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무섭다
코로나 19로 공연을 본지도 오래되었다. 공연장에서 공연을 보는 것이 그리워 리어왕 공연 소식을 접하고 서둘러 예매를 하였다.
10월 마지막 날 일요일 낮 2시 공연을 보기 위해 예술의 전당 CJ 토월 홀로 갔다. 3시간이 넘는 공연이다. 대사량이 만만치 않다. 팔순이 한참 지난 이순재가 하는 공연이라 더욱 놀랍다. 체력으로나 대사의 양이나 이 공연을 하기 위해서 그는 어떤 시간을 보냈을까. 리어왕에 나오는 모든 대사를 꼼꼼히 듣고 싶었다. 탄식하며 읊조리는 말까지 잘 듣고 싶었다. 내용은 잘 전달되었어나 알아듣기 힘든 말도 있긴 했다.
리어왕이 딸들의 사탕발림 말에 현혹되어 두 딸에게 모든 것을 다 주고 배신당하는 이야기는 놀랍지도 않다. 생명이 있는 한은 자신의 생명을 지킬 것은 남겨두어야 하고 모든 것을 다 주면 안 된다는 것은 진리일터다.
일단 권력을 얻은 후에는 아버지를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딸들이 사랑에 빠졌을 때 하는 행동은 놀라웠다. 딸들은 그녀들처럼 이기적이고 비열한 남자 에드먼드를 만나 사랑을 느낀다. 에드먼드는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자들을 사랑하는척했지만 리어왕의 두 딸 고너릴과 리건은 죽을 만큼 에드먼드를 사랑했나보다. 사랑에 빠진 그녀들은 권력도, 심지어 자신의 목숨까지도 아무 것도 아니었을까. 사랑의 격정에 사로잡혀 리어왕의 두 딸 고너릴과 리건은 삶은 끝났다. 조금만 떨어져서 보면 인간의 삶이 어이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권력과 부를 가지기 위해 사탕발림을 하고 아버지까지 버리는 이가 사랑의 감정에 사로잡혀 죽다니. 그 감정 때문에 죽기까지 할 수 있는 감정이라니. 사랑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