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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Aug 13. 2021

멈출 때를 아는 것

편안하게 살고 싶다

어깨가 아파서 한동안 턱걸이를 쉬다가 오늘 좀 괜찮아진 것 같아서 공원으로 나갔다. 그런데 고작 몇 개 했더니 바로 통증이 느껴져서 거기서 멈추고 집으로 돌아왔다. 턱걸이 연습을 많이 못해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운동하다가 아프니 멈출 줄도 알고 많이 발전했다. 아파도 계속하는 미련한 성격이라 어릴 때 여기저기 많이도 다쳤다.


6 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기로 하고 담당 임원과 면담을 하는데 나한테 퇴사  계획이 뭐냐고 물어보셨다. 없다고 했다. 걱정스러운 눈길로 나를 쳐다보던 그분은  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아셨는지 별말 않고 면담을 마무리하셨다.


그때는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지만, 내 심정은 이러했다. 뭔가 인생이 잘못되어 가는 것 같은데, 그걸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계속 가자니 더더욱 답이 안 나올 것 같다. 그래서 멈춰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6년 동안 여러 가지 일이 있었는데, 어찌어찌하여 지금의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 길을 꾸준히 달려온 또래들과 비교하면 많이도 헤맨 것 같다. 그래도 그렇게 헤맨 덕분에 지금 나름 나답게 살고 있는 것 같긴 하다.


적지 않은 나이이긴 하다. 종종 거울에 비친 스스로의 모습에 흠칫 놀라곤 하지만 그래도 다른 방법이 있었을까 싶다. 기민하지 못한 사람은 헤맬 수밖에 없다. 많이 늦어지더라도 맞는 방향으로 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멈춰야 할 때는 분명히 있다. 많이 먹은 것 같으면 멈추고, 말이 과하다 싶으면 멈추고, 턱걸이하다가 어깨가 아프면 멈추고, 스쿼트 하다가 무릎이 아프면 멈추는 일 같이 일상적인 것부터 일이나 사람과 관련된 비교적 인생에 임팩트가 큰 일들에 이르기까지.


돌아보면 나는 늘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가다가 많이 다쳤다. 타고나길 멈출 줄 모르는 미련한 성격이다. 다치면서 배운 게 없는 건 아니지만, 이제는 다치면 잘 안 나아서 최대한 안 다치고 싶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아차리고, 멈춰야 할 때 멈추는 것을 할 줄 알게 되면 삶이 꽤 편안해질 것 같다. 편안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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