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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문 Jun 17. 2023

흰쌀밥은 되도록 적게  

<식사가 잘못됐습니다2> 마키타 젠지

요리를 좋아한다. 주말엔 적어도 한 끼는 건강하고 맛있게 요리하는 방법을 탐구한다. 다행히 남편도 나의 음식 탐구에 대해선 뜻을 같이 하는 편이다. 평일엔 대충 밥을 때우다가도 주말이 다가오면 남편은 자기가 먹고 싶은 제철 음식을 산지 직송 택배로 주문해 둔다. 바지락, 장어, 문어, 대하, 홍게, 뿔소라 같은 해산물이나 한우가 남편에게 주로 간택당한다. 


그 재료들을 어떻게 맛있게, 건강하게 요리해 먹을지 같이 궁리할 때면 유난히 쿵짝이 잘 맞아서 결혼하길 잘했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대단히 값비싼 재료를 사는 것도, 미슐랭 붙은 고급 식당에 가는 것도 아니지만 주말 내내 주방이 가동되는 우리 집은 나름대로 식재료와 요리에 진심이다.


대부분의 요리법은 유튜브에 나와 있으니 요리책은 거의 보지 않는 편이다. 가끔은 나만의 레시피로 뚝딱 요리하는 것도 재미있다. 다만 영양에 관한 책은 가끔 읽는다. 식품과 영양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이며 TV며 산발적으로 흩어진 데다 특정 업체를 홍보하기 위해, 또는 제대로 알지 못하는 자칭 전문가에 의해 틀리는 경우도 많다. 특히 임신성 당뇨 검사를 한 달 정도 앞두고 건강한 식단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어떻게 하면 맛있게, 그리고 살이 찌지 않게 먹을 수 있을까?


<식사가 잘못됐습니다2>는 일본의 당뇨병 전문의 마키타 젠지가 쓴 책이다. 각종 식재료와 영양소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사실들을 지적한다. 특히 탄수화물과 지방에 대한 오해다. (<식사가 잘못됐습니다>1권에는 이론적인 내용이 담겼고, 2편은 실천편인데 2편만 읽어도 충분히 실용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살이 찌는 이유, 혈당이 높아져 당뇨에 걸리는 이유는 지방이 아닌 탄수화물(당질) 때문이라는 거다. 

밥, 빵, 파스타 같은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몸에서 필요한 것 이상의 포도당을 섭취하게 되고 이 포도당이 결국 지방 세포에 축적돼 비만을 유발한다고. 물론 탄수화물을 아예 먹지 않고 살 수 없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탄수화물이 살을 찌게 한다는 것. 


반대로 고기, 버터, 기름 등에 들어있는 지방은 우리 세포막과 호르몬을 만드는 데 쓰이고, 몸에 남아도 몸에 잘 축적되지 않고 배출된다. 사실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믿지 않았는데, 저자에 따르면 탄수화물을 줄이고 지방을 늘려야 했던 거다. 생선과 채소는 늘리는 게 좋고, 고기 중에선 닭고기>돼지고기>소고기 순으로 먹는 게 좋다. 특히 소고기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먹어도 충분하단다. 


책을 읽고 나니 평소 식단도 의식적으로 바꾸게 된다. 집에선 올리브유 가득 뿌린 샐러드, 닭고기, 두부를 더 자주 먹고 흰밥이 아니라 잡곡 가득 섞인 밥을 먹는다. 물론 밥 양은 적게. 회사 점심시간에도 밥은 반 공기만, 채소나 생선, 고기 위주로 식사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나의 소울푸드 피자를 먹긴 한다. 하지만 평상시에 탄수화물 그 자체인 흰밥의 양을 의식적으로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임신 23주 차 체중 관리를 꽤 효과적으로 하고 있다는 뿌듯함이 있다. 


아참, 이 책엔 일주일에 와인 한 병, 그러니까 하루 한 잔 정도는 혈당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기쁜 소식도 담겼다. 출산 후에 처음 마실 와인이 기대되는 순간. 그때의 안주는 뭘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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