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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해한 May 31. 2023

사랑이 아닌 추앙

<나의 해방일지>



 사회생활을 하면서 어딘가 모르게 공허하고 소외받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는가?

 회사는 서울에 있지만 집은 경기도인 직장인 염미정. 퇴근을 하고 집에 가는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린다. 회사에서는 친목을 위한 동호회를 들어가라는 권유를 하지만, 집에 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미정은 아무 동호회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집이 멀다는 이유와 무뚝뚝한 성격 때문에 알게 모르게 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있던 미정. 어느 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애인 찬혁에게 돈을 빌려주었는데 갚지 않아 우편이 집으로 갈 것이라는 전화를 받게 되고, 미정은 배신감과 절망을 느낀다. 독촉장을 차마 집으로 받을 수 없었던 미정은 미정의 아버지와 함께 일을 하는 알 수 없는 남자 구 씨에게 우편물을 받아달라고 부탁한다. 구 씨에 대해 자세히 아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구 씨는 아무와도 말하지 않고 매일 술만 마시는 사람이었다. 미정은 어딘가 늘 공허하고 채워지지 않는 마음을 구 씨에게 털어놓는다. 사실 털어놓았다기보다 꾹 억누르고 있는 감정을 토해냈다는 표현이 더 적당할지도 모른다. 감정에 큰 변화가 없는 미정이 털어놓을 때 마치 절규하는 것 같았다.


  https://youtu.be/ckSrCbhzruY

“날 추앙해요"


예상치도 못한 대사였다. 보통 추앙은 절대자나 권력자에게 쓰는 말이, 평소에 남녀 관계에서는 잘 쓰지 않는 표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옥같은 대사 하나하나가 가슴을 찌릿하게 만드는 드라마이다.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아닌 이 드라마의 끝은 마치 정말 이들이 드라마 속 주인공이 아닌, 실제 존재하는 인물의 한 편을 담은 듯한 드라마다. 구 씨가 점점 미정과 이야기하며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을 보며 성장드라마를 보는 듯 너무 대견한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이 드라마는 스토리도 대사도 정말 좋았지만 처음 보는 카메라 샷이 많이 보여서 신기했다. 특히 인물을 구석으로 놓고 극단적으로 배경을 많이 보여주는 샷이 인상 깊었다. 나도 이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처럼 어느 순간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이 짐처럼 느껴지고, 동떨어져 있지만 억압받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하나의 섬이 된 것 같다고 표현하곤 하는데, 이런 나의 마음을 카메라로 담는다면 딱 사진처럼 넓은 배경에 불쑥 끼어든 인물로 나타날 것만 같다. 또한 나는 도시와 동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출근하는 데에 몇 시간씩 걸리고, 막차 시간을 놓칠까 봐 친구들이랑 늦게까지 놀지 못하는 장면들이 공감이 잘 되었다.

 

 이 작가가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방식이 참 매력적이다. 흔한 사랑이 아닌 추앙. 흔한 자유나 일탈, 행복이 아닌 해방. 내가 알고 있었지만 정확하게 정의하기 어려웠던 그런 단어들을 사용하고, 내가 느끼고 있었지만 정리하기 힘들었던 감정을 끌어내는 정말 멋진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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