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by mookssam

시니어가 된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그 말이

나를 규정하는 이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글을 쓰고,

사례를 만나고,

나의 시간을 다시 살피면서

그 생각은 달라졌다.


시니어는

하나의 나이가 아니었고,

하나의 상태도 아니었다.

선택이 겹쳐 만들어진

삶의 형태에 가까웠다.


감각이 달라지고,

몸의 조건이 바뀌고,

시간의 구조가 변한다.

그 위에서

사람은

다시 선택한다.


어떻게 움직일지,

누구와 관계를 맺을지,

어떤 일을 이어갈지,

어디까지 유지할지.


이 책에 등장한

여러 시니어의 꼴은

특별해서가 아니라

각자의 조건에

정직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누군가는

업으로 살고,

누군가는

노동을 선택하고,

누군가는

배우는 데 시간을 쓴다.


공통점은 하나다.

자기 삶을

남에게 맡기지 않았다는 것.


시니어가 된다는 것은

젊음을 붙잡는 일이 아니라,

지금의 몸과 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그리고

그 조건 안에서

다시 살아보는 일이다.


이 책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여러 개의 꼴이 가능하다는 사실,

그리고

그 꼴은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기록했을 뿐이다.


이후의 시간은

이미 시작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지금 이 페이지를

덮는 순간부터.


걷고,

멈추고,

다시 움직이는 일.

그 단순한 반복 속에서

삶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Photo by nicollazzi xi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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