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레스토랑서 서빙하다 당한 영어 굴욕
웨스턴 레스토랑, 그것도 팬시한 레스토랑에서 영어를 못하는 외국인으로서, 아시안으로 일하려니 기가 많이 죽었다. 그 누구도 나에게 "영어를 왜 이리 못하니?" "일을 왜 이렇게 못하니?" 등등 기죽이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내 기질이었다.
테이블을 치우는 일이 주 업무인 버서로서 나는 최대한 손님들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 혹시나 눈이 마주쳐서 영어로 말을 길게 하거나 요청사항을 들었을 때 잘 대처할 수 있을 거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버가 요청할 때만 테이블 가까이에 가서 서버의 요청사항을 들어주었다. "내 테이블에 손님들 물컵이 비어있는데 물을 채워줄래?"라든가, "지금 내 테이블 손님들이 식사를 다 마쳐서 다음 코스를 위해 접시를 치워야 해. 도와줄래?"와 같은 요청사항이 있을 때만 테이블에 가까이 갔다.
혹시라도 손님이 서버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나를 부르게 되면 나는 도망치듯 자리를 떠서 서버를 찾았다. 그 외에는 손님들이 떠난 테이블을 치우고 세팅하는 업무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런 소극적인 태도는 '내 돈'을 벌기 위해서도 별로 좋지 않았다.
내가 일하는 블랙앤블루는 고급 레스토랑이었고, 팁 문화가 있는 곳이었다. 작은 행동 하나, 작은 서비스 하나가 모여 손님들의 만족도를 높여줄 것이었다. 식사 시간이 즐거워진 손님은 더 머물고 싶은 레스토랑이라 느끼고 추가 메뉴를 시킬 수도 있고, 또 계산할 때 팁을 더 높게 줄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속적으로 손님들에게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했다.
함께 일하며 친해졌던 동료 체니는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알려줬다. 그래서 그녀의 가르침대로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레스토랑에 익숙해지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친해지면서 자신감도 생겨서 하나씩 시도해 보기 시작했다.
서버가 바쁠 때는 손님들 테이블에 가서 물을 스스로 채워주었다. 애피타이저가 끝난 듯 보이면, "Are you finished?"라고 조심스레 물어보고 접시를 치웠다. 서버가 없을 때 나를 찾으면 가서 이야기를 들었다. 대개 어려운 요구사항은 아니었다. 서버가 자리를 비우는 때는 정말 많이 바쁜 게 아니면 코스 요리가 끝났을 때였다. 그래서 계산서를 달라거나, 디저트 메뉴를 물어보는 경우였다.
예전에는 손님들이 찾으면 무조건 서버에게 달려가서 "너 테이블에서 손님들이 찾아" 정도만 얘기했었다. 하지만 내가 테이블에 직접 방문해서 그들의 요구사항을 들으면 소통이 좀 더 쉬워졌다. "너 테이블에서 손님들이 계산서 달래." 또는 "너 테이블에서 디저트 메뉴를 주문하려고 해."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얘기를 하면 손님들도 덜 기다리고 서버도 좀 더 많은 테이블을 효율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간단하게 손님들과 소통하게 됨으로써 업셀링에 도움도 되었고, 서버들도 내가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면 고마워하며 팁을 더 주기도 했다.
그렇게 자신감이 올라갈 무렵, 이불 킥할만한 일이 터졌다.
간혹 푸드러너의 일을 도와줄 때가 있다. 대개 음식이 나가고 있을 때는 '테이블을 치우는 일을 하는 버서'는 상대적으로 한가했다. 그래서 단순히 '음식을 나르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도와줬다. 푸드러너들도 "이 음식 가지고 저 친구 따라가" 또는 "n번 테이블에 음식 날라줘" 정도로 부탁하곤 했다. 나는 또 치우는 일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서빙되는 음식이 뭔지도 모르고, 손님이 주문한 메인 메뉴인지, 메인과 함께 나가는 음식인지, 서비스로 나가는 음식인지 등을 전혀 몰랐다.
그날도 푸드러너의 요청으로 한 음식을 서빙하게 되었다. 바에 앉아있던 손님에게 나가는 음식이었고 테이블에 나가는 음식과 다른 스몰디쉬였다.
음식을 서빙하자 손님이 음식을 보고 물었다. "~ from?" 나는 "Where are you from?"이라고 묻는 줄 알고 내 출신인 "KOREA"를 답했다. 그러자 손님은 표정을 구기며 다시 말했다. 이 음식의 정체를 묻는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아마도 "Where is it from?"라고 물었던 모양이다. 실수했다는 생각에 유니폼 속에 식은땀이 주륵 흘렀다. 그렇데 당황해하고 있는데, 잠깐 자리를 비웠던 바텐더가 와서 바로 설명을 이어줬다. 가까이 지냈던 바텐더 친구라 눈인사로 고마움을 전하고 그 자리를 도망치듯 벗어났다. from만 듣고 내 출신을 얘기하다니. 너무도 창피한 순간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바텐더 친구가 그 음식은 바에서 술을 주문한 손님들에게 나가는 서비스 디쉬라고 얘기해 줬다. 다정한 친구였기 때문에 내가 벌인 실수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 뒤로 영어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공부를 해두었지만, 그 음식에 대해 물어보는 일이 없었다, 다행히. 하지만 이후로도,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가장 x팔렸던 일을 꼽으라면 이 일이다.
이 글은 2017년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