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고 사무실 밖을 나서면, 싸늘한 공기가 나를 맴돌았다. 도시가 가로수 아래에서 잠들 준비를 하는 걸 보며 걸었다.
벤치에 잠시 앉아 발을 살짝 굴려서 낙엽을 그러모아 발끝에 작은 산을 만드니,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낙엽을 모아 만든 작은 산, 그 위로 뛰어들던 순간들. 무엇이 그리 재밌었는지. 콧물을 흘리면서도 깔깔댔었다. 그 시절 우리에겐 계절도 오늘을 즐기게 해주는 좀 더 큰 장난감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나.
길 건너 포장마차에서 어묵 국물 향에 나도 모르게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다가갔다. 국물 한 모금 들이켜고 입김을 내뱉으니 나 몰래 쌓인 응어리마저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때, 아주머니가 "이거 가져가요. 맛있게 먹어서 자주 오라고 싸주는 거예요."라며 어묵 꼬치 몇 개와 국물을 포장해 주셨다.
웃으며 어묵을 건네는 아주머니의 손끝은 갈라져 있었다. 겨울은 우리의 손끝을 갈라지게는 해도 온기는 가져가지 않을 게 분명하다. 이렇게 스며드는 온기로 나는 겨울을 잘 지낼 준비를 벌써 하고 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과 따듯한 어묵에 나는 괜히 한 번 더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