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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저씨 Nov 11. 2019

이기심은 공정심을 이길 수 없다!

최후통첩 게임과 독재자 게임

안녕하세요,
칼럼니스트 조근묵 입니다.
지난 편까지는
인간의 비합리성 중에서
나르시시즘, 손실회피편향, 소유 효과, 귀인오류 등
이기적 측면을 주로 살펴보았습니다.
또한, 그 속성들이 직장 조직 내에서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문제 해결 방법은 무엇인지도 고민해보았습니다.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달라니... 후우 !!

그런데

 인간의 이기적 속성들만 들여다보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정의와 충돌한다는 의심이 듭니다.

 이기심으로 가득한 인간들이 모여 

고도의 사회성을 발휘하며 조화로운 집단생활을 영위한다는 뜻이니,

그것은 마치 ‘뜨거운 얼음’이나 ‘둥근 사각형’과 같은 ‘형용모순’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1982년에 ‘베르너 귀스’라는 독일의 경제학자는 
아주 간단한 실험을 통해 위의 의심에 대한 해답을 내놓았습니다. 
지금부터 여러분도 실험에 참여해보기 바랍니다.


얼마를 나눠줘야 좋을까..?

누군가 여러분에게 십만 원을 주면서 전혀 모르는 A씨와 나눠 가지라고 합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나눠 주는 액수에 대하여

A씨가 수용하면 그대로 나눠 갖지만,

거부하면 십만 원은 도로 회수해 갈 것입니다.

여러분은 A씨에게 얼마를 나눠 주겠습니까?

(A씨는 실험에 참여한 사람이고, 실험이 끝나면 헤어질 완벽한 타인이며, 실험은 단 1회만 진행됩니다.)


서로에게 이익이되면 이보다 좋을 수 없지!

인간을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존재라고 확신한다면

A씨에게 1원만 줘도 됩니다.

A씨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받지 않는 것보다 

1원이라도 받는 것이 이득이므로 거부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이 말을 믿고 1원을 주시겠습니까?

그런데

같은 조건으로 수많은 실험을 한 결과 의외의 평균 금액이 나왔습니다.

전체 평균 4만 원~5만 원의 금액을 나눠주는 것으로 나타났고, 

정확히 절반인 5만 원을 나눠준 사람도 상당수였다고 합니다.

인간은 개인의 이익도 중요하게 여기지만

공동의 이익 또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증거입니다. 


겨우 그거 받을바에야 둘다 못 받는거야!!

그렇다면 역할을 바꾸어서 

여러분이 A씨 입장이 된다면 1원만 받더라도 수용하겠습니까,

혹은 얼마 이상을 받아야 수용할 수 있겠습니까?

많은 사람이 2만 원 미만의 액수를 제안받을 경우 거부했다고 합니다.

인간은 눈앞의 이득보다도 공정성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증거입니다.


주면 주는대로 받아 !

베르너 귀스의 이 실험은 

일정한 조건에 상대방에게 수용 여부를 묻는다는 점에서 

‘최후통첩 게임’이라고 하는데,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 다니엘 커너먼은

조건을 없애고 마음대로 나눠주도록 하는 ‘독재자 게임’ 실험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즉, 십만 원을 받은 사람에게 독재자의 권한을 부여하여

얼마를 나누어 주든

상대방은 거절할 수 없는 극단적 게임 모형을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상대방의 눈치를 전혀 볼 필요가 없음에도 평균 2만 8천 원 이상(28.3%)을 나눠주었습니다.
앞선 ‘최후통첩 게임’에서 4만 원 이상의 돈을 나눠준 것이
상대방이 거부하면 돈을 받을 수 없다는
단순한 이해득실에서만 결정된 게 아니라는 증거입니다. 


전제만 믿고 있다간 크게 넘어질지도 모를걸?!

위의 두 실험 결과는

인간이 지극히 계산적 존재라는 전제하에

수많은 이론을 만들어왔던 전통 경제학에 충격을 주었습니다. 

당장 눈앞에 펼쳐진 우리 기업들의 현실만 보아도 그렇습니다.

시장의 수요와 공급 때문에 가격이 결정된다는

전통 경제학의 전제만 믿고 전략을 수립하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고가의 명품 브랜드처럼 특정 계층의 수요 증가를 위해 거꾸로 가격을 올리고(베블렌효과),

화장품이나 자동차처럼 특정 계층, 집단에 속하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여 수요를 창출하고(파노플리효과),

홈쇼핑처럼 유행에 뒤처지면 소외된다며 충동구매를 자극하고(밴드왜건효과),

반대로 희소성이 중요한 기념주화처럼 상품 소비가 증가하면 오히려 수요를 줄이는(스놉효과) 등


귀사의 '배려'와 '공정한 서비스'에 감동했습니다!

다양한 마케팅 기법이 난무하는 무한 경쟁 속에서 우리의 기업들이 생존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하거나 모방해서는 우위를 점할 수 없습니다.

소비자는 ‘배려’를 원하고 동시에 ‘공정함’을 원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그에 맞는 상품 전략, 가격 전략, 프로모션 전략 등을 수립하여

메시지를 전달해야 합니다.


저도 열심히 하고 있다구요 ㅠ_ㅠ

최후통첩 게임의 교훈은 기업의 조직 문화에도 적용 가능합니다.

소위 ‘꼰대’라고 불리는 

직장 상사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의 하나가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이기적이야!’입니다. 

이십 년 전 꼰대도, 십 년 전 꼰대도, 지금의 꼰대도 같은 주장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 주장이 옳다면 인간은 급속하게 이기적으로 진화하는 중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주장은 비합리적이고 비과학적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공동의 이익을 위한 배려, 불공정함에 대한 거부 등의 인간 본성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다만 시대별로 바라보는 시각과 가치관이 변화하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팀원끼리 한잔하는게 쉬는거지! 자넨 왜 이렇게 이기적인가!

직장 내 회식 문화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나이 든 팀장은 고생하는 젊은 팀원들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회식을 제안합니다만, 

젊은 팀원들에게 회식은 업무의 연속일 뿐

회사를 벗어나 자기만의 시간을 갖게 해주는 것을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회식이 무산되고 조기 퇴근으로 결정되면

팀장으로서는 젊은 팀원들이 나의 배려를 거부하는 이기적인 존재들로 느껴지는 것입니다. 


시대의 흐름에 같이 발맞춰 가야죠? 당신도 함께, 그쵸?

공정에 대한 가치관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숭늉에도 순서가 있다는 식의 장유유서,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식의 남존여비 등

옛날 가치관에 파묻혀 있는 한 젊은 세대와 공정의 개념을 논할 수 없습니다. 


-옆으로좀 가봐 아파 짜식아!  -추운걸 어떡해 ㅠㅠ

일찍이 쇼펜하우어는 ‘고슴도치 딜레마’라는 말로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표현한 바 있습니다.

고슴도치들이 추운 날씨에 온기를 나누려고 모여들었지만,

서로의 날카로운 가시 때문에 상처 입지 않으려고

거리를 두어야 하는 딜레마를 인간관계에 빗대어 표현한 것입니다.

자신의 가치관과 철학이 때로는 누군가에게 가시가 되어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나이 든 상사든 젊은 직원이든 간에

섣부른 판단과 언행을 삼가야 합니다.


최근에는
기업에서 직장 내 성희롱 방지,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장애인 인식 개선 등을
의무적으로 교육하도록 법으로까지 정하고 있으나,
법 이전에 공동의 이익 추구나 공정성 추구와 같은 
인간의 선한 본성을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시 딜레마에 빠진 고슴도치들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들은 과연 서로의 날카로운 가시를 피하면서도 온기를 나누는 해법을 찾았을까요? 
딜레마에 빠진 고슴도치들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바늘이 없는 머리를 서로 맞대어 체온을 유지하거나 잠을 잔다고 합니다.
하물며 고슴도치들도 그러한데,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우리 인간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면
더욱 따뜻한 지혜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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