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현지 레스토랑이다
이전과 같이 메일로 이력서를 넣을 수 있는 곳에 열심히 넣었다. 그러던 중 어떤 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 역시나 바로 전화를 받지 않고 음성 메시지로 확인했다. 얼추 BLACK+BLUE이고, 면접을 보고 싶다는 얘기 같았다.
내 영어가 부족하기도 했지만, 전화한 사람의 말이 너무 빨랐다. 대충 알아듣긴 했지만, 좀 더 확신을 갖기 위해 카페에 자주 오시는 단골 캐네디언 할아버지께 음성 메시지를 들려드렸는데 고개를 갸웃하셨다. 너무 빨라서 정확하게는 못 알아듣겠다 하셨다. 어쨌든 Support staff로 면접을 보러 오라는 건 맞다고 하셨다.
그 레스토랑에 대해 네이버에 아무리 찾아도 정보가 없었다. 게다가 나는 Busser로 지원했는데 그게 뭔 직업인지 나와있지를 않았다. 정보를 전혀 못 찾고 두려움을 안은 채, 면접 예상 질문들에 대한 대답만 준비해 갔다.
평일 한낮에 면접을 보러 갔더니 레스토랑은 한가했다. 문 앞에 서있는 사람에게 면접을 보러 왔다고 하니 레스토랑 1층의 넓은 오픈 룸으로 안내를 받았다.
면접관을 기다리며 앉아있는데 레스토랑이 너무 화려하고 낯설어 도망가고 싶었다. 일하는 사람들은 금발의 서양인, 수염 가득한 서양인이었다. 이런 곳에 내가 와보지도 않았는데 일할 수 있을까?
면접관이 오기까지 곱절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속으로 수만 번 생각했다. '일어나서 나갈까?' '그래, 도망가자.'라고 생각하며 정말로 엉덩이가 들썩들썩하고 있을 때, 면접관으로 보이는 남자가 밝게 인사를 걸며 내 앞에 앉았다.
그는 내게 일한 경험이 있는지, 여기 계단이 있어서 음식과 접시를 들고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는지 등을 물었다.
한국에서도 일한 경험은 숱하게 있다고 했고, 지금도 블렌즈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음을 어필했다. 그리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건 잘할 수 있다고. 나 지금 요가매트사서 운동 매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엉성한 영어였을텐데 면접관은 나이스하게 리액션해 줬다. 그러면서 자기는 Park이라면서 "부산남자"라는 단어를 외국인처럼 어눌하게 뱉었다. 생긴 건 아주 한국인 같진 않지만 어쨌든 동양의 얼굴이긴 했다. 아마 어렸을 때 태어났지만 바로 이민을 온 케이스라고 생각했다.
그 뒤로 나는 거의 바로 합격통보를 받았다. 면접 본 레스토랑은 GLOWBAL이라는 회사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중 하나였다. 메일로 GLOWBAL 사무실로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방문해서 일할 수 있는 비자를 확인해 주고,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 입는 앞치마와 조끼를 받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준비해야 할 건 검정 셔츠와 검정 바지, 그리고 검정 신발이었다. 포멀한 옷이어야 한다고 해서 신발도 스니커즈를 사면 안 되었다. 그래서 단화를 이곳저곳 보러 다녔다.
내가 웨스턴 레스토랑에서 일하게 되다니. 이렇게 한국인에게 유명하지 않은 레스토랑에서 말이다. 감격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두려웠다.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내가 잘 알아먹을 수 있을까. 걱정을 안고서 필요한 옷들을 쇼핑하며 첫 스케줄을 기다렸다.
심지어 레스토랑에서 일하니 백신이 필요했나 보다. 나에게 백신이 있는지 모르겠어서 그냥 맞았다. 비용은 레스토랑에서 대주었다. 이렇게 캐나다에서도 주사를 맞다니.
버서 매뉴얼도 받고, 첫 트레이닝 스케줄까지 확정이 되었다. 나... 서양인들 틈에서 잘할 수 있겠지?
이 글은 2017년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