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AI 시대를 흔히 ‘질문의 시대’라고 말한다.
무엇을 묻느냐에 따라 답의 질이 달라지고,
정확한 질문이 곧 능력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실제로 AI와 함께 사고해 본 경험은
이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AI의 응답에는
사실과 다르거나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
이 현상은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이라 불린다.
할루시네이션이란
AI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거나
충분한 근거가 없는 정보를
사실처럼 생성해 제시하는 구조적 현상을 말한다.
이로 인해 질문은
더 이상 하나의 답으로 끝날 수 없게 되었다.
응답은 확인의 대상이 되고,
근거는 다시 검증을 요구하며,
질문은 연속성을 갖는다.
사고는 단일한 질문의 형식에서 벗어나
긴 대화의 형식으로 이동한다.
이 변화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더 똑똑한 답을 내놓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가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고
그 책임이 어디에 놓이는가에 대한 문제다.
플라톤은 오래전에
이 형식을 이미 보여주었다.
그는 철학을 설명하지 않고
대화를 배치했다.
질문과 응답, 잠정적인 합의,
다시 흔들리는 전제,
그리고 결론 없이 멈추는 장면들.
플라톤의 대화편은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생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기록한다.
고대의 플라톤이
AI 시대를 예견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AI 시대에 다시 필요로 하게 된
사고의 형식은
이미 그의 대화 속에 남아 있다.
AI 시대는
질문의 시대라기보다
대화의 시대에 가깝다.
질문은 출발점이 되고,
대화는 사고를 지속시키는 형식이 된다.
이 책은
AI를 해석하는 책이 아니다.
AI와 함께 사고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살핀다.
답을 제시하지 않고,
질문을 가르치지도 않는다.
다만,
질문이 어떻게 대화로 이어지고
그 대화가 사고를 멈추지 않게 하는지를 따라간다.
[1] 플라톤, 『변명(Apologia)』, 38a. 그리스어 원문:
*ὁ δὲ ἀνεξέταστος βίος οὐ βιωτὸς ἀνθρώπῳ.*
국내 번역본에서는 다음과 같이 옮겨진다. “검토되지 않은 삶은 인간에게 살 가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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