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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저씨 Nov 05. 2019

내로남불 심리의 작동 이유가 뭘까?

귀인이론(歸因理論)

안녕하십니까,
 칼럼니스트 조근묵입니다.
지난 편에서는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소유효과’에 대하여 살펴 보았습니다. 
‘소유효과’에 빠지면 회사 밖에서는 ‘호갱님’으로, 
회사 내에서는 ‘꼰대님’으로 불릴 수 있다는 것이었지요.

이번 편에서는

 ‘소유효과’에서 한 발짝 더 깊이 들어가

 ‘특정 상황에 대하여 인간은 어떤 방식으로 추론하고 판단하는가’, 

그리고 

‘유사한 상황임에도 자신과 타인에게 왜 다른 잣대를 적용하여 추론하고 판단하는가’

에 대한 문제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 조상님들은

 ‘잘 되면 제 탓, 안 되면 조상 탓’이라는 속담을 남기셨습니다. 

일이 잘되면 본인이 잘했기 때문이라며 우쭐대고,

 잘못되면 운명 탓을 하거나 남이 잘못했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인간의 속성을 제대로 통찰한 속담입니다. 


나의 성공과 실패의 원인은 어딨을까?!

이 쉬운 속담을 심리학에서는 

’귀인이론(歸因理論)’이라는 어려운 용어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귀인(歸因)’은 ‘원인을 어느 것에 귀속시킨다’라는 뜻으로, 

‘성공이나 실패의 결과를 놓고 원인을 어디에서 찾느냐’로 해석하면 쉬울 듯 합니다.  



<도로 위 운전자들의 공통된 심리>
‘나보다 빨리 달리면 미친 자요, 나보다 늦게 달리면 모자란 자다.’
내 차를 추월한 자의 귀인(歸因) = ‘미침’
내 차를 가로막 있는 자의 귀인(歸因) = ‘모자람’
귀인이론(歸因理論)의 이해

’귀인이론(歸因理論)’에서는 ‘인간은 일의 결과에 대한 원인을 찾는 경향이 있다’

라는 전제하에 이론을 전개합니다. 

즉, 인간은 거의 모든 일에 대하여 따지려 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원인을 사람의 내부에서 찾는 성향과 외부에서 찾는 성향,

 두 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내부에서 찾는 성향은 결과(행동)의 원인을 개인의 성격, 동기, 태도 등에서 찾는 것을 말하고, 

외부에서 찾는 성향은 그 원인을 사회 규범, 외부 환경, 우연한 기회 등에서 찾는 것을 말합니다.


사람은 언제나 오류를 범하죠

그런데 사람들은 대체로 

내부요인(개인적 요인)을 과대평가하고 

외부요인(상황적 요인)을 과소평가하는 

‘기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를 범한다고 합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오류가 자신의 행동(결과)을 설명할 때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타인의 행동(결과)을 설명할 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정말 왜 도로위에는 이상한 사람들 밖에 없는걸까요?!

내 차를 추월하여 빨리 달리는 차를 보고 

‘저런 미%^#!~’이라는 욕이 절로 튀어나오는 상황을 다시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나를 추월해서 빨리 달리는 원인에는 

화장실이 급하다든지, 다급한 일이 있다든지 하는 

상황적인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상대방 운전자의 미친 듯한 성격이나 운전 습관이 원인이라 판단하고 욕을 하게 됩니다.

 반대로 내가 약속 시간에 늦을 것 같은 상황에서 

앞 차가 천천히 달리면 어떻게 반응할까요? 

‘바빠 죽겠는데, 저런 #$%^~’이라는 욕을 하며 추월하여 달릴 것입니다. 

추월하는 자신에게는 ‘바쁘다’는 외부 요인을 끌어들이면서 합리화하고 

상대방에게는 ‘#$%^!’ 같다는 내부 요인을 끌어다 비방하는 것입니다.


앗, 이 머쓱함이 아닌가..?

조금만 생각해보아도 자신의 비합리성에 머쓱해지는, 

그러나 거의 본능처럼 튀어나오는 

인간의 ‘기본적 귀인 오류’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한 심리학자(롤프 도벨리)에 의하면

이 또한 인류가 생존을 위해 진화하면서 갖게 된 속성이라고 합니다.   


원시시대부터 인간은 집단생활을 해야 생존할 수 있었고, 
집단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일에 관여하면서 생각을 조율하고 마음을 맞춰야 했기 때문에,
상황보다는 사람에게서 원인을 찾는 
‘기본적 귀인 오류’ 편향성이 강화되었다.
그래서 인간은 평생동안
90퍼센트의 시간을 '사람'에 대한 생각으로 살고
단 10퍼센트만 '외부 상황'과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며 산다.
-롤프 도벨리-


서로 자신 탓은 절대 안하지?!

그러나 나의 오류를 선사시대 조상 탓으로 돌리기에는 

현실에서 너무 많은 문제를 만들어냅니다. 

다른 친구와 다투고 와서 하소연하는 애인에게 

“자기 성격이 문제야. 너무 예민해서 과민 반응하는 거야!”라고 해보십시오.

아마도 더 큰 싸움이 나거나 헤어지자고 할 것입니다. 


걔 망했데?! 그럴줄 알았어!

동창회에서 사업에 실패한 동기 소식을 듣고 안타까워하는데, 

“원래 믿음을 주는 스타일은 아니었지, 그럴 줄 알았어!”

라며 거들먹거리는 친구가 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사업에 실패한 동기보다 오히려 그런 말을 하는 친구에 대한 믿음이 사라질 것입니다.


교통사고가 나서 뛰어오는데 지하철이 연착되서 택시를 잡았는데 기사아저씨가 투머치 토커여서 늦었습니다...! 억울합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통사고로 지각한 팀원에게 

“변명하지 마, 넌 원래 게으르잖아!”

라고 다그치는 팀장이 있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런 팀장에게서 모범적인 리더십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부글부글 끓는다 끓어..!

시장의 돌발 변수로 인해 일시적 실적 저조에 빠진 팀장에게

 “팀장이 멍청하니까 그런 악재도 발생하는 거야!”

라고 화를 내는 사장이 있다고 가정해보십시오. 

모르긴 해도 그 회사는 더욱 침체의 수렁에 빠질 것입니다. 

이처럼 앞뒤 정황을 파악하지 않고 사람 탓부터 하는 

기본적 귀인오류는 개인적인 인간관계에서부터 가정과 직장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본적 귀인 오류가 

집단 간 편견이나 차별과 연결되면 더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킵니다.

(심리학에서는 기본적 귀인 오류가 집단간 편견과 결부되어 나타나는 것을 가리켜

‘궁극적 귀인 오류’라고 합니다.)

정치권 등 사회 일각에서 심심치 않게 터지는 

특정 계층 폄하 발언(청년 폄하, 노인 폄하, 여성 폄하, 장애인 폄하 등)이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정치권 등에서 목적을 갖고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평상시에 가지고 있던 특정 계층에 대한 편견 등이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실수가 대부분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줍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더욱 끔찍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벌어졌던 일본인들의 조선인에 대한 폄하와 만행, 

2차세계대전 당시 유태인에 대한 혐오와 대학살 등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집단적 편견과 차별은 인류 역사에 씻을 수 없는 비극을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비극적 역사를 경험한 이후에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종족 간 내전으로 인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국가도 있고,

종교적 갈등으로 인해 반인륜적 만행과 학살이 자행되는 국가도 있고, 

심지어 최고의 문명국임을 자부하는 국가들에서도 

여전히 인종 차별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남아있습니다. 


매월 9월 21일은 '유엔 세계 평화의 날' 입니다! 평화를 원해요!

우리 사회에도 반성할 지점이 있습니다.

 피부색이나 국적에 따른 차별 문화가 사회 곳곳에서 사건을 일으키고,

학연이나 지연 등에 의한 뿌리 깊은 편견과 차별 문화 또한 사회 분열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지구상의 많은 지역에서 벌어지는 종족 갈등이나 종교 갈등으로 분열과 싸움을 보면서 

뼈저린 교훈으로 삼아야 합니다. 


내가 잘난게 왜? 

이제까지 ‘타인의 행동’에 대하여 외부 상황적 요인보다 

사람 자체에 대한 내부의 기질적 요인을 근거로 판단하는 오류를 살펴보았습니다만,

‘자기의 행동’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성향을 보이는 것 또한 인간의 속성입니다.

성공에 대해서는 “내가 잘 났기 때문에” “내 인품이 훌륭하기 때문에”처럼 내적 요인을 강조하는 반면,

실패에 대해서는 “날씨가 나빠서” “재수가 없어서”처럼 외적 요인을 끌어다 합리화하려 합니다. 

자존감을 최대한 유지하거나 끌어올리려는 인간의 본능적인 심리입니다.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분석하여 해결책을 얻자!

이러한 심리는

실패를 자신의 탓으로만 여겨 자책하고 포기하는 것보다, 

실패의 원인을 외부 요인으로 돌리고 새롭게 도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패의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기보다 

날씨나 재수 따위의 상황적인 요소들만 탓함으로써 

 발전 가능성을 저해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심기일전 해야 하는 상황인가, 

원인을 냉철하게 분석하여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인가에 대한 판단일 것입니다.

그리고 명심할 것은 

나에게 적용한 기준은 가급적 타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놀구있네! 저 내로남불들!!

그럼에도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스캔들)’의 줄임말인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유사한 상황임에도 자신과 타인에게 다른 잣대를 적용하여 추론하고 판단하는 세태에 대한 풍자였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용어에 스며들어 있던 풍자와 해학이 쓴웃음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헉헉.. 우리 몇시간째 줄다리기 중이지..??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누구에게는 맞고 누구에게는 틀리다’는 

상황 논리를 앞세워 특정인(특정 계층)을 비방할 때, 

혹은 자신(자신이 속한 진영)의 잘못을 감추거나 합리화 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는 무기가 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처럼 신랄한 풍자가 우스갯소리로 전락하면서 

가치가 전복되고 마땅히 지켜야 할 도덕과 법률이 물구나무를 서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누군가의 티끌 같은 약점은 용서받지 못할 죄악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의 명백한 잘못은 대중의 자비와 관용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당연히 사회는 분열되고 소모적인 싸움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합니다.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내로남불’ 문화가 직장 내 조직문화로 전염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리하여 잘못을 하고도 큰 소리치면 이기는 문화,

작은 실수를 끌어다 큰 잘못을 덮어버릴 수 있는 문화, 

자기 잘못은 외부요인으로 합리화하고 남의 잘못은 내부요인으로 부각시키는 문화,

성공을 자기 공로로 내세우고 실패를 남의 탓으로 돌려도 능력으로 인정 받는 문화,

같은 사안임에도 다른 원칙과 기준이 적용되는 문화가 

직장 내에 만연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것은 양육강식과 적자생존의 논리만이 지배하는 ‘동물의 왕국’과 다름 아닐 터이니,

나와 남이 만나 ‘우리’를 이루고 있는 ‘회사’로서의 

존재 이유 자체가 사라지는 것 아닐까요?


인간의 기본적 귀인오류는 
선사시대부터 집단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한 것이자, 
개인의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방어 기재로서 작동하는 본성이었습니다. 
그 선의의 본성이 
현대 사회가 파편화되고 개개인의 자존감이 작아지면서 
고약한 ‘내로남불’의 심리로 변질되어 가고 있습니다. 
지금 이 브런치를 보고 있는 당신! 항상 최고이고 앞으로도 최고일거에요! 화이팅!

그러나 우리 위대한 직장인들은 최초의 본성을 지켜야 합니다.

선사시대 조상들이 사나운 맹수들과 싸우며 생존했듯이,

현대 사회의 직장인들은 무서운 산업혁명의 변화와 싸우며 생존해야 합니다. 

조상들이 집단생활의 지혜를 빌어 싸웠다면, 

현대의 우리 직장인들은 축적된 ‘인문의 지혜’를 빌어 싸워야 합니다. 

나의 실패에 관대한 본능처럼 타인의 실패에는 위로로써 자존감을 살려주고, 

나의 성공에 외쳤던 주문처럼 타인의 성공에는 ‘넌 최고니까!’를 외쳐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멋진 직장 문화를 
위인존에서 함께 만들고,
서로 나누고, 
많은 회사에 전파하면, 
‘내로남불’로 변질된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문화 또한 
정화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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