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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아저씨 Oct 11. 2019

'자뻑'과 '자괴'는 젊음의 특권

젊꼰(젊은 꼰대)을 극복하는 방법

안녕하세요, 조근묵입니다.
지난 편에서는 ‘나르시시즘’ 관점에서 
나이 든 늙꼰(늙은 꼰대)에 대한 심리적 분석과 
극복 방법에 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또한 나이와 상관없이 젊은 사람들도 꼰대가 될 수 있고, 
소위 젊꼰은 늙꼰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점도 상기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젊은이들이 왜 꼰대가 되는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유명 교수의 베스트셀러 책 제목이자 

한때 우리 사회를 강타했던 유행어이기도 합니다.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는 이 시대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위로가 

책의 주된 내용이라 볼 수 있으나, 

가뜩이나 아픈 젊은이들에게 

아파도 견뎌야 한다는 훈계처럼 들리는 제목으로 인하여 

비난도 참 거셌습니다. 


아프면 청춘일까? 환자일까?


이처럼 젊은이들을 화두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무척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아무리 균형 감각을 갖고 객관적으로 얘기를 한다 해도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위로가 오히려 모욕이 될 수 있고, 

격려가 오히려 훈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면 확신을 갖고 떠들 용기를 부려야 할 터인데, 

잘난 척 나서서 이야기했다가 괜한 욕만 먹는 게 아닌가 하여 

망설여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말해야하나? 꼰대라고 욕하겠지..?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젊은이들에게서 보이는 양극단의 특성도 바로 용기와 우유부단함입니다. 

새로운 지식이나 경험을 접하고 난 후 

지나친 자기 확신으로 무모한 용기를 부리는 실수를 하는가 하면, 

충분한 자질과 능력을 갖고 있어 도전해볼 만도 한데 

결과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으로 기회를 놓치는 실수도 합니다. 


무모한 용기의 대명사 돈키호테


젊꼰(젊은 꼰대)이라 불리는 사람도 이 두 가지 유형이 많습니다. 

입사 1~2년 밖에 차이 나지 않는 직장 선배인데도 

임원처럼 거들먹거리며 상대방을 부리는 유형이 있고, 

세상 다 살아 본 노인처럼 

매사에 우유부단하며 주저하는 유형도 있습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살아야지 뭘 죽어..! 이걸 고민이라고!)


이러한 인간의 이중적 특성과 관련하여 
미국 코넬대학교의 데이비드더닝과 저스틴크루거
두 명의 교수가 인지편향 실험을 통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해냈습니다. 


실험은 아주 간단했습니다. 

45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논리 시험을 실시하면서 

답안지와 함께 자신의 예상 성적 순위를 제출하도록 주문하였습니다. 

그 결과

실제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예상 성적 순위를 높게 평가하였고, 

실제 성적이 높은 학생들은 예상 순위를 낮게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 결과를 놓고 

더닝과 크루거 두 교수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습니다. 


능력 없는 사람의 착오는 
자신에 대한 과대평가에 기인하고, 
능력 있는 사람의 착오는 
다른 사람이 더 잘 할 것이라는 착각과 
자신에 대한 과소평가에 기인한다.


이들은 특히 

능력 없는 사람이 잘못된 결정을 내려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도 

스스로의 오류를 알지 못하는 현상을 일컬어 

‘더닝 트루거 효과’라고 명명하였습니다. 

자신의 실력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반면 

타인의 능력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 능력 없는 사람의 대표적 특성이며 

훈련을 통해 능력이 향상된 후에야 

이전의 자기 능력 부족을 깨닫고 인정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더닝 트루거 효과


이는 등산에도 비유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이제껏 등산을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아직까지 이 사람에게는 등산에 대한 자신감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낮은 산의 정상을 오르게 되었습니다. 

첫 등산 성공 경험으로 인해 이 사람의 자신감은 가파르게 상승합니다. 

그렇게 나지막한 산 몇 개를 정복하고 났더니 

이 사람의 등산에 대한 자신감은 최고조에 이릅니다. 

이 단계가 바로 실력이 부족한 사람이 

근거 없는 자신감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단계입니다. 


여기가 동네 뒷산인건 비밀


그러나 더 크고 높은 산을 오르며 실패를 겪게 되면 깨닫게 됩니다. 

세상에는 내가 알고있는 것보다 

크고 높은 산들이 수도 없이 많다는 사실을, 

그리고 등산에는 힘 뿐만 아니라 기술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후 이 사람의 자신감은 급격히 절망의 계곡으로 추락하면서 

첫 등산 경험 이후 가졌던 것보다도 더 낮은 자신감을 보입니다. 

자신이 또래에 비하여 더 많은 능력이 있음에도 

과소평가하며 망설이는 단계입니다. 


훈련에 훈련을..!


이후 이 사람은 더 높은 산을 정복하기 위해 

체력 훈련과 기술 훈련을 시작합니다. 

등산에대한 노하우(지혜)가 쌓이게 되면서 

자신감도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합니다. 

첫 경험 때 가파른 상승 곡선과 달리 

자신감의 상승곡선은 완만합니다. 

그러나 큰 추락 없이 상승은 지속됩니다. 



그러다 보면 이 사람은 맨 앞에서 대원들을 이끄는 

등반대장이 되어 세계의 거대한 산들을 하나 둘씩 정복하는 

전문 산악인 지위에 오르게 됩니다. 

실제로는 십 년 이상의 세월에 거쳐 일어나는 성장 과정을 

너무 간단하게 정리한 듯 하지만 

대체로 인간은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겪습니다.




이쯤에서 다시 젊은 꼰대 이야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젊은 꼰대가 늙은 꼰대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말하는 까닭은 

바로 ‘더닝 크루거 효과’에 의한 인지편향성 때문입니다. 

젊은 직장인은 직장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자신의 실력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반면 

타인의 능력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그릇된 확신에 사로잡혀 일을 저지르기 시작합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듯이 

앞 뒤 가리지 않고 덤비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용감하게(?) 저지른 일의 결과가 매우 나쁘고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다는 데 있습니다. 

심지어는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처럼 

남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히기도 합니다.



“원샷은 우리 회사 전통이야!”를 외치며 

회식자리에서 신입사원에게 술을 강요하는 

젊은 꼰대가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스타트업으로 출발하여 창업 2년차 회사입니다. 

회식 자리 원샷이 전통이라는 말도 맞지 않고 

술을 강요하는 것도 바른 조직 문화가 아닙니다. 

개인의 술자리 습관을 회사의 전통과 문화로 착각하여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신입사원이 술을 한 잔도 못하는 체질이었습니다. 

다음 날이 되어서야 신입사원이 간밤에 응급실에 실려간 사실을 알게 되고, 

사기 진작을 목적으로 한 회식 때문에 

오히려 회사 분위기가 초상집으로 변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젊은 꼰대는 자기 잘못을 모르고 이렇게 생각합니다. 

‘난 회식 분위기 띄우려 노력한 것 뿐이야! 

술 한 잔도 못하는 저질 체력으로 영업하겠다고 지원한

 신입사원이 문제 아니야?’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매우 전형적인 ‘사람 잡는 선무당 유형’의 젊꼰 에피소드입니다.


우린 3년차 스타트업인데..어느새 이런 전통이..?


위의 예와는 반대로 소위 ‘애 늙은이 유형’의 젊꼰도 있습니다. 

또래에 비하여 더 많은 능력이 있음에도 

자신을 과소평가하며 복지부동하는 유형입니다. 

타고난 성격 상 우유부단한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조직에서 몇 번의 실패와 좌절을 겪고 난 후 

눈치를 보기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이런 유형의 젊꼰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지켜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말을 내세워 기회를 차버리기 일쑤입니다. 


“한 발짝만 앞서야지 너무 앞서면 실패해. 죽 쒀서 개준다고!”
“대기업 다니는 친구네 형이 시도했다가 실패한 프로젝트야. 우리가 그걸 어떻게?”
“그 프로젝트 추진했다가 실패하면 우리 모두가 옷 벗어야 돼!”
“일 많이 한다고 출세하냐, 줄을 잘 서야지!”


문제는 이런 유형의 젊꼰은 새로운 일을 추진하기 어렵고 

오는 기회마저도 차버릴 수 있어, 

개인이나 회사에 보이지 않는 손해를 입힌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성공과 실패 확률이 반반인 신규 프로젝트를 놓고 갑론을박 하는데 

젊꼰이 위의 이유로 계속 추진을 반대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추진한다면 성공 확률이 50%지만 

추진하지 않는다면 성공 확률은 항상 0%입니다. 

즉, 영원히 기회를 찾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예는 의사결정에 직접 관여하는 

직장 생활 십 년 이상의 간부급에나 적용할 문제라고 착각하면 안 됩니다. 

프로젝트의 추진 여부에는 간부급이 절대적으로 관여한다 해도 

세부 실행 단계에서는 실무자들이 투입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실무자가 프로젝트에 대하여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제대로 가동될 수 있을까요? 

더구나 실무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중간 직급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 부정적인 생각은 아래의 직급으로도 전파될 것이고, 

그 프로젝트의 성공 확률은 최초 50%보다 훨씬 아래로 떨어질 것입니다.



젊꼰의 두 가지 유형을 살펴보았습니다만, 

반드시 ‘선무당 유형’과 ‘애늙은이 유형’이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더닝 크루거 효과’로 분석해보면 대체로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일 뿐 

사람의 성격이나 경험의 차이, 조직의 문화에 따라서 복잡하게 나타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직장 내 ‘젊꼰 문화’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직장 전체의 문화입니다. 

아직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젊은 직장인은 

기존의 문화를 배우며 적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직장 문화가 수직적으로 경직되어 있고, 

소통도 잘 되지 않으며, 

서로의 생각이나 처지를 공감해주지 않는 문화라면 

아무리 훌륭한 인재가 새로 입사한다 해도 

젊은 꼰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입사 때 만해도 S급 신입이었는데...망가졌네 망가졌어 쯧..


둘째는 ‘더닝 크루거 이펙트’의 싸이클을 정확히 이해하고 

각 단계별로 맞춤형 변화 관리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천편일률적인 관리 체계에서 벗어나 

능력 대비 과도한 자신감을 보일 때, 

혹은 과도한 불안(망설임)을 보일 때를 파악하여 

적절한 관리와 리더십을 보여줌으로써 

건전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셋째는 조직 구성원 전체가 공감하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사람마다 생각도 다르고 이미 성인으로 성장한 만큼 바꿀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내가 맞고 상대방이 틀렸다고 생각한다면 

대화와 공감은 끼어들 여지가 없고 각자 평행선을 달려야 합니다. 

그러나 상대방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 인정하고 이해하려 한다면 

분명히 접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직장 내 곳곳에 그런 접점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꼰대가 설 자리는 사라집니다.


위인존에서 늘 강조하듯 
직장만큼 인문학을 배우기 좋은 곳은 없습니다. 
꼰대 소리 듣지 않기 위해 
나를 반성해보고, 
남을 이해하고, 
우리가 함께 문화를 만들어 간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인문학 공부가 어디 있을까요. 

다음 시간에는 
우리 직장인들 개개인을 관통하고 있는 
인간의 속성을 통해 
기업에 인문학이 왜 중요한지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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