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쓰는 육아일기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들어온 집안 꼴은 매일 처참합니다.
중요한 것은 눈을 질끈 감을 수 있는 뻔뻔함이에요.
어질러진 매트 위 장난감과 잔뜩 쌓인 싱크대의 설거지들, 아기와 내가 먹다 남은 아침 식사를 한쪽으로 몰아 놓습니다. 그리고는 컴퓨터를 켜고, 노트를 펼칩니다.
당장 빨래도 개고, 설거지도 하고, 블록도 정리하고 싶은 그 모든 욕구를 모르는 척해야 합니다.
창고처럼 복잡한 이 공간에서 엄마인 나도 잠시 살림에서 놓여나 내 시간을 챙겨야 합니다.
노트를 펼쳐 내가 이루고 싶은 미래를 적고, 내게 용기를 줄 수 있는 글을 쓰고, 내게 영감을 불어넣어줄 독서를 짧게 합니다. 듣고 싶은 음악을 들으며 커피나 차도 한 잔 마십니다.
그러고 나면 시간이 조금 천천히 흐르게 돼요.
다급하게 집 정리를 하고 싶은 마음에서 잠시 놓여나 천천한 템포로 몸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나는 오늘 내가 되고 싶은 모습으로 살기로 잠시 나를 챙겼으니까요.
모든 살림을 완벽하게 해내지 않아도 내 하루는 괜찮습니다.
그 마음으로 설거지부터, 그다음엔 블록정리를, 그다음엔 라디오를 들으며 펼쳐 놓은 빨래를 갭니다.
살림은 완벽하지 않아도 돼요.
내 마음이 조금 더 편안하면 됩니다.
오늘도 창고 같이 어질러진 공간 속에서 저는 집 보다 나를 먼저 돌보는 것을 선택합니다.
21개월 아기와 함께 책을 읽는 일상.
읽다 보면, 쓰다 보면, 점점 좋아질 것이라 믿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