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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인선 Moon In Sun Jan 20. 2024

‘망치로 누군가 내 가슴을 쿵쿵 치는 것만 같은‘ 육아

책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 독서기록(2) 마흔에 쓰는 육아일기

21개월 아기의 크리스마스 주간



사람으로서의 발달에 도달하려면 태어난 지 36개월은 지나야 한다는 것을 정보로만 알고 있었는데, 커가는 아기를 보니 확실히 알 것 같다.


아직 만 3세가 되지 않았는데도, 요즘 아기는 눈치가 빤하다. 내가 마감 때문에 나오려고 할 때면 벌써 알아차리고 “엄마하고 있고 싶어.” “엄마랑 놀거야.”라고 말한다.


내가 집에서 입는 옷과 밖에 나가려고 갈아입은 옷을 구분할 줄 안다. 외출복을 입고 있으면 벗기는 시늉을 하거나, 내가 메고 있는 가방을 내리면서 연신 “엄마랑 있을 거야.”를 외친다. 아직은 “엄마, 가지 마.”라고 말하지 못해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나는 아기가 그런 말을 할 때 마음이 복잡해진다. 약해진 마음 때문에 나가서도 집중을 못하고 금방 다시 집으로 돌아오거나, 한참을 서성이며 예열만 하다가 자리에서 일어선 적도 많다.


아기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줄 수 없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고 하는데. 그게 맞는 것인지 아직도 확신이 없다. 어느 날엔 이게 삶이고, 어쩔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 날에 36개월 미만의 아기에겐 주 양육자와 함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와 같은 말들이 크게 다가온다.


크고 무거운 망치로 누군가 내 가슴을 쿵쿵 치는 것만 같다.


책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

안미옥, <지나갈 시간에 대한 기록> 중에서.






일하는 엄마인 저는 아기와 있는 시간에도 자주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전화 통화를 합니다.


아기는 제가 전화통화를 스피커 모드로 놓고 통화할 때, 반대편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잘 모르는 소리이면 가만히 조용히 하고 나를 들여다보고 있어요.

할머니나 할아버지 목소리가 들릴 때에는 전화기를 뺏어 참견을 하고 자기가 통화를 하려고 하고요.


엄마가 일하는 통화를 할 때, 가만히 기다려주는 21개월 아기가 늘 신기하고 기특합니다.


자기와 놀 때 핸드폰 알람을 확인하고, 답장을 보내는 엄마의 손에서 전화기를 뺏어 반대편으로 살짝 던져 놓는 아기의 행동이 반복될 때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지금 무엇이 중요한 걸까요.

일을 하는 것도 아기를 위해서이고, 아기와 마주 앉아 블록놀이나 구슬 놀이를 하는 시간도 모두 아기의 행복을 위해서인데.


제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 걸까요.

제가 우선순위를 잘못 두고 있는 걸까요.


확신이 없는 육아 생활.

아기에게도 저에게도 늘 이게 맞나 헷갈리는 육아 생활.


그래도 이 정도면 잘하고 있다, 일과 육아 사이에서 이 정도 균형, 이 정도 멘탈을 붙들고 있는 나도 기특하다.

저는 오늘 이렇게 생각하려고요.


그리고 어린이집에서 하원하고 온 아이와 블록놀이를 하다가 알람이 오면 바로 보지 않고, 10분 기다렸다가 보겠어요.





21개월 아기와 함께 책을 읽는 일상.

읽다 보면, 쓰다 보면, 점점 좋아질 것이라 믿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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