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가 전체 몸무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이다. 하지만 뇌가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 소비량은 20%이상이다. 그래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에너지 소비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뇌의 활동을 최소화하려 한다. 뇌의 활동을 최소화하는 효과적 방법은 뇌가 명령을 하지 않아도 습관적으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원래 그렇게 해왔으니까'라고 여기며 늘상 해온데로 반복적인 행동을 한다. 그래서 새로운 변화를 거부한 체 기존의 틀을 쉽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것은 인간이 본능에 따르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유통 소비 산업에서도 나타난다. 필름시장이 한창이던 때 미국 시장은 물론 전세계는 <코닥(KODAK)>이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코닥 임원진은 디지털화의 변화를 무시했다. '어차피 1등인데, 지금대로 하면 되지'라는 타성에 젖어 있었다. 하물며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최초로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묵인해 버렸다. 그 결과 코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최근 국내 시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는 D램 반도체는 물론 휴대폰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그 자리가 위태로워 지면서 국내 전체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단일 시장에 치중하다 보니 시장의 다양성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엔비디아의 다양성은 삼성전자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 차이는 변화에 대한 대응 방식의 결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인간은 물론 거대 기업 역시도 기존 타성에 젖은 체 그대로 흘러가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위기의 늪에 빠진 순간을 인지해봤자 이미 때는 늦었다. 그러므로 기존 사고의 틀을 깨는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인류 역사적으로 볼때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탐험을 즐긴다. 그 탐험은 생존을 위한 먹이 사냥이나 곡물 수확을 위한 경작지 확보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물질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궂이 생존을 위한 식량을 찾아서 헤맬 필요는 없다. 그러나 탐험의 본능은 새로운 것을 갈망하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서 느끼는 새로운 경험 자체가 삶의 커다란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온라인 시장의 위협에서 오프라인이 살아남을 수 있는 주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는 아이웨어 브랜드인 <젠틀몬스터>를 들 수 있다. 인간의 내면에 숨겨 있는 또 다른 자아(악마적인 본능)를 경험하려 한다. 그렇기에 기존의 아이웨어 브랜드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오고 있다. 도대체 저 안경을 누가 사용할까 싶을 정도의 독특한 디자인과 로봇 기술을 활용한 제품 연출은 파격 그 자체이다.
하지만 파격성만으로는 사람들에게 WOW라는 감탄사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젠틀몬스터의 가장 큰 강점은 제품과 공간 연출을 이어주는 '스토리'가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이 젠틀몬스터의 가장 큰 무기이자 강점인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컨텐츠의 힘은 막강하다. 이름없는 대한민국의 작은 아이웨어 브랜드가 지금은 세계적 명품 브랜드가 먼저 인정할 정도이니 말이다.
그만큼 기존의 틀을 깨버리는 컨텐츠의 저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함은 물론 오프라인 시장의 핵심적인 차별화 요소이다.
기존의 틀을 깨는 시도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모텔 산업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더 휴식>이라는 브랜드이다.
모텔의 상식을 뒤집다_더 휴식(@더휴식 홈페이지)
국내 숙박업 시장의 규모는 어떠할까? 한 집계에 따르면 연간 약 3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모텔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모텔이라는 단어를 연상하면, 왠지 부끄럽고 조심스러워지는 게 사실이다. 모텔이라는 공간 자체가 원초적인 목적의 장소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인식하는 이미지 자체가 부정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국내 숙박 시장의 연매출 비중(@SIGNAL,중앙일보)
모텔이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는 한 마디로 표현하면 어두침침하다. 좁고 어두운 뒷 골목에 자리하고, 원색적인 네온사인을 지나서 들어가면 게스츠레한 주인장이 맞아줄 것만 같다. 방안은 켜켜이 쌓인 담배연기가 가득한 체 애매한 조명이 방안을 가득 채운다. 이것이 모텔이 풍기는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가능성 있는 입지에 있는 중소형 모텔을 매입해서 리브랜딩하는 <더휴식>은 모텔이 갖고 있는 그 이미지를 깨버리는 데에서 시작했다. 막대한 시장 규모이며 그만큼 이용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는 지점부터 문제제기를 시작했다.
1. 왜 모텔은 모두 똑같을까?
대부분의 모텔이 갖고 있는 한계는 지을 때부터 한정된 공간에 최대한 많은 객실을 만드는 데에 집중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객실만 최대한 뽑아낸 후 남들 다 주는 기본적 물품만 배치하면 된다는 방식이다. 마치 낚시꾼이 장소나 어종 상관없이 늘상 사용해오던 미끼를 던지는 꼴이다. 운이 좋으면 낚이겠지만 빈 손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다. 모텔의 상황도 이와 같다. 지극히 공급자적 마인드에서 시작해서 운영해 오기 때문이다.
<더 휴식>은 기존 모텔이 갖고 있던 그 상식을 제거해 버렸다. 정확히는 상식을 제거했다보기 보다 공간의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서 불필요한 요소를 버렸다.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포르쉐의 디자인 철학은 이렇다.
Change it, but do not change it!(변하라, 그러나 변하지 마라)
매우 역설적인 표현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서 디자인은 고객의 니즈에 맞춰서 변하되, 포르쉐가 지켜온 본질적 가치는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더 휴식> 역시도 모텔이라는 공간이 갖는 가장 중요한 본질적 요소를 찾으려 하였다. 그러기 위해서 부정적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요소를 걷어냈다. 공간 내외부의 불필요한 조명, 답답한 이중창문, 여기저기 널려있는 물품과 싸구려 음료수 등을 말이다.
더 휴식(@테크 24)
불필요한 요소를 걷어낸 후에는 모텔이라는 숙박 공간의 본질을 잡아갔다. 기존의 모텔보다 10~20%정도의 가격이 더 붙더라도 기본에 충실했다. 정확히는 숙박앱(야놀자, 여기어때 등)에서 깔끔한 공간으로 보여지도록 만들었다. 화이트톤의 벽면과 심플한 가구 그리고 불필요한 물품은 수납시킴으로서 사진에서 사라지게 만들었다. 숙박앱을 서칭하는 고객들에게 '여기 괜찮네'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노력했다. 모텔과 같은 숙박 공간을 이용시에는 모바일을 통한 사전 검색을 통해서 예약이 이루어지는 비중이 전체의 7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2. 콘텐츠로 승부하다.
내가 생각하는 공간(空間)의 정의는 텅 비어있는 장소를 무엇으로 채워나가느냐이다. 공간을 채워감에 따라서 결국에는 사람들로 채워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공간을 채워야 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새로운 것을 찾아 다니는 존재의 욕구를 만족시켜줘야 하는 것이 공간의 숙명이다.
그래서 <더 휴식>은 단순히 깔끔하게 비워낸 공간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모텔을 넘어서 「콘텐츠 호텔(Contents Hotel)」로 정의한다. 즉 고객들이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컨텐츠라는 꺼리를 제공해 줌으로서 기존모텔의 개념을 뛰어 넘어버린다.
비즈니스 이용객을 위한 공간 / 노래를 즐기는 싱잉룸(@더 휴식)
모텔의 룸(room)은 침대가 놓인 공간을 제외하면 그다지 넓지 않다. 하지만 각 룸별로 기능을 부여 한다면 <더 휴식>만이 제공하는 유일한 가치가 생겨나게 된다. 전개하는 상권별로 차이는 있으나 주요 이용객인 20~30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공간에 녹여냈다. 가령 비즈니스 목적으로 이용하는 고객을 위해 '데스커' 책상을 배치한 공간, 아쉬운 여흥을 즐기기 위해 노래방 기기를 방에 배치한 '싱잉룸', 요가/헬스를 원하는 고객을 위한 '요가룸' 등 처럼 말이다. 획일화된 숙박 공간의 개념을 넘어서 고객들이 「머무르는 여정」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통하여 단순하게 숙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상황이나 스타일에 맞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서 만족도를 높여 나간다. 이는 일회성의 관계 형성이 아닌 재이용으로 이어지는 강한 유대 관계 형성의 고리를 만들어 가게된다.
우리는 겉모양의 화려함에 현혹되기 쉽다. 그래서 오프라인 공간은 화려한 외장재에 한정된 자본을 투입한다. 반면에 공간 내부는 알맹이가 하나도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러한 공간은 오래 지속되기는 커녕 순신각에 사라져 버린다.
거화취실(去華就實)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을 배제하고 내실을 지향한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먹이를 유인하기 위해서 화려함을 한껏 뽐낸다. 그 화려함에 순간 정신을 잃고 다가가면 한순간에 먹잇감 신세가 되어 버린다. 하지만 단순히 겉만 화려한 것에 고객은 쉽사리 넘어가지 않는다. 그렇게 고객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항상 본질을 추구해야 한다. 왜(why)라는 의구심을 갖고 문제의 원인을 찾아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내실을 추구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거기에 자신만의 무기를 장착해야 한다.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 하지만 익숙한 것 두 가지를 섞으면 세상에는 없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 될 수 있다. <더 휴식>은 이 점을 적절히 활용하였다. 그리하여 기존의 판을 뒤집고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