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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통쟁이 김우찬 Oct 04. 2023

무신사 스탠다드의 행보

버리고 비워서 채워 나가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세운 애플에서 쫓겨 났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은 한계에 봉착한다. 결국 애플 이사회는 자신들이 쫓아낸 스티브 잡스를 다시 불러 들인다. 위기의 애플을 구원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구원투수였기 때문이다.


1997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로 다시 돌아온 이후 놀라운 부활을 만들어 낸 데에는 가장 요한 원칙이 있었다. 바로 「단순함(simplicity)」이다. 짧은 한 마디이지만 그 안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단순해져야 불필요한 것을 버릴 수 있다. 그래야 핵심적인 본질에 인적 물적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


가령 복귀 이후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제품군을 대대적으로 축소한다. 그 당시 애플의 제품은 20가지가 넘었다. 애플의 경쟁사인 델(Dell)이나 휴렛팩커드(HP)역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제품군이 다양해야 고객들의 선택을 늘려줄 수 있고 이것이 매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맹신했다. 하지만 실제 연구 사례에서 보듯이 고객의 선택은 예상과는 달랐다. 마트에 수십개의 소스를 진열해 놓는다고 매출이 늘어나지 않는다. 도리어 고객이 선호하는 몇 가지의 제품만을 진열할 때 고객은 선택의 부담감을 줄여서 빠르게 제품을 카트에 담는다. 스티브 잡스는 고객의 미묘한 심리를 정확히 잡아냈다. 애플 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가지가 넘는 제품군을 4가지로 축소한다. 그 결과 매출이 가파르게 상승함은 물론 수년간 미국 고객만족지수에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애플의 행보를 이어가는 국내 온라인 패션 플래폼이 있다. 바로「무신사(MUSINSA)」이다. 무신사는 국내 패션 플랫폼 중에서 막강한 인지도는 물론 파급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은 물론 백화점 유통 채널에서 확장하고 있는 '커버낫', '디스이즈 네버댓' 등은 무신사를 통해서 빠르게 성장하였다. 지금도 그 뒤를 잇는 수많은 브랜드들은 물론 기존 유명 브랜드들이 연이어 무신사 플랫폼을 통한 고객 접점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 속에 무신사는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9년 약 2200억원이던 매출은 2022년 7083억원으로 급성장하게 되었다. 그런데 무신사의 매출 구성을 살펴보면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무신사의 사업구조 변화를 엿볼 수 있다. 무신사의 매출은 크게 볼때, 커버낫 등과 같은 입점 브랜드의 매출 수수료(상품 매출)와 무신사 스탠다드와 같은 PB브랜드가 만들어 내는 매출(제조 매출)로 구성된다. 그런데 제조 매출의 상승세가 무신사 매출의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를 통해서 만들어 낸 매출은 2021년 872억원(전체 매출의 19%)에서 2022년 1794억(전체 매출의 25%)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다. 상승 배경에는 무신사 스탠다드의 온라인 매출 안정화와 함께 오프라인 매장(홍대, 강남점)이 빠르게 자리를 잡아갔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PB매출의 성장은 1차적으로는 매출 외형을 키움은 물론 단순한 수수료 구조를 탈피하여 높은 영업이익률의 사업 구조로 재편토록 한다.

지난 9월 오픈당시 대구 동성로 매장을 둘러싼 인파(@무신사)

그리고 무신사의 주요한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은 무신사 스탠다드가 기대되는 점은 오프라인 확장의 가능성이다. 최근 무신사 스탠다드는 서울 지역을 벗어나서 지방 지역으로의 확대를 시작했다. 유동인구 트래픽이 높은 대구 동성로에 무신사 스탠다드 3호점을 오픈하였다. 해당 매장이 오픈한 위치는 기존에 글로벌 SPA 브랜드인 자라(ZARA)가 운영하던 곳으로서, 연간 매출 300억원을 달성할 정도로 매출력이 높다.

 

무신사 스탠다드 3호점(이하 '동성로점')을 통해서 무신사가 어떠한 점에 중점을 두었고 앞으로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오프라인 사업에 집중하는 좋은 전략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1. 버리다(-)


무신사는 무신사 스탠다드의 탄생과 오프라인 전개 과정에서 보면 두 가지를 버렸다.


1-1.화려함을 버리다.


무신사스탠다드를 처음 런칭했을 때 일부에서는 의아해하는 이들이 많았다. 무신사 온라인 플랫폼 자체가 개성있는 브랜드를 바탕으로 고객층을 확보해 왔으나 무신사 스탠다드는 너무나도 베이직(basic)한 스타일이었다. 기존의 화려함을 버리고 기본에 집중하였다. 하지만 이 점은 무신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전개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무신사 플랫폼을 키운 것은 이름은 없지만 개성있는 브랜드였고 이들이 성장해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무신사가 성장해 올 수 있었다. 하지만 무신사가 자체 브랜드(PB)를 런칭하면서 파트너사의 개성과 화려함을 추구하게 된다면 그들의 영역을 침해하게 된다. 그래서 무신사는 파트너의 영역을 저해하지 않는 영역의 기본적인 제품라인(스탠다드)을 런칭했을 것이다. 스탠다드(standard)에는 '기준'이라는 뜻도 있지만 '기본'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화려한 스타일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입는 일상복 시장의 가능성을 믿었다. 기본이라는 본질적 시장을 추구함으로서 무신사가 가져갈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본 것이다.


1-2. 제품을 버리다.
넓게 조성한 메인 동선(@유통쟁이)

무신사 스탠다는 3호점은 기존의 서울 매장 두 곳(홍대, 강남)보다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일단 지하 2층~지상 3층으로 이어지는 약 500평 면적의 공간이다. 온라인 공간은 제품을 전개하는 데에 한계가 없으나 오프라인 공간은 매장 면적에 따라서 전개하는 제품의 수가 한정적이다. 그렇기에 면적이 넓어질 수 록 더 많은 제품을 보여주려고 한다. 그래야 고객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제품이 많다고 믿기 때문이다. 마치 애플의 부활 시점 델이나 HP가 그러했듯이 말이다.


하지만 동성로점은 좀 다른 행보를 보인다. 현재 무신사 스탠다드가 온라인에서 전개하는 제품군(SKU)중에서 동성로점은 400여개의 제품군(SKU)만을 전개하고 있다. 오프라인 한계상 충분하지 않나 싶을 수 있으나 매장의 동선을 살펴보면 제품 전개수에 대한 욕심을 버렸음을 알 수 있다. 통상 백화점에서 메인 동선은 넓은 편이다. 두 사람이 지나갈 때 어깨가 부딪히지 않는 넓이인 2.5미터 내외로 잡는다. 하지만 동성로점의 경우 메인 동성은 약 3미터 가량이 되며 중간 동선도 최대한 쾌적하게 조성했다.

또한 동성로점은 제품군을 조절함으로서 피팅룸을 서울 매장보다 2배가 많은 28개를 배치하였다. 의류 매장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는 요소 중에 하나는 옷을 입어보기 위해서 대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불편한 점을 제거하기 위해서 제품을 버리고 고객의 편의성을 선택하였다.


단순한 욕심에 제품을 많이 갖다 놓는다고 매출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을 버리는 대신에 고객이 공간에서 편안하게 제품을 경험하는 데에 더 중점을 두었다. 그것이 브랜드 경험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온오프라인에 대한 긍정적 경험으로 연결될 수 있다.


2. 더하다(+)


일본의 유명한 정리 전문가인 곤도 마리에는 우선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는 데에서 시작한다. 그 이후에 필요한 것을 더하면서 변화를 줄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동성로점 역시도 덜어낸 후에 새로운 것을 더하기 시작했다.


2-1. 경험을 더하다.

전국 어디에 있는 스타벅스를 가든 유사한 느낌의 음악이 공간을 채워준다. 이 음악들은 유사 시점에 세계 어느나라의 스타벅스 매장을 가든 나온다고 한다. 공간에서 일관된 오감을 채워주는 것 역시도 브랜드 경험이기 때문이다.


무신사 동성로점 매장을 들어가면 기분이 좋아지는 향이 먼저 맞아준다. 너무 강하지도 않으면서 은은한 향(미스틱 우드)이 기분을 산뜻하게 해 준다. 이 향은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시그니처 향이다. 이러한 디테일함이 모여서 고객을 사로잡는 오프라인 경험이 된다.

1층 중앙에 위치한 미디어월(@유통쟁이)

그 다음으로 시각적으로 사로잡는 요소가 있다. 1층 매장의 중앙을 사로잡은 폭 8미터의 미디어월이다. 서울 매장은 층별 면적의 한계상 수직적 구조의 미디어월이 적용되어 있다. 그렇기에 한번에 콘텐츠를 소화시키는데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동성로점은 층별 면적이 100평이 넘기에 중앙에 폭 8미터의 미디어월을 배치하여도 큰 무리가 없다. 그 미디어월에서 보여주는 브랜드 스토리는 잠깐이지만 시선을 사로잡고 보게 만든다. 그리고 연계 연출된 시즌 대표 컬렉션(데님 컬렉션)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2-2. 컬렉션을 더하다.

최근 글로벌 SPA브랜드들은 카테고리를 세분화해서 접근하고 있다. 크게 여성패션/남성패션 및 키즈패션 카테고리에서 멈추지 않고 용도별로 세분화해 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 잠실몰의 자라(ZARA)매장은 스포츠 웨어와 뷰티존으로 컬렉션을 확대하면서 별도 조닝을 전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만큼 단순히 성별이나 연령대가 아니라 고객의 니즈별로 제품 라인을 확대해가는 추세이다.

동성로점의 컬렉션 조닝(@유통쟁이)

동성로점 역시도 제품수를 조절해서 전개하지만 힘을 줄 때는 준다. 임팩트를 주는 '포커스존'을 운영하면서 컬렉션별 전개를 하고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의 대표 아이템인 슬랙스 제품을 중심으로 한 슬렉스존은 물론 스포츠웨어를 중심으로 한 조닝을 전개한다. 의류뿐만 아니라 베이직한 디자인의 가죽 소재 신발 조닝과 여성용 이너 웨어 조닝을 별도 전개함으로서 다양성을 더했다. 또한 포커스존은 주기별로 변화를 시도함으로서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 나갈 예정이다.


3. 연결하다(&)


일본의 유명한 할인점인 돈키호테의 영업전략(CVD+@)은 매우 독특하다. 돈키호테 매장만큼 편리하고(CV,convenience), 저력한 매장(D,discount)은 있더라도 즐거운 경험이나 가치(+@)를 제공하는 곳은 없다고 한다. 그 브랜드만이 제공하는 가치는 그 브랜드의 주요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브랜드만의 가치는 기존의 존재와 협력과 연결을 통해서 만들어 수 있다.


3-1.크리에이터와 연결하다.


동성로점은 고객을 끌어당기기 위해서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냈다. 새로운 공간은 고객을 끌어 당기기 위해서 저마다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것이 브랜드의 결과 합치한다면 이는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브랜딩 전략이 된다.

유튜버(핏더사이즈)와 그래픽 아티스트(옥근남)과의 협업

동성로점은 패션 관련 인기 유튜버(핏더사이즈)와의 협업 컬렉션을 위한 별도 조닝을 구성했다. 또한 그래픽 아티스트(옥근남)과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전개했다. 특히 옥근남과의 협업 제품은 대구 동성로점만을 위한 제품이다. 대구를 상징하는 동물인 수달을 모티브로 발매된 한정 수량 제품은 큰 인기를 끌기에 충분했다.


이와 같이 온라인 플랫폼이지만 오프라인에서만이 느낄 수 있는 감성을 자극하는 전략은 매우 효과적이다. 오픈 시점에 그 공간에 방문해야만 느낄 수 있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3-2.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연결하다.


지금은 한창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아시안게임의 단체 복장(단복)을 제작한 곳이 무신사 스탠다드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국가대표 단복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면서 해당 제품을 온라인에서 판매중이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그 단복을 오프라인에서 체험하고 구매할 수 있는 곳은 동성로점이 유일히다.

동성로점에서 전개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복(@유통쟁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신규 오픈하는 매장에 찾아올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더군다나 아시안 게임이라는 시의적절한 카드는 유효했다. 기존과는 다른 캐주얼한 느낌의 단복 역시도 큰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 3호점인 동성로점은 오픈 3일간 3억 8천만이라는 매출을 기록했다. 해당 매출은 서울 중심지에서 오픈한 홍대점이나 강남점의 기록을 크게 상회한다. 대구 동성로의 고객 유입력도 있겠으나 그만큼 지방 상권의 잠재적인 구매력을 입증하는 숫자이기도 하다.


백화점 MVG고객과 상담을 해보면 이러한 잠재적 욕구를 쉽게 알 수 있었다. 한 마디로 대구에는 전개하지 않는 브랜드의 제품을 사기 위해서 차를 타고 부산을 가거나 KTX를 이용해서 서울로 가기도 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방 상권의 구매 잠재력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럼기에 해당 상권에 적합한 컨셉과 전략으로 접근하느냐가 가장 핵심이다.


앞으로의 무신사 스탠다드의 행보가 기대된다. 올해 말에는 대구점에 이어서 부산 상권에 추가로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이는 매출 확대라는 목표도 있겠으나 그만큼 브랜드의 접근성과 지배력 확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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