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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두 Feb 28. 2018

미스테리한 전형, 인적성검사

인적성검사 불합격이, 내 인성에 문제가 있다는 말인가?

취업준비생 시절, 제일 궁금했던 건 사실 인적성검사였다.


인사담당자가 직접 문제를 개발하는 걸까?

도대체 합격과 불합격의 기준이 무엇일까?


자기소개서는 이렇게 써야한다, 면접은 이렇게 봐야한다 등등 다른 전형들에 대해서는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은데 당최 인적성검사에 대해서는 베일에 싸여있었다.




운이 좋게도 서류전형에 통과하고, 인적성검사 일정에 대한 안내를 받았다.


뭔가 준비라도 해야되겠는데 막막해서 일단 인터넷에 쳐봤더니 ‘20xx년도 대비 ㅇㅇㅇ사 인적성!’이라며 시중에 나와있는 책이 엄청나게 많았다. 이렇게나 정보가 많다니, 놀라워하며 일단 얼떨떨하게 책 한권을 샀다. 그러면서 의문이 들었다.



아니 ㅇㅇㅇ사 인사담당자가 책을 만든건가? 이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책을 썼지?
아직 해도 안바뀌었는데 20xx년도 문제는 어떻게 아는거지?!


그래도 어떤 것을 준비해야할지, 준비는 어떻게 하면 잘하는건지 한 개도 모르는 취업준비생을 위해, 이렇게 친절한 공부꺼리를 제공해준 것은 무척이나 감사한 일이었다. 책을 보고 있으려니 이제야 공부하는 것 같아 좀 안심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서류전형에 합격한 곳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중복합격이 된 덕분에(?) 짧은 시간 내 여러 개의 인적성검사를 준비해야했다. 또 기업마다 제각각인 전형일정 때문에, 인적성검사를 준비하면서 다른 회사의 면접을 준비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포기하게 되는 인적성검사들이 나왔다.

포기한다고 해서 그 회사의 인적성검사일에 불참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될지 모르니 무조건 참석은 하되, 책을 산다거나 문제를 풀어본다거나 하는 시간투자를 포기해야 했다.


그런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공부나 준비 여부와는 별개로 합격되거나 불합격되었다. 어떻게 나오는지 문제유형 정도만 파악하고 갔던터라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곳도 합격 소식이 들려왔다. 반대로 엄청나게 시간을 들여 공부하고 밤새 책 한권까지 마스터한 곳은 불합격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부터 인적성검사에 대한 공부는 하지 않았다. 분명히 공부를 했고, 문제를 많이 맞췄다고 생각했는데도 불합격되는 것을 보고 마음을 굳혔다. 어차피 합격, 불합격에 대한 이유도 몰랐다.

혹시 불합격 소식이 들리면, "아, 이 회사는 나와 맞지 않는 회사구나"하고 생각했다.






채용담당자가 된 후, 나는 가장 먼저 나의 인적성검사 결과부터 찾아봤다.


첫번째로, 같이 입사한 동기들 대비 내 점수가 어느 정도인지부터 확인했다. 적성검사는 정말 나보다 잘하는 동기들이 많았다. 역시 똑똑하다고 생각했던 동기들이 적성검사에서 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문제는 인성검사였다. 나의 '인성'이라는 것이 이렇게 점수화된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내가 뭐가 어때서 이렇게밖에 점수를 받지 못하는가?!'에 대한 충격에 휩싸였다. 그냥 점수도 아니고, 내 인성이 카테고리별, 항목별로 점수가 매겨져 있는 걸 보니 기분이 묘했다. 


젠장, 내가 쓰레기였다니.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보통은 외부전문업체에 개발용역을 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회사의 인재상이나 핵심가치 등을 반영한다. 추후 인적성검사 결과에 대해서도 인정기준이 상이하다. 인성과 적성검사의 평균점수를 반영하는 회사도 있고, 적성검사는 참고만 할 뿐 인성검사 점수만 반영하는 회사도 있다. 아니면 인성검사 안에 세부항목별로 가중치를 다르게 설정하는 등 회사마다 각각의 합격기준이 다르다.


이 말인즉슨, 정말 인적성검사에 대한 합격과 불합격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된다. 시중에 있는 각종 인적성검사 책을 사서 마스터를 하더라도, 막상 그 기업이 인성검사 점수만으로 합격을 결정하는 회사라면 적성검사를 아무리 잘보았다한들 합격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소리이다.


시간과 여유가 부족한 취업준비생들이라면 없는 잠까지 쪼개가면서 인적성검사 공부에 매달리는 것은 말리고 싶다. 물론 여력이 되는 친구들은 예외지만. 

그저 나처럼, 혹시 너무나도 열심히 했는데 인적성검사 불합격이라는 좋지 않은 소식에 큰 실망을 한다거나, 나의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자책감에 빠져있는 친구들에게는 절대 그럴 필요없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 회사는 나의 인성과 맞지 않는 회사구나' 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도 인성검사 점수에서 절대 상위에 있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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