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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저씨 Dec 13. 2019

체벌이 칭찬보다 효과적이다..?

행동경제학이 밝힌 체벌에 대한 잘못된 인식

안녕하세요, 조근묵 입니다.
지난 편에서는
특정 알고리즘에 의해 움직이는 로봇과 달리 인간은
복잡한 감정 휴리스틱에 의해 주체적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특성을 지녔다는 점,
그리고 ‘낙인효과’와 ‘피그말리온효과’가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낙인효과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악용되었고, 우리 일상에 어떻게 스며들어 있으며,
직장 내 조직 문화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대한민국 만세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36년은 우리의 가장 아픈 역사 중 하나입니다.

그 아픔과 치욕이 쉽게 가시지 않는 것은

여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처럼 남아서 시시때때로 곪아터지기 때문입니다.


이 시국에 이런 역사를 되짚어보니 열불이 난다!!!!! 노 제팬!!!!!

일제의 지배 논리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조선놈은 맞아야 말을 듣는다’는 ‘낙인 찍기’ 논리는 가장 강력하면서도 악랄한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조선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열등한 민족이라는 듯한

‘조선놈’이라는 낙인(비하)과 함께 ‘맞아야 말을 듣는다’는 억지 명제를 버무려

자신들의 무자비한 폭력적 지배에 대한 정당화 논리와 명분으로 삼았습니다.

또한 친일세력을 앞세워 ‘조선인은 소나 돼지처럼 미개하기 때문에 맞아서라도 개화되어야 한다’고

선동함으로써 민족을 분열시켰고,

마침내 일부 우매한 민중들 또한 그 논리에 세뇌되어 불의한 폭력 앞에서 반항하지 못한 채

‘조선놈이니까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 쯤으로 순응하였습니다.


이처럼 36년간 지속된 낙인과 폭력은 부지불식 간에 스며들어 암세포처럼 잠복하였고,

해방 된 이후 7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우리들 일상의 삶 곳곳에서 악성종양처럼 돋아나

통증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내 아이는 내 것이라는 낙인에서 출발한 아동 폭력,

여성은 남성을 위한 존재라는 낙인에서 출발한 여성 폭력,

외국인 근로자는 미개한 나라에서 돈 벌러 온 천박한 노동자라는 낙인에서 출발한 인종 폭력,

부하는 충성과 복종의 존재라는 낙인에서 출발한 계급 폭력,

가난은 무능함의 산물이라는 낙인에서 출발한 계층 폭력 등


인간은 누구나 존엄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소유물, 수단, 도구로 낙인 찍는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집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간에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다

인간을 대함에 있어 존엄성을 무시하고 하찮은 존재로 낙인 찍는 순간,

폭력은 필연적으로 따라옵니다.

폭력은 비정상적이고 부당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가장 쉽고도 강력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체벌의 문제가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유치원에서는 밥 투정한다는 이유로,

학교에서는 품행이 불량하다는 이유로,

군대에서는 군기가 빠졌다는 이유로,

직장에서는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폭력적 체벌이 횡행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체벌을 가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체벌이야말로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며, 오히려 칭찬은 소용 없다’라고 확신하는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잘 생각해보면 참 간단한거 같은데..?

일찍이 이스라엘 예루살렘대학교의 두 심리학자인

에이모스 트버스키와 대니얼 카너먼은

전투기 조종사의 훈련방법 중 체벌과 칭찬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했습니다.

교관들의 주장에 따르면 칭찬을 받으면 오히려 다음 비행이 나빠지는 경향이 있고

체벌을 가하면 다음 비행이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이 주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조종사마다 각자의 평균 비행 능력이 있으므로

평소보다 훌륭한 비행을 한 경우(칭찬한 경우) 다음 비행은 전보다 못할 확률이 높고,

평소보다 저조한 비행을 한 경우(체벌을 가한 경우) 다음 비행은 전보다 잘할 확률이 높을 뿐,

그것이 칭찬이나 체벌의 결과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평균으로 회귀'한 것이 더 맞는말 같아..!

이는 야구 선수에 비유하면 더 이해가 쉽습니다.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친 선수에게 아무리 칭찬을 한들

평균 타율이 3할인 이 선수는 다음 타석에서 또 안타를 칠 확률이 낮습니다.

반대로 두 타석 연속 삼진 당한 후 체벌을 받은 선수는 다음 타석에서 안타를 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데 결과를 놓고 ‘칭찬은 소용 없고 체벌이 효과적이다’라고 주장하면 과연 옳은 것일까요?

그 선수에게는 평균적으로 3할의 안타 생산 능력이 있으므로 칭찬과 체벌에 상관 없이

‘평균으로 회귀’한 것이라 주장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인간이란 참 신비한 존재란 말이야...

항공 교관들이 경험으로 주장한 ‘체벌의 효과성’을 반박한 두 교수는 이후 행동경제학을 창시하여

노벨상까지 수상하였고 그 제자들 또한 노벨상의 단골 수상자가 됩니다.

경제학 분야에서 두 사람의 업적은 논외로 하더라도

그들의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은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인간은 그렇게 쉽게 정의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

고전경제학은

‘인간은 합리적이다’라는 전제(고정관념/낙인)에 갇혀

인간이 마치 알고리즘에 의해 작동되는 기계처럼 바라본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두 교수는 인간은 감정 휴리스틱(경험, 직감, 신념 등)에 의해 판단하고 결정하는 복잡한 존재,

즉 한마디로 정의하거나 단정하기 어려운 존재라는 전제 하에서 학문을 구축하고 성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이쯤에서 다시 일상 대부분을 보내는 우리들의 직장으로 시선을 돌려보겠습니다.
매년 연말이면 직장마다 인사평가가 시행됩니다.
고도의 평가 제도와 시스템을 활용하기도 하고,
연례행사처럼 형식적으로 시행하기도 하고,
대표자나 책임자의 간단한 평으로 갈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평가 방법은 각자 다를 수 있으나 한 가지는 반드시 지켜져야 합니다.

인사평가라는 미명 하에 함부로 사람을 평가하고 낙인을 찍어서는 안 됩니다.

평가의 대상은 그 사람의 성과로 한정해야 하고 사람 자체에 대한 평가는 예외로 규정해야 합니다.

(사규 위반 등 특수한 상황에서는 평가가 아닌 인사위원회 등을 통한 별도의 의사결정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직장에서의 인사평가는 사람에 대한 평가로 시행되고 있고,

피평가자인 직장인들 역시 자신에 대한 평가로 인식하여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립니다.


자네의 가능성을 믿네, 날 실망시키지 말게!

인사평가의 목적은

개인별 성과의 호부진 사유를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함으로써 개인의 평균 능력을 향상시키고,

나아가 조직 전체의 성과를 향상시키는 데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개개인은 평균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평균으로 회귀’하게 됩니다. 따라서 한 해 부진한 사원이라도 다음 해에 목표 이상의 성과를 도출해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에 대하여 함부로 낙인을 찍는 평가를 실시하면 그 가능성을 무시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니,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향상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런 사원에게도 잠재능력이 있을까요..? ...이..있습니다...!!

인사평가가 아닌 조직 내 일상 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심지어 범죄자를 재판함에 있어서도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하는데

우리는 너무 쉽게 사람을 평가하고 낙인을 찍는 경향이 있습니다.

서로의 단점을 찾아 비방하고 헐뜯기보다는 서로에게 어떤 잠재 능력이 있는지,

어떻게 해야 그 능력을 이끌어내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논의하는 직장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직장인들 한 해 동안 정말 고생많으셨습니다!! 2020 경자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는 수많은 외세의 침략을 받으며 고초를 겪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오랑캐’니 ‘미개한 민족’이니 하는 낙인도 많이 찍혀왔지만,

그 보다 더 아프고 수치스러운 건 피해자인 동족을 향해

‘환향녀’니 ‘부랑아’니 하며 낙인을 찍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지금 직장을 오로지 전쟁터라 생각하고 동료에게 그런 몹쓸 낙인을 찍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그런 낙인이 찍힐까 두려워 하는 것은 아닌지,

함께 둘러보며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할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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