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과 ET의 그 어디쯤
극장에서 나오는 길에 하늘을 올려다봤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었는데 이상하게 그게 위로가 됐다.
주인공 그레이스는 혼자 깨어난다. 기억도, 동료도, 지구도 없이. 수광년 떨어진 우주 한복판에서. 그 첫 장면만으로 이 영화는 이미 절반을 가져간다.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정적. 그 고요함이 공포인지 자유인지 구분이 안 되는 순간 나는 이미 그레이스와 함께 떠 있었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라이언 고슬링이다. 로튼 토마토 평단은 고슬링이 이 영화를 거의 혼자 끌어간다고 표현했는데 그 말이 과장이 아니다. 혼자 있는 장면이 압도적으로 많은데도 지루하지 않다. 독백이 연기가 아니라 생각처럼 보인다. 과학자의 논리와 선생님의 따뜻함을 한 몸에 담은 그레이스는, 고슬링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살아있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록키. 외계 생명체를 CG로 구현하는 일은 늘 도박인데 이 영화는 그 도박에서 이겼다. 예상치 못한 우정이 그를 혼자가 아니게 만든다는 설정이 이렇게까지 감동적으로 작동할 줄은 몰랐다. 말도 안 통하고 생김새도 전혀 다른 존재와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이 매력적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회상씬이 전반부의 긴장감을 분산시키는 순간이 있고 일부 장면은 감동을 너무 의도적으로 설계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러닝타임 2시간 36분은 누군가에겐 딱 맞고 누군가에겐 조금 길다. 나는 후자 쪽이었다. 중반부 어딘가에서 한 번 워치를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오래 남는다. 지구를 구하는 이야기면서도 결국 가장 작은 것, 이름 하나, 악수 한 번,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는지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가 배경이지만 이야기는 지극히 인간적이다. 극장을 나서며 생각했다. 좋은 SF는 결국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다고. 이 영화도 그 질문을 던진다. 다만 혼자가 아니라, 록키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