왔겠어요.” “내 남편이 되어줘요, 내가 아들을 낳게 해 줘요! 그러면 나일이 범람할 거니까.” “대신 내 부탁도 들어주시오.” “나를 잉태시켜 줘요. 그럼 바로 들어드리죠.” “꼭 은행가처럼 말하는군! 내가 알렉산드리아에 해야 하는 일에 대해, 그것이 무엇이든 전적으로 협조해 주시오.” 클레오파트라의 이맛살이 찌푸려지고 미심스러워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알렉산드리아에 해야 한다고요? 이상한 표현 방식이군요. 카이사르.” “아, 이런 영리함이라니!” 그는 감탄하며 말했다. “똑똑한 아들을 기대하게 하는군.” “파베리우스! 트레바티우스!” 그가 외쳤다. 그의 개인 비서와 보좌관이 들어오더니 입을 딱 벌리고 섰다. “이쪽은 클레오파트라 여왕이네. 이제 여왕이 도착했으니 일이 진행되기 시작했어. 즉시 루푸리우스를 호출하고 슬슬 짐을 꾸리게.” 그렇게 그는 참모들을 뒤에 거느린 채 나가버리고 방안에는 클레오파트라 혼자 남았다. 그녀는 한눈에 사랑에 빠졌다. 그것이 그녀의 천성이었다. 자기보다 못생긴 늙은 사내와 결혼하는 것도 감수할 작정이었는데, 정작 신이면서 외모까지 신처럼 생긴 사람을 만나게 되니 그녀는 기쁨으로, 감정으로, 진정한 사랑으로 가득 채워졌다.」(Masters of Rome Ⅵ. ‘시월의 말’ 1권 93~96p)
이제 곧 알렉산드리아 여왕의 궁전에서 여왕과 서방에서 온 신의 아들, ‘카이사리온’이 잉태될 것이었다. 기원전 48년의 일이었고, 클레오파트라의 나이 스물한 살, 카이사르의 나이 쉰두 살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