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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진 Jun 18. 2023

#31 오늘도 '당근'하셨습니까?

중고거래 앱인 당근마켓의 성장세가 눈 부시다.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7년만에 기업가치 3조원을 평가받아 우리나라 16번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를 넘긴 스타트업)이 되었다. 나 역시 코로나 이후에는 당근마켓을 꾸준히 이용하고 있다. 성격상 중고거래가 익숙하지 않았는데 간편한 당근마켓 덕분에 낭비도 줄이고 용돈도 쏠쏠하게 벌고 있다. 사용한 지 약 1년만에 43개의 물건을 판매했다. 




당근마켓은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뜻으로 근거리 이용자들을 우선적으로 연결하기 때문에 직거래에 아주 적합한 앱이다. 내가 오랫동안 살았던 곳은 대학 인근의 자취촌으로 1인 가구용 생활용품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 이 덕분에 중고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나 역시 어렵지 않게 물건을 판매할 수 있었고 거래위치도 가깝다보니 택배거래를 할 때보다 부담도 많이 줄었다. 이용자들의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도 있어 수상한 사람을 피하기도 좋다.




판매내역을 살펴보니 처음 판매한 제품은 맥북 충전기와 전기 스토브(히터)였다. 둘다 비싼 값에 구매하였으나 오래지 않아 나에게 불필요한 제품이 되었고, 빠르게 이것들을 처분하기 위해 당시 점점 유명해지던 당근마켓에 가입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이후에는 이런 것도 팔릴까 싶은 옷과 신발장, 선반, 모기향, 신발, 독서대까지 내 생각보다도 훨씬 많은 물건을 팔았다. 경제적인 이득이나 판매하는 재미보다도 살림을 조금씩 줄여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얻었음에 감사하다. 




친구들은 나를 '저장강박증 환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는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한다. 성격상 낭비에 대한 걱정은 없으나 문제는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꾸역꾸역 서랍 속에 채워넣는다는 점에 있다. 불필요한 것들이 일상에 켜켜이 쌓여 때로는 먼지를 일으키고 진정 중요한 일을 가리기도 한다. 당근마켓을 덕분에 버리긴 아깝고 계속 쓰자니 딱히 요긴하지 않은 물건을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니 만원도 안되는 값에 맘편히 팔 수 있었고 덕분에 매진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다.




물건은 중요도와는 상관없이 일정 부분의 공간을 잠식한다. 이는 관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차지하는 공간이 크다고 나에게 꼭 중요한 물건이 아니듯, 마주하는 시간이 길다고해서 나에게 꼭 필요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관건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이다. 비워야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다. 더 중요한 물건과 사람만이 나를 더 즐겁고 행복하게 만든다. 세간살이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머릿속에도 당근마켓이 필요한 이유다. 오늘도 당근한 당신, 정작 비워야할 것은 놓치고 계신지 않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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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14일 처음 쓰다.

2023년 6월 18일 고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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