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게 살고 싶다
어깨가 아파서 한동안 턱걸이를 쉬다가 오늘 좀 괜찮아진 것 같아서 공원으로 나갔다. 그런데 고작 몇 개 했더니 바로 통증이 느껴져서 거기서 멈추고 집으로 돌아왔다. 턱걸이 연습을 많이 못해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운동하다가 아프니 멈출 줄도 알고 많이 발전했다. 아파도 계속하는 미련한 성격이라 어릴 때 여기저기 많이도 다쳤다.
6년 전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기로 하고 담당 임원과 면담을 하는데 나한테 퇴사 후 계획이 뭐냐고 물어보셨다. 없다고 했다. 걱정스러운 눈길로 나를 쳐다보던 그분은 내 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아셨는지 별말 않고 면담을 마무리하셨다.
그때는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지만, 내 심정은 이러했다. 뭔가 인생이 잘못되어 가는 것 같은데, 그걸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계속 가자니 더더욱 답이 안 나올 것 같다. 그래서 멈춰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6년 동안 여러 가지 일이 있었는데, 어찌어찌하여 지금의 회사에서 월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 길을 꾸준히 달려온 또래들과 비교하면 많이도 헤맨 것 같다. 그래도 그렇게 헤맨 덕분에 지금 나름 나답게 살고 있는 것 같긴 하다.
적지 않은 나이이긴 하다. 종종 거울에 비친 스스로의 모습에 흠칫 놀라곤 하지만 그래도 다른 방법이 있었을까 싶다. 기민하지 못한 사람은 헤맬 수밖에 없다. 많이 늦어지더라도 맞는 방향으로 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멈춰야 할 때는 분명히 있다. 많이 먹은 것 같으면 멈추고, 말이 과하다 싶으면 멈추고, 턱걸이하다가 어깨가 아프면 멈추고, 스쿼트 하다가 무릎이 아프면 멈추는 일 같이 일상적인 것부터 일이나 사람과 관련된 비교적 인생에 임팩트가 큰 일들에 이르기까지.
돌아보면 나는 늘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가다가 많이 다쳤다. 타고나길 멈출 줄 모르는 미련한 성격이다. 다치면서 배운 게 없는 건 아니지만, 이제는 다치면 잘 안 나아서 최대한 안 다치고 싶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아차리고, 멈춰야 할 때 멈추는 것을 할 줄 알게 되면 삶이 꽤 편안해질 것 같다. 편안하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