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 다녀왔다. 식도락 여행이었고, 즐거웠다. 즐거운 와중에 눈에 보였던 것들, 귀에 들렸던 것들에 대해 쓰고 싶어서 브런치를 열었다.
9월의 교토는 아직 여름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최고 35도까지 올라가던 날에는 돌아다니기 쉽지 않았다. 고도 제한이 있어서 높은 건물이 없는 덕분에 멋진 여름 하늘을 실컷 볼 수 있었다. 오래전 부여에 갔을 때 같은 경험을 했던 게 생각이 났다. 고도의 특징인가 하는 생각도 잠깐 했다.
일본 여행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중국인 관광객이 정말 많다. 사실 어딜 가도 많은 게 당연한 것일지 모르겠다. 나랑 어떤 관련이 있는가 하면, 그들의 대화를 우연히 듣다 보면 내 중국어 어휘력이 회복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중국어 쓸 일이 없는데, 공교롭게 중국에 갔을 때 나름 활용(?)하게 되는 게 웃기다. 일본어를 못 하는 나로서는, 그래도 여기서 말 통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 때도 있다.
여행 일본어를 익혀 간 것은 도움이 되었다. 그 정도만 해도 사람들이 놀라는 것은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언어 준비 없이 오기 때문일 것이다. 며칠 관광하러 가는 건데 그걸 위해 언어 공부하는 것은 영 수지가 안 맞는 일이기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그런 수지가 나에게는 별로 의미가 없다는 것인데. 돌아오는 길에 가까운 곳에 있는 일본어 학원을 끊었다. 그래도 40대 때는 일본어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하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음식 이야기. 맛있었다. 그런데 나름 큰 마음먹고 예약한 세 가지 식당 중에서 스시는 끝내주는 경험이었고, 가이세키와 프렌치는 아쉬웠다. 어디서도 먹어보지 못한 쫄깃한 생선 껍질로 만든 스시, 올리브 오일과 두부, 우니를 올린 스시, 식감 미쳤던 도미 스시, 오징어 다리 위에 귤피를 갈아 올린 스시, 감칠맛 폭발하는 우니가 듬뿍 올라간 스시를 먹는 경험은 한국에서 해보지 못한 그것이었다. 앞으로 일본에서의 미식 예산은 스시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르는 좋은 것들을 더 많이 먹어보고 싶다.
카페를 열 군데나 돌았다. 이렇게 많이 갈 생각이 없었는데, 생각보다 괜찮고, 생각보다 시간이 여유가 있어서 열심히 돌아다녔다. 유적 보러 다니기 싫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이건 회사 사람들이랑 같이 이야기를 나눠볼 예정. 내년쯤에 한번 더 교토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커피 마시러, 그리고 이번에 반갑게 맞아준 그 바리스타들도 아직 있다면 다시 보고 싶어서.
아, 근데 다니기 힘들었다. 공항 수속을 하고 비행기 타는 일 자체가 힘들어지고 있다. 현지에서 적응하고, 돌아다니는 것은 당연하고. 3일째 되는 날에는 이게 한계구나 싶었다. 그냥 주 5일 출퇴근만 했어도 주말에 집에서 뒹굴고 싶었을 텐데, 시간의 가치가 높으니 계속 돌아다닐 수밖에 없더라. 보니까 하루 평균 2만 5천 보 정도를 걸었다. 다시금 깨달은 것은, 2만 5천 보 앞에서 불면이 설 자리는 별로 없다는 것.
다음 여행 어디로 갈지 고민인데, 여행 자금 모으면서 잘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