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 자전거길
국토종주 첫 라이딩
1부에서 걸음은 강변을 따라 수평적으로 이어졌다. 이제 2부, 운길산과 천마산에서부터 발걸음은 중력을 거슬러 수직적인 오름으로 전환된다. 몸의 힘으로 산을 오르는 일은 또 다른 방식으로 내면을 단련시킨다.
살면서 상실을 마주하게 되면 삶은 정지된다. 먹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갖고 싶은 것도 모두 무의미해진다. 오로지 시간의 무게를 견뎌내야만 한다. 다행히 내게는 걷고 오르며 타는 일들이 조용히 스며들었다. 무엇이든 시작하면 즐겁게 몰입하는 성격 덕분에, 이 새로운 경험은 내 삶의 궤도를 바꾸고 있었다. 무엇보다 걷고 오르고 타는 행위는 혼자서 삭혀내기에 가장 적절한 방식이었다.
아마 자전거로 국토종주를 완성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처음부터 대장정을 꿈꾸지 않을 것이다. 여러 번의 경험이 쌓여야 비로소 '종주'라는 단어에 가닿는다. 나 역시 그랬다. 평소에는 25킬로미터를 달리던 사람이었고, 그 익숙한 거리 안에서 몸의 리듬을 익혔다. 쉬는 법을 배우고, 무리하지 않는 속도를 알게 되었을 뿐이다. 국토종주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전환점에는 후배 이 선생의 도움이 컸다. 그는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것은 단순한 격려라기보다 정밀한 계산에 가까운 말이었다. 내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정확히 짚어주는 한마디였다.
익숙한 풍경 너머의 첫 페달
첫날, 평소 25킬로미터를 타던 내가 인증수첩의 안내에 따라 70킬로미터를 달려야 했다. 거리의 숫자가 늘어난 것보다 더 큰 변화는 감각의 전환이었다. 이제는 이동이 아니라 하루의 '여정'으로 삶의 단위가 바뀌었다는 느낌이 먼저 왔다. 첫 코스는 조안면 자전거 국토종주 표지석이 있는 '밝은 광장'에서 출발해 춘천까지 이어지는 길이었다. 조안면에 살았던 경험 덕분에 익숙했던 그 공간이 새로운 출발점이 되었다.
조안면에서 춘천까지 이어지는 북한강 자전거길에는 밝은 광장-샛터삼거리-청평(신설)-경강교(자라섬)-신매대교(춘천) 인증센터가 정해진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다. 인증센터는 예전 공중전화 부스처럼 생긴 빨간 구조물이다. 초행길에서는 강변 풍경에 묻혀 지나치기 쉬우므로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과 보급의 시간
인증센터는 단순히 도장을 찍는 장소가 아니다. 길 위에서 흩어지던 사람들이 잠시 모이는 지점이다. 나는 주로 미니벨로를 타고 혼자 다닌다. 그래서 인증센터에 서면 다른 라이더들의 시선이 한 번 더 머문다. '그 조그만 걸로 다니세요?'라는 질문은 거의 빠지지 않는다. 부부나 연인, 동호회 단위의 사람들과 짧은 안부를 나누고 헤어질 때는 늘 같은 말을 건넨다. '안라(안전라이딩)하세요!'
국토종주 라이딩에서는 최소한의 짐만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출발 전부터 보급지(편의점, 식당, 숙소)를 치밀하게 계산한다. 편의점은 소진된 몸을 다시 채우는 곳이다. 물과 음료로 수분을 보충하고 간단한 음식으로 에너지를 채운다. 보급을 마치고 다시 자전거에 오를 때, 땀이 식고 몸의 열이 가라앉으며 느끼는 바람의 감각은 오직 달려본 사람만이 아는 순간이다.
춘천, 젊은 날의 기억이 머무는 도시
춘천은 내게 단순히 도착지가 아니다. 20대 시절, 대학을 막 졸업하고 현장을 누비던 막내 디자이너였을 때, 이곳은 처음으로 '살고 싶다'는 감각을 일깨워준 도시였다. 당시 공지천 언덕 위의 MBC에서 열렸던 '예쁜 엽서' 전시회를 기획하고 설치하며 보냈던 시간들이 생생하다. 점심을 먹고 옥상에서 내려다보던 공지천과 에티오피아 커피숍의 풍경은 지금도 내 안에 살아있다.
시간은 흘렀지만, 장소는 기억을 품은 채 그대로였다. 예전에는 전시를 준비하러 오던 곳이었고, 지금은 하루의 라이딩을 마치기 위해 도착하는 곳이 되었다. 춘천에 도착한 날, 나는 '춘천 소바'로 향한다. 여름이라면 늘 판메밀을 시킨다. 여기서 '자루(笊)'¹는 대나무로 엮은 소쿠리나 평평한 채반을 뜻하는데, 면의 물기가 아래로 자연스럽게 빠지게 하여 식감을 끝까지 쫄깃하게 유지해 주는 지혜가 담겨 있다. 메밀의 담백한 향이 올라오고, 무즙과 고추냉이를 푼 차가운 육수에 면을 적셔 먹으면 운동 뒤의 피로가 씻겨 나간다.
완주보다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는 호흡
내가 자전거를 타는 이유는 분명하다. 건강, 지역의 음식, 그리고 달려야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새벽 강물 위에 부서지는 윤슬과 해 질 무렵 길게 늘어지는 빛은 목적지에 빠르게 도착하는 것보다 훨씬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스탬프는 그 하루의 끝에 남는 훈장이다. 혹여 도장을 빠뜨리더라도 사진이나 앱을 통해 인증을 보완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여정은, 한 번의 실수로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생과 닮아 있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넘어지지 않고 안전하게 완주하는 일이다. 25킬로미터의 일상이 모여 국토종주라는 기적을 만들었듯, 길은 그렇게 조금씩 완성되어 간다. 운길산이 고요한 위로였다면, 이 길은 힘겨운 일상 끝에 나를 기다리는 '새로운 디저트'² 와도 같다.
길 위에서의 질문
'우리의 삶은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가, 아니면 그곳으로 향하는 길 위에서 만나는 찰나의 풍경과 스스로의 호흡 속에서 이미 매 순간 완성되고 있는가?'
¹ '자루(笊)'는 대나무로 만든 채반을 의미하며, 소바의 수분을 조절하여 면의 품질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² 일상 속의 보상이자 재충전의 의미를 담은 비유적 표현이다.
* 내게 큰 상실을 주고 간 고인의 7주기를 추모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