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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인선 Moon In Sun Jan 29. 2024

‘저마다 숨구멍이 좀 필요하다. 내게 그것은 무엇일까.

책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 독서기록(3) 마흔에 쓰는 육아일기


어느 날 친구가 빗 선물을 보내주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솔 하나가 빠져 있었다. 어렵사리 친구한테 말했더니 친구가 그게 정상 제품이라 말해주었다. 통풍을 위해 만들어 놓은 숨구멍이라 했다. 아하, 그렇구나. 몰랐네. 처음에는 좀 부끄러운 기분이었지만 잠시 후 유쾌하게 웃을 수가 있었다. 빗에도 그런 숨구멍이 필요하구나. 정말 그러네. 저마다 숨구멍이 좀 필요하다. 내게 그것은 무엇일까.


나는 미련해서 숨구멍을 잘 마련하지 못한다. 허둥지둥 바쁘기만 하지 여유가 없다. 이제 좀 브레이크를 걸어야 할 때가 되었다.  너무 억척스럽게 살아온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일을 좀 줄이고, 휴식과 수면에 신경 쓸 것. 다른 사람의 시선을 적게 의식할 것. 이런 것들을 꾸준히 실천하는 데는 나 혼자만의 노력으로 잘되지 않는다.


남편과 아이들에게 충분히 이해시켜야 한다. 엄마가 엄마 노릇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애써 알려주어야 한다. 한 인간으로 잘살기 위해 공감하고 배려하는 일을 가르쳐야 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엄마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실천이다. 그냥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서 말하고 이해시켜야 하며, 행동과 태도도 가르쳐야 한다는 것. 그것이 한 여성으로서 힘겹고 쓸쓸하다는 것은 두말할 것이 없다.


이근화, 숨구멍

책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 중에서.




여러분의 숨구멍은 무엇인가요?

맛있는 빵과 커피, 좋아하는 드라마. 예쁜 원피스. 따뜻한 나라로의 여행.

아이를 재우고 조용히 마시는 맥주와 야식 시간.


티가 나지 않는 집안 일과 육아 일상.

느리고 빠듯한 이 일상 속에서 우리도 각자의 숨구멍이 필요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숨이 차올라 갑자기 화가 터지거나 눈물이 터지게 될지 몰라요.

자주 그래왔잖아요.


저는 21개월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책상 위에 어질러진 아기 아침 밥그릇을 한쪽으로 치워버린 채 노트를 폅니다.


오늘 하루를 어떨게 보낼지,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일지 이십 대의 나처럼 다시 적어 봅니다.


그리고 3분만 읽자, 하고 시작한 책을 어느 날에는 정말 3분, 어느 날에는 30분을 고스란히 앉아 읽습니다.


책을 읽는 것이 내 일상과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저는 아직 모릅니다.

다만, 집안일을 시작하기 전, 짧게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고 나면 급한 마음들이 아주 조금, 천천한 속도로 흐르게 됩니다.


천천히, 나만의 템포를 갖게 되는 것.

오늘 하루를 허둥지둥 보내지 않도록 애쓰는 것.

이 순간이 제 숨구멍인가 봅니다.


티 나지 않지만 매일이 안절부절 바쁜 우리의 하루, 각자의 숨구멍을 만들어 지내기로 해요.


육아의 하루는 길고, 아이들은 빠르게 크고, 어느 날 문득 다시 또 나 혼자가 될지 몰라요.




21개월 아기와 함께 책을 읽는 일상.

읽다 보면, 쓰다 보면, 점점 좋아질 것이라 믿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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