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의 살기

혼자 걷는 길은 때로 무섭다.

by 묵상회

말없이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
바람의 눈빛,
빛을 흘리며 튕기는 먼지들,
그리고
지평선 너머에서 벼리고 있는
보이지 않는 칼끝들

나는 늘 그걸 알고 있었다
해질녘 붉게 물든 구름 아래
누군가 나를 향해 숨죽이고 있다는 걸
빛은 아름답지만
언제나 날카로운 가장자리를 숨기고 있었다

도망칠 수 없는 장소에서
나는 걸었다
걷는다는 건,
사선 위를 기는 것과 비슷했다
넘어지면 베인다
버티면 멀어진다
지평선이 그토록 멀리 있으면서도
내 목덜미에 숨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나는 알아버렸다
세상은 끝이 아니라
가까워질수록
나를 해치는 선이 된다는 걸

그래도 나는 걷는다
피하지 않는다
이제 나는,
지평선을 향해
나의 살기를 되갚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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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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