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트모던에서의 기억
나에게는 나를 늘 반성하게 하는 사진이 한 장 있다.
두 번째 런던 여행 중 찍었던 사진 한 장.
테이트모던을 즐기고 돌아가던 길.
이 계단을 보고 무언인가 머릿속을 헤집는 생각들이 있어
열심히도 사진을 찍었다.
뭐가 맘에 안 들었는지 많이도 찍었다.
한 달 여가 지나서 사진첩을 보고서야 내가 이 사진을 찍었다는 게 생각났다.
반가웠다. 테이트모던에서의 순간들이 떠올랐고,
그곳이 나에게 주는 수많은 소중함이 기억났다.
문제는... 그곳에서 내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생각했는지...
이 사진을 왜 찍었으며, 무언을 간직하고자 했는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 순간의 감정을 바로 옮겼다면...
그날 밤이라도 그 순간을 기록했다면...
너무나도 좋았던 테이트모던에서의 기억을
조금이나마 더 간직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후회가 가득하다.
그 날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아마도...
내려가는 길이 있고, 올라가는 길이 있다.
선택의 순간에서 아래를 향할지, 위를 향할지는
나의 선택이고 나의 몫이다.
이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테이트모던에서 저 사진을 찍은지도 1년 8개월이 다 되어간다.
나의 선택은 계속 아래를 향하고 있다.
이제는 아래가 아닌 위를 향하고 싶어,
늘 생각만 하던 것들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깊은 곳에 묻어 두었던, 내 게으름의 단상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