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 한구석에 놓인 안경닦이를 손에 들어본다. 덩그러니 놓인 안경닦이를 집어 들어 바라보니 바랜 회색의 천 조각은 닳고 닳아 가장자리가 해어져 세월의 무게가 깃든 듯했다. 무언가를 닦아내기에는 버거워 보였지만, 나는 그 낡은 천에서 낯익은 감촉과 오래된 추억의 흔적을 느꼈다.
안경을 처음 쓰게 되었을 때를 떠올린다. 어두운 곳에서 보는 버릇하던 책 때문에 시력은 급격히 떨어졌고, 버릇을 고치지 못해 시력교정 수술을 하고도 불과 3년 만에 안경을 썼다. 그래도 그저 안경을 쓰면 책을 잘 볼 수 있어 좋다고 여겼다.
안경닦이는 손이 뻗을만한 곳에 늘 있었다. 책상 한편에, 가방 속에, 주머니 구석에 자리 잡은 채 잊힐 듯, 그러나 꼭 필요할 때는 가닿았다. 닦아내기 전까지는 모르는 먼지와 얼룩. 그것들을 한 번에 지워내는 이 얇은 천. 안경닦이로는 지워지지 않는 안경알의 흠집 까지도, 때로는 삶의 은유처럼 느껴졌다.
책상 위로 낡은 안경닦이를 펼쳐보았다. 그 얇은 천의 질감은 여전히 손에 익숙했다. 이 작은 천 조각은 단순히 먼지를 지우는 물건이 아니라, 잊고 살았던 순간들을 끌어올리는 다리였다. 삶이 흐릿해질 때마다 나는 그것을 꺼내 들어 세상을 다시 선명히 보았다. 닦아낼 수 없는 흔적도 있었지만, 그 얼룩마저도 나를 이루는 시간의 일부라는 걸 이제는 안다.
천천히 낡고 바랜 안경닦이로 안경을 닦아 내었다. 흐릿한 기억 속에서도 선명히 남아 있는 장면이 있다면, 그것은 결국 사랑받았거나 사랑했던 순간들 아닌가. 세상은 여전히 선명하게 보아야 할 것들이 많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