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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인선 Moon In Sun Feb 17. 2024

맨얼굴로 자전거를 타고 장을 보는 오십대가 되고 싶어요

마흔에 쓰는 육아일기


You go back. 

You search for what made you happy when you were smaller. 

We are all grown up children, really. 

So one should go back and search for what was loved and found to be real.

-      Audrey Hepburn.


돌아가보라. 

당신이 더 어렸을 때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었던 것들을 찾아보라. 

우리 모두는 다 큰아이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돌아가서 자신이 사랑했던 것과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을 찾아봐야 한다.

-      오드리 헵번.






아침마다 다이어리 노트를 적으며 그중 1분 정도는 영어 명언 필사를 하고 있어요. 영어 공부 하는 셈으로 그냥 적고 있는데, 오늘 만난 이 문장은 영어로도 우리말로도 서너 번 더 읽게 되었어요. 우리가 어렸을 때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었던 것들. 얼마나 많았나요. 사소한 것들. 짧은 시간, 또는 긴 시간 나를 행복하게 했던 것들. 내가 사랑했던 것들. 그런 것들이 기억에서 떠오르셨나요? 저도 떠올랐어요.


축구, 슬램덩크, 한지 공예. 글 쓰기, 그림 그리기. 그림 보러 전시회에 가기.

저는 이런 것들을 사랑하고, 행복해했지만 꽤 오랫동안 손에 놓고 지냈어요. 회사 일, 임신, 출산, 육아.

이 문장을 만난 날 저는 다시 짧게라도 글을 쓰자고 다짐하였습니다.

 

저는 아이를 키우며 자주 십 년 후를 떠올려요.


십 년 후. 열세 살의 아이는 사춘기가 시작될 테고 엄마보다는 친구를 더 많이 찾는 아이가 될 테죠. 

십 년 후, 쉰의 나이의 저는 어떤 모습일까요. 

더 이상 엄마를 찾지 않는 아이의 엄마가 된 오십 살의 저는 어떤 모습일까요.


저는 제가 맨 얼굴로 자전거를 타고 간단한 장을 보러 다녀오는 모습이면 좋겠습니다. 근처 화실에 들러 큰 캔버스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좋겠어요. 아이가 학교에 간 점심시간에는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지금처럼 글을 쓰고 있으면 좋겠어요. 


저는 십 대 때에도 이십 대에도 삼십 대에도 늘 같은 미래를 바라고 있더라고요. 계속 그 모습이 미뤄지고만 있더라고요. 저는 항상 제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기를 바랐는데, 미래로 미뤄버리고 현실은 자꾸 다른 모습으로 지내고 있다는 것을 늘 어렴풋이 알았는데 퍼뜩 오랜만에 깨달았어요.


미래의 모습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저는 오늘 글을 쓰는 것을 선택합니다.

오십의 제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오늘 조금이라도 쓰고 그리는 것을 하기로 다시 한번 마음을 먹어요.

두 시간 해야 하는 살림을 한 시간만, 남은 한 시간은 내가 행복해지는 시간으로 쓰기로 해요.




22개월 아기와 함께 책을 읽는 일상.

읽다 보면, 쓰다 보면, 점점 좋아질 것이라 믿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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