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아저씨 Nov 18. 2019

배신을 권하는 사회 ?

죄수의 딜레마와 사슴사냥 이론

지난 편에서는
‘최후통첩 게임’을 통해
인간은 한없이 이기적인 존재가 아니라
공동의 이익과 공정성을 추구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살펴보았습니다.
또한,
그러한 인간의 본성을 잘 이해해야
소비자와의 관계, 조직문화도 잘 만들어 낼 수 있음을 공유하였습니다.

당신들을 믿었는데.. 어떻게 나한테..

그런데

인간의 선한 본성만 바라보며 살아가기에는 미심쩍은 구석이 있습니다.

동서양 막론하고 인류의 역사는 배신으로 점철되어 있고,

배신 없는 영화나 드라마는 상상할 수도 없으며,

실제로 우리는 실생활 속에서 크든 작든 수많은 배신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배신을 하는 걸까요? 


게임을 시작하지. 자넨 평소 '신뢰'를 소중히 하지 않았지..

일단 ‘신뢰’와 관련하여 가장 대표적인 게임이론인

‘죄수의 딜레마’를 살펴보면서 실마리를 찾아보겠습니다.

공범으로 추정되는 두 명의 범죄 용의자가 있고

이들을 심문하며 세 가지 제안 중 택하라고 합니다.

(두 용의자는 각방에 격리되어 심문받기 때문에 상대방이 어떻게 진술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1. 당신과 옆방 용의자 두 명 모두 범행을 부인하면 징역 3개월
2. 그런데 당신은 범행을 자백하고, 옆방의 용의자는 범행을 부인할 경우에는
자백한 당신은 보상으로 석방되고 부인한 옆 방 용의자는 최고형인 무기징역
3. 당신이 자백했는데, 옆방의 용의자도 자백할 경우에는 두 명 모두 징역 3년

옆방 동료를 믿는다면 범행을 부인하고 함께 징역 3개월만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부인했는데 동료가 배신하여 자백해버리면 무기징역을 받아야 합니다.

이쯤 되면 불신이 깊어지면서 자백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고 내가 자백했을 때 경우의 수를 계산하기 시작합니다.

나는 자백했는데 동료가 나를 믿고 범행을 부인한다면,

자백한 나는 석방될 것이고 동료는 무기징역을 살아야 합니다.

반면 동료도 나를 불신하여 자백한다면 함께 징역 3년을 살아야 합니다. 


믿어? 말어? 에라이 못믿겠다! 난 나를 믿는다!  [결과는 3년형 ^^]

신뢰(범행 부인)를 택하면

두 사람 모두 비교적 가벼운 3개월 징역이라는 최선에 도달할 수 있지만,

무기징역이라는 위험이 따릅니다.

반면 배신(자백)을 택하면 석방될 수도(동료는 무기징역이지만)

혹은 두 사람 모두 3년 징역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이 용의자 중 한 명이라면

이런 딜레마 상황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실험 결과 결국 두 용의자는

신뢰(범행 부인)하면 받을 수 있는 3개월이라는 최선을 버리고

배신(자백)을 선택하여 징역 3년이라는 중형을 받습니다. 


먼저 선수치는게 임자..!

죄수의 딜레마 상황은 기업에서도 벌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쟁 입찰에 참여하는 A 기업과 B 기업이 있습니다.

그런데 원청의 책임자가 뇌물을 밝히는 못된 사람입니다.

이 경우

두 기업 모두 뇌물을 안 주고 공정 경쟁을 하는 것이 제일 나은 선택입니다만

상대방 기업을 믿지 못하고 뇌물을 주게 됩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ㅠㅡㅠ

냉철하게 생각해보면 서로 공정 경쟁을 해도 이길 확률이 50%이고

서로 뇌물을 줘도 이길 확률은 50%인데,

굳이 뇌물을 갖다 바치면서 똑같은 확률의 게임을 하는

두 기업이 매우 어리석어 보입니다.

그러나

상호 공정경쟁에 대한 신뢰가 없는 한,

뇌물을 주지 않으면 입찰에 실패할 확률이 99%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하여 두 기업은 잘못인 줄 알면서도,

그것이 승리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것처럼 뇌물청탁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 날 사냥하는 걸루 그런 이론좀 만들지마..!

죄수의 딜레마가 신뢰와 배신에 대한 게임이론이라면,

협력에 대한 게임이론도 있습니다.

유명한 사상가 장 자크 루소가 언급한 ‘사슴 사냥’ 게임 이론입니다.

(기업경영이나 조직문화와 연결하기 위해 루소의 저서에 나온 내용을 토대로

일부 각색하여 소개함을 양해 바랍니다.)


잡아야 산다!

각자 토끼 사냥으로 하루의 끼니를 해결하며 사는 부족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부족장은 좀 더 효율적인 방안으로 사슴사냥을 제안했습니다.

함께 힘을 합쳐 사슴 사냥을 하면 한 달 치 식량은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부족장은 열심히 사슴 사냥의 전략과 방법을 구상했습니다.

그리고 각자에게 역할을 맡겼습니다.

일부는 대열을 갖춰 사슴을 산꼭대기로 몰고,

일부는 산 위에서 대열을 갖춰 내려오며 아래로 사슴을 몰아 한꺼번에 잡는 것입니다.


우리땜에 망했어? 꼬시다! 킥킥

그렇게 대열을 갖춰 사슴몰이를 시작하였으나 몇 사람에게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눈앞에 늘 사냥하던 토끼가 나타난 것입니다.

사람들은 대열을 이탈하여 눈앞의 토끼를 잡을 것인가,

토끼를 버리고 사슴사냥에 계속 참여할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사슴사냥이 성공하면 좋겠지만,

만약 실패하면 눈앞의 하루 식량까지 놓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 것입니다.

결국,

그 중 몇 명이 대열을 이탈하여 토끼를 쫓아가고 대열이 흐트러지며

사슴이 달아나 결국 부족의 사슴 사냥은 실패합니다.


우리 부족 뭐 먹구사나.. 음..인디안밥..?

이 부족의 사슴사냥 실패는 많은 생각을 자아냅니다.

'부족의 한 달 치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서 모두가 사슴사냥에 동참해야 한다'

라는 부족장의 생각이 참이라면,

모두가 끝까지 사슴사냥에 동참하게 하는 것은 필요조건이었을 것입니다.

누구 하나라도 빠져서 구멍이 뚫리면 사슴을 놓치게 되니까요.

반면에 사냥에 동참한 개인에게 한 달 치 식량 확보는

반드시 필요한 필요조건이 아니라 충분조건이었습니다.

사슴사냥 없이 토끼사냥만으로도 하루하루는 버틸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부족장은 사슴이 그저 충분조건인 사람들을

어떻게 이끌어야 사냥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아,아 들립니까! 우리 부족은 앞으로 '사슴사냥'이 최 우선 목표입니다! 토끼들 따라가지마세요!

우선 

‘부족 전체의 한 달 치 식량 확보’가

그 무엇보다 우선하는 과제임을 사람들에게 설득시키고 합의해야 합니다.

사슴사냥을 부족 전체의 필요조건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부족의 목적과 개인의 목적이 같은 서로의 필요충분조건으로 만들어야

더 절실하게 사냥에 참여하고 ‘사슴이냐, 토끼냐’의 문제로 고민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션과 비전, 그리고 핵심가치의 삼위일체!

기업 경영은 사슴 사냥과 다르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기업에는 존재 이유가 되는 미션(식량 걱정 없는 행복한 부족)이 있고,

미래에 대한 비전(한 달 치 식량을 축적하고 있는 부족)이 있으며,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가치(전 부족 사람들의 동참)가 있습니다. 

그러나

미션과 비전과 핵심가치의 삼위일체 조화를 만들고 실천하는 기업은 많지 않습니다.

리더십과 팔로우십이 결여된 선구호에 그치기 때문입니다.


자, 같이 갑시다! 우린 할 수 있습니다!

사슴사냥 목적에 대한 부족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듯

기업의 존재 목적과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고,

끝까지 사냥에 동참할 수 있는 동기부여를 해야 하듯

목적성을 잃지 않도록 성공에 대한 믿음을 주는 것이 필요하며,

이탈하는 사람이 없도록 서로의 손을 잡고 대열을 유지해야 하듯

 개개인들 사이에 믿음과 협동의 끈이 끊어지지 않도록

독려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촉망받던 우리였는데...

리더십과 팔로우십은 바로 조직과 개인 간 믿음을 바탕으로 필요충분조건을 만드는 것입니다.

조직의 입장에서 따르는 사람이 필요충분조건이 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갈아치울 수 있는 부속품이 되고,

개인의 입장에서 조직이 필요충분조건이 되지 않으면

협력하지 않아도 기생 가능한 숙주가 됩니다.

그런 조직은 반드시 병들고 야위어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를 돌아봅시다.

혹시 딜레마에 빠진 죄수들처럼 배신을 합리화하며 최선을 버리고 있는지,

남들은 사슴사냥에 매진하며 땀을 흘리고 있는데 저마다 토끼를 쫓아가는 사람들이 곳곳에 눈에 띄는지를.


배신의 길은 편하지만 불안합니다 
고단해도 협력의 길을 
평안히 기다립니다.
작가의 이전글 이기심은 공정심을 이길 수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