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더 일하고 싶습니다!"
내가 일하는 레스토랑에서는 어디에 배치되느냐는 단순한 '위치' 문제가 아니었다. 오늘 내 주머니에 들어올 팁의 단위가 달라지는 '돈'의 문제였다.
블랙앤블루는 3개 층으로 나뉘어 있었고, 1층과 2층은 굉장히 Fancy한(체니가 자부심을 가지며 '블랙앤블루'를 가리킨 표현이었다.) 블랙앤블루라면, 3층은 상대적으로 캐주얼한 바였다. 1,2층은 실내가 이어져 있었지만, 3층은 아예 분리되어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미키는 3층에서 일했고, 나는 1,2층에서 일했기 때문에 마주칠 일이 적었고, 가끔 마주치면 그렇게 반가웠다.
나는 처음부터 1, 2층에 배정되었다. 그냥 여기로 지원했으니 당연하게 일을 했던 건데 나중에 알고 보니 3층보단 1, 2층에서 일하는 게 팁을 벌기에 유리했다. 엄연히 명당이 있었던 거다.
1, 2층이 Fancy한, 블랙앤블루의 정체성을 담당하는 레스토랑이었기 때문에 대개 코스요리 주문이 들어왔고 메인은 스테이크, 시키는 와인은 글라스가 아닌 병으로 시켰기 때문에 테이블 당 매출이 컸다. 서버가 잘 영업해서 블랙앤블루의 시그니처 스테이크를 팔게 되거나, 비싼 와인 한 병을 팔게 되면 잭팟이 터지는 것이다. 그래서 1, 2층 버서로 일하면 팁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3층은 The Roof라고 불리는 야외 바였고, 불도 켜놓아서 되게 멋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핑거푸드 위주의 음식과 맥주와 칵테일 정도의 가벼운 술을 시키는 곳이라 테이블 당 주문 금액이 낮았다. 그렇다 보니 매출의 비율로 팁을 받는 서포트 스태프 입장에서는 선호하는 곳은 아니었다. 게다가 손님들이 짧게 앉았다가 떠나는 바이다 보니 팁은 적고 바쁘기만 한 곳이었다.
평일에는 1명의 버서가 1, 2층을 함께 맡지만, 금요일과 토요일은 사람이 몰리기 때문에 2명이 담당했다. 그것도 매니저가 지정해 줘서 그냥 따르기만 했었는데 나중에 듣기로는 2층을 맡으면 좋다는 것이었다. 1층은 호스티스를 도와 손님을 안내해야 하고, 주방이 있어 푸드러너 일도 해야 했다. 이건 내가 직접적으로 팁을 벌 수 없는 일이었다. 또 1층엔 단체석이 있었는데 말 그대로 단체만 받기 때문에 항상 비워두어 담당할 수 있는 테이블 수가 적었다.
그에 비해 2층은 2인, 4인 테이블이 꽉 차 있었고, 단체석도 테이블을 붙여 만들려면 만들 수 있어서 큰 금액이 나오게도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버서든, 서버든 2층을 선호했다. 하지만, 이건 매니저의 판단이었기 때문에, 2층 테이블로 지정해 달라고 어필하는 서버를 보긴 했지만 그게 항상 먹히진 않았다.
무튼 서버들은 한 테이블 당 금액이 높게 나오게 영업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했다. 혹은 새로운 손님이 계속 들어올 수 있도록 이전 손님이 나간 자리를 빠르게 치워주는 게 필요했다. 그래서 그들의 테이블을 밀접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버서인 내게 와서 비싼 와인을 팔았다는 둥, 시그니처 스테이크를 팔았다는 얘기를 전하곤 했다. 그건 본인이 담당하는 테이블을 잘 봐달라는 뜻이었다. 눈치가 없이 공평하게 일을 수행했던 나는 나중에서야 이 암묵적인 뜻들을 알아차리고 열심히 테이블을 치웠더랬다.
이렇게 벌어서 받은 팁은 일당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넘어가는 때도 있었다. 팁이 일당을 넘어가는 때는 당연히 바쁜 주말 저녁이었다. 어차피 이곳에 가족도 없고, 같이 놀 친구들도 다 레스토랑에 있었기 때문에 "주말에 일하고 싶다"를 매니저에게 어필하는 내가 되었다. 지루하게 일이 없는 평일보단 주말이 힘들더라도 시간이 빨리 가서 좋았고,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어 좋았고, 레스토랑 coworker들도 다 내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일하는 친구들이 많은 주말 근무가 더 재밌고 즐거웠다.
한국인이 일을 깔끔하게 하고 잘한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주말에 일을 시켜달란 내 요청을 매니저는 반겼고, 그렇게 나는 금토일에 고정으로 근무할 수 있었다.
이렇게 순탄할 줄 알았지만, 영어가 진짜 부족하다고 느낀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이 글은 2017년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