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 힘들 것 같은데....직무쫓아 중소기업에 가는 것이 맞는 걸까요
"대기업, 물론 좋죠.
그런데 이번에 공고보니까 제가 희망하는 직무가 있지도 않더라구요.
지원해도 합격할 것 같지도 않고요.
차라리... 중소기업으로 일단 가서 경력 쌓고 대기업가는 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취업준비 이제 너무 지쳤어요. 작은 회사 일단 입사해서 커리어 탄탄하게 쌓아놓고 나중에 큰 회사로 옮겨가면 어떨까 싶어요."
취업시즌 막바지, 혹은 취준생 시절이 길어지면 이런 질문을 하는 학생들이 매우 많아진다. 과연 내가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변에 나만 빼고 다 취업하는 건 아닐지, 이대로 나이만 먹는 것은 아닌지 등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안타깝지만 내가 정답을 알려줄 수는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선택은 니가 하는 거야'라며 절대 회피하지는 않는 편이다. 왜냐면 나도 그랬기 때문에.
(이 아래로는 제 주관적인 생각임을 밝힙니다.)
일단 첫째로, 나는 중소기업에서 시작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다. 처음 커리어를 쌓게 되는 회사는 대기업, 그러니까 크면 클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요즘같은 터프한 취업시장에서는 더욱 그런 것 같다. (물론 직무별로 다소 차이는 있겠다)
취업이 어렵다고들 하지만, 마찬가지로 이직시장도 그렇다. 회사에 적응하지 못한 중고신입들의 퇴사로, 인력시장이 난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갑작스럽게 어려워지는 일이 비일비재해지면서, 특별한 고급인재가 아닌 이상 회사가 굳이 구인 포지션에 대한 홍보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지원하는 경력들이 많아졌다.
연구인력에 대한 경력사원 충원이 많았던 시즌, 공고에 지원한 인력Pool을 훑어보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지원한 인원의 거의 대부분이 STX그룹, 현대그룹, 삼성그룹, GM 등 쟁쟁한 대기업의 인력들이었기 때문이다. 정확한 사명은 밝힐 수는 없지만, 언론에서 최근 경영위기를 겪고 있다거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등의 이슈가 있었다. 그리고 우리 회사에서는 대기업 출신인 그들을 택했다.
다른 회사는 모르겠지만, 우리 회사에서 그렇게 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번째로, 비슷한 수준의 경력이나 커리어의 경우, 어느 정도 규모의 '시장'을 경험해보았냐로 1차 기준을 두었다.
예를 들어 영업 직무라고 하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대기업이 매출액의 액수나 컨택하고 있는 기업들의 수도 많다. 우리 회사로 왔을 때, 비슷한 분위기에서 적응하기도 쉬울테니 훨씬 더 빠르게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맥 네트워크도 하나의 경쟁력이니 그들을 영입한다면 우리 기존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리스트보다 더 좋은, 혹은 플러스되는 이점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들은 인력육성의 측면에서도 더 많은 교육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을 전제한다.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면,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그들의 인당 교육비용 혹은 교육시간을 어렵지않게 예상해볼 수 있다.
중소기업 출신 대비 연봉협상이 까다롭지 않나요, 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의 경력사원 채용 시 실패는 거의 없었고 또 그때쯤 되면 경력사원 그들 자신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한마디로, 적어도 중간급 시장에서는 '여유있는' 경력들이 많지 않다는 소리다. 특별한 '고급인재'가 되어 헤드헌팅, 스카우트 등으로 채용된다면 모를까, 다들 회사를 옮기고 싶어하고 퇴사하고 싶어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 단계 Jump-up할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단, 내가 원하는 직무가 대기업 채용공고에 없다면 문제다.
어떤 학생은 기업에 문의해본다고 한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 인사담당자도 당최 그 직무를 언제 채용하게 될지 확신할 수가 없다. 연간 인력운영계획을 세워도 조직변경, 주재원 발령, 내부인력채용 등으로 바뀌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고, 답답할 노릇이다.
이럴 때는 그 '기업'에 대해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기를 추천한다. '나는 이 기업이 아니면 죽어도 안돼!' 라면 모르겠지만 분명히 다른 기업에는 해당 직무가 있을 수 있다. 당연한 얘기일 수 있겠지만 나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다른 기업도 괜찮다면 그 기업에 입사하여 추후 옮기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물론 중소기업을 택할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그 기업의 성장가능성, 전망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하면 된다. 그런 기업은 배울 것도 많고 충분히 성장할 수 있을 것이며 추후 이직하지 않는 평생직장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