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들 틈에서 아시안 버서로 살아남기

고급 웨스턴 레스토랑 서포트 스태프 적응기

by 무묘

처음 만난 나의 트레이너, 체니


블랙앤블루 첫 출근 날. 스케줄에 쓰여 있던 Chenchen을 만났다. 20대 초반의 중국인 친구였다. 이미 이 레스토랑에서 일을 한지 꽤 되어 아주 베테랑이었고, 영어와 레스토랑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이 레스토랑 매니저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친구였다. 첸첸은 중국 이름이고, 체니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나도 애나라고 불러달라 했다.


체니는 내가 블랙앤블루에서 일하는 내내 가장 의지하는 친구였고, 블랙앤블루 내의 모든 소식을 전달해 주는 정보통이었다. 워낙 활달한 성격이었기에 체니는 레스토랑의 누구와도 친했기 때문이다.


물론 버서라는 포지션 자체가 홀과 주방을 연결하는 매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장소나 직업 구분 없이 사람들을 마주쳤고, 마음만 열면 많은 동료들과 친해질 수 있는 포지션이었다. 나는 체니로부터 블랙앤블루의 일뿐만 아니라 그녀가 쓰는 영어, 그리고 사람까지 익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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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360_2017-04-30-23-18-27-123.jpg 블랙앤블루에서의 트레이닝, 식사



레스토랑의 특징을 잘 파악하는 방법 중 하나는 그곳의 음식을 먹어보는 일일 것이다. 트레이닝하는 동안 대표적인 메뉴들을 먹어볼 수 있었다. 이 음식은 블랙앤블루에서 먹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비싼 메뉴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음식은 다 맛있었고 특색 있었다. 그러기 때문에 이 가격에도 오는 손님들이 있었을 것이다.




나만의 작은 지구촌, 블랙앤블루


블랙앤블루에는 아시아인이 많지 않았다. 특히 홀에는 나와 첸첸, 얼마 뒤 나와 같은 워홀비자로 온 일본인 미키만이 아시아인이었다. 그 외 거의 캐네디언이었고, 간혹 유러피안과 미국인이 있었다.


주방에는 캐네디언보단 외국인 비율이 높았다. 주방엔 흰 수염이 멋진 셰프 한 명만이 캐네디언이었고 멕시칸, 호주인 셰프가 있었다. 그리고 셰프를 돕는 주방 보조 업무에는 멕시칸이 많은 편이었다. 아무래도 멕시칸 셰프가 있어서 그랬을 수도. 블랙앤블루는 코스 요리가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디저트를 담당하는 파티쉐도 한 명 있었다. 이곳에서 자리를 잡아 영주권을 받아 살고 있는 또래 여자 중국인이었다. 드라마 '파스타'와' '내 이름은 김삼순'이 블랙앤블루 생활을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됐는데, 셰프를 부를 때는 셰프라고 불렀고, 파티쉐도 파티쉐라고 칭했기 때문이다.


그 외 설거지를 담당하는 디시워셔 직원들은 멕시칸이나 나이가 많은 캐네디언 아저씨, 그리고 또 내 또래의 아주 전형적인, 조용한 일본인 남자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나와 똑같은 포지션인 '버서' 업무는 첸첸과 나, 그리고 미키 외에 한 명의 멕시칸 남자 오마르가 돌아가면서 일을 했다.


미키가 나와 비슷하게 들어왔기 때문에 첸첸에게 일을 함께 배우는 때가 있었고, 블랙앤블루의 버서로서 또 외국인이라는, 특히나 아시안이라는 공통점으로 묶여 친해지게 되었다.




돈을 가장 많이 받는 서포트 스태프, 버서


블랙앤블루의 서포트 스태프는 호스티스(Hostess), 푸드러너(Foodrunner), 그리고 버서(Busser)가 있었다.


호스티스는 손님들이 레스토랑에 방문했을 때 테이블로 안내하는 업무를 맡는다. 예약을 받기도 하고 방문한 고객들의 예약 여부를 확인하고 테이블까지 안내하며 스몰토크도 해야 했기 때문에 영어를 잘해야 했다. 레스토랑에서 손님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얼굴이었으나 힘이 드는 업무는 아니었기에 팁 비율이 가장 낮았다.


푸드러너는 주방에서 음식이 나오면 테이블로 서빙하는 일을 한다. 손님들에게 어떤 음식이 나왔는지 알려주어야 해서 역시나 영어를 잘해야 했다. 무거운 음식을 날라야 했기 때문에 호스티스보다 팁 비율은 높았다.


버서는 서버를 직접적으로 보조하는 사람이다. 서버가 물을 줄 수 있도록 테이블 중간중간에 둔 물병을 채우고, 코스가 끝나면 테이블을 치워줘야 했고, 또 손님이 식사를 다 하고 나간 뒤에는 다음 손님이 바로 자리할 수 있도록 테이블을 세팅하는 일을 했다. 서버를 바로 옆에서 보조하는 서포트 스태프였기 때문에 팁 비율이 가장 높았다.


여기서 말하는 팁비율은 서버가 벌어들이는 영수 금액을 비율로 받았는데, 예를 들어, A 서버가 담당한 테이블의 결제 금액이 1,000불이면 거기서 호스티스는 약 0.5%, 푸드러너는 0.8%, 버서는 1.1%를 서버로부터 받는 식이었다.


서버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매출 금액을 서포트 스태프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이렇게 받는 돈은 팁이었고, 시급과는 별개로 현금을 그날그날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서포트 스태프뿐 아니라 음료를 만들어주는 바텐더와 주방 식구들, 그리고 매니저와도 나눠야 했는데, 그중 서포트 스태프, 그중 버서가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 때문에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이렇게 정해진 비율에 따라 팁을 받을 수 있었는데, 그 외에도 어떤 스케줄을 받느냐에 따라서도 팁을 더 벌기도 했다.






이 글은 2017년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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