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화나 축제&비치에서 Hangout
매년 4월 20일은 밴쿠버 잉글리시베이에서 마리화나축제가 열린다. 담배를 피워본 적도 없고, 마약을 하고서 한국에 들어갔을 때 잡혀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마리화나를 피고 싶진 않았다. 그래도 밴쿠버에서 열리는 큰 축제 중 하나라 밴쿠버에서 알게 된 한국인 Cindy 언니와 같이 가보았다.
특별히 정보를 많이 알고 간 건 아니었다. 그래서 사람이 몰려있는 곳에서 사람들 구경하고 다녔다. 전해 듣기로는 이날 잉글리시베이에서 마리화나를 피면 그 연기가 다운타운까지 뭉게뭉게 넘어가서 축제가 열리는 하루 내내 마리화나 냄새가 그득하다고 그랬다. 동시에 피면 그 연기가 다운타운 중앙에서도 보일 정도라고 했다.
마리화나는 우리나라에서는 대마초로 불리고, 캐나다에서는 위드라고 부른다.
내가 있을 때는 암암리에 허용이 되던 시기였다. 그래서 길을 지나가다 전깃줄에 신발이 걸려있다면 마리화나를 파는 곳이라고 했다. 또는 나뭇잎의 간판이 있는 가게는 마리화나를 파는 가게였고, 길거리 노점에서도 가끔 나뭇잎 표시가 보이기도 했는데 그곳은 어김없이 위드를 팔고 있었다.
그렇게 쉽게 접할 수 있는 마리화나였기 때문에 대마초가 불법인 나라에서 왔을지라도 밴쿠버에 오면 한 번씩 대마초를 펴보는 외국인들이 많았다.
마리화나데이를 보내면 주변에서 쉽게 마리화나 관련 물품을 살 수 있었기 때문에 이날을 기점으로 마리화나 쿠키를 먹어본다거나 대마초를 피워봤다는 경험자들이 속출했다.
애당초 담배 냄새를 싫어하고, 마약을 했을 때 느껴지는 좋은 감정들을 느껴봐야 할 만큼 현실이 불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밴쿠버에 머물면서 접해보진 않았다. 그저, 마약에 취해가는 이들과 놀면서 간접적으로나마 취해봤을 뿐이다.
Cindy 언니도 불량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마리화나 축제는 우리에겐 크게 감흥이 있진 않았다. 다만, 그렇게 재미없고 조용한 도시라는 밴쿠버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활기찬 모습을 보는 건 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우중충했던 겨울이 끝나고 따뜻한 봄이 오면 밴쿠버는 날씨가 환상적으로 좋아진다. 그래서 이때 꼭 해봐야 하는 것은 잉글리쉬베이에 자전거를 타는 일이다.
잉글리쉬베이 초입에는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 곳이 있다. 거기서 자전거 대여 후 잉글리쉬 베이를 한 바퀴 싸악 돌아봐야 한다.
바닷가에서 자전거를 타본 적 있는가. 그 어떤 경험보다, 그 어떤 상상보다 더 좋을 것이다. 그곳이 밴쿠버 잉글리시베이라면 더더욱.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 차가운 바람, 하지만 짠내 없이 깔끔한 바닷바람, 적당히 많은 사람들, 그리고 행복한 얼굴들. 그 속에서 함께 즐기는 나라니. 그 어떤 놀이보다 좋았다.
오랜만에 타는 자전거라 카메라를 들고 한 손으로 사진 찍을 여유는 없었다. 자전거를 몇 번 타봤던 Jamie 언니 덕분에 자전거 타는 내 모습을 영상으로 담을 수 있었다.
내가 캐나다 정착할 때부터 만났던 Jamie 언니였고, 또 언니가 나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기 때문에 정말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5월 생일인 Jamie 언니에게, 첫 월급도 탔던 이후라 감사의 의미로 마카롱 선물과 미역국을 먹을 수 있는 Robson street에 있는 한식당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가끔 룸메이트 Yeji랑도 같이 시간을 보냈다. 우중충했던 날씨 때문에 집에서 수다를 떠는 시간이 많았었는데, 날씨가 좋아지니 밖으로 데이트하곤 했다.
블랙앤블루 동료인 Chenny랑도 많이 가까워졌다.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많이 가까워졌고 내 스케줄이 늘어나면서 Chenny랑 동시간대에 일하는 시간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Chenny가 워낙 나를 잘 챙겨줬다.
일이 끝나면 뒤풀이 가는 자리에 나를 불러주기도 했고, 그러다가 스케줄이 없는 날이 겹치면 낮에 hangout을 하기도 했다.
블랙앤블루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Chenny로부터 다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원래 뒷담화(?)하면서 친해지는 법이다.
또 다른 일터의 동료들, Blenz에서 같이 일하는 Nana와 Yushik과도 따로 시간을 보냈다. 일을 마친 후, 또 일을 시작하기 전 시간이 딱 맞아서 셋이 만나게 되었다.
Nana와 Yushik과는 역시나 스케줄이 자주 겹쳐서 같이 일하게 되는 일이 많았다. 일하면서 계속 수다를 떠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좁은 카운터에서 일하게 되니 유대관계라는 게 생겼다. Nana도 나를 많이 좋아해 줬고, Yushik도 항상 나보고 영어 발음은 좋다면서, 일도 빨리 배웠다면서 항상 칭찬해 줬다. 좋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또 나를 좋아해 줬기에, 또 나를 항상 불러내주었기에 좋은 사람들과 만나고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렇게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던 나는 정말 행운아였다.
초반에 밴쿠버에 적응할 때는 친구들을 만나고 사귀는 것도 돈이 없으니 꺼려졌었다. 하지만 투잡을 하면서 어느 정도 돈을 벌게 되니 친구를 만나는 게 즐거워졌다.
Tinder 앱으로 만났던 Mick과도 점점 친해졌다.
Mick이 사는 동네는 다운타운에서 조금 벗어난 곳이었다. 그리고 일터는 다운타운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가는 곳에 위치했다. 그렇다 보니 만나는 곳은 Mick이 일을 마치고 내리는 버스 정류장 앞 JJ BEAN이나, Mick이 사는 동네 근처에 있는 Kitsilano Beach였다. 키칠라노 비치는 밴쿠버에서도 알아주는 비치였다. 날씨가 좋으니 선글라스를 끼고 비치에 앉아서 사람들 구경하고, 반짝거리는 바다도 구경하고, 배고프니 근처 스시집에 가서 포장해 와서 먹고 하는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니 밴쿠버에서 보내는 일상이 너무도 행복했다. 하지만 밴쿠버는 슬픈 도시이기도 했다.
이 찬란한 밴쿠버의 봄 햇살 아래서 나는 몰랐다. 밴쿠버는 '만남의 도시'이기도 했지만, '이별의 도시'이기도 했다는 것을.
이 글은 2017년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