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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 작가 Feb 20. 2022

나는 내가 이런 사람이었으면 해.


1. 학창 시절, 선망의 대상인 친구가 있었다. 그 애는 또래 애들과 달리 마치 다른 세계에 사는 것만 같은 도도함이 있었고, 조용했으며, 언제나 책과 함께였다. 쉬는 시간에 우당탕 놀기 바쁜 나과 달리 조용히 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 그 애는 공부도 잘하고, 똘똘해서 선생님들의 예쁨을 받았다.


그 애와 내가 어떻게 친해졌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지금도 종종 책을 읽을 때면 그 애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애와 나누었던 이야기, 그 애가 좋아하던 가수, 얌전한 얼굴을 하고 같은 반 남자아이의 정강이를 까던 카리스마까지.


어쩐지 범접할 수 없는 벽이 느껴지던 그 친구는 어느 날 내게 학교 '도서부'에 들지 않겠냐며 제안을 해왔다. 일도 힘들지 않고, 봉사점수도 따로 준다며.


책을 읽는 친구를 동경했지만 정작 책을 가까이하지 않았던 나는, 친구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고 결국 도서부에 들었다. 그리고 여전히 책은 안 읽었지만, 책꽂이에 꽂혀 있던 책들을 구경하며 마냥 행복했다. 책 냄새가 좋았고, 책을 만지는 게 좋았고, 냉기가 흐르는 커다란 학교 한구석의 도서관은 비밀스러운 아지트처럼 느껴졌으니까.


2. 삶을 살아가고 많은 선택을 하며, 나는 내가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책과 가까이하는 친구의 모습을 닮고 싶었던 것처럼.


3.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일이 일어나도 호들갑 떨지 말고 이성적으로 해결책을 떠올리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재미있는 작품을 만드는 작가처럼 나도 훌륭한 작가였으면 좋겠으며, 운동도 게을리하지 않고(...) 적어도 마음은 늙지 않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것.


4. 오랜만에 본 드라마를 보며 많은 자극을 받았다. 아, 맞다. 저렇게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도 있었지. 인물을 저렇게 가져다 쓰는 것도, 저렇게 에피소드를 엮는 것도. 와, 저 남주 대사 봐. 너무 좋은데? 하면서.


5. 다른 핑계를 대면서 이러이러하니까 작품 쓰는 게 게을러질 수밖에 없어. 시간이 없으니까 내일부터 쓸 수밖에 없어,라고 말하던 며칠이 우습게 스쳤다. 나는 또 얼른, 빨리,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으니까. 마치 군대에 있는 배우들이 tv로 방영되는 드라마를 보며 작품을 하고 싶다고 발을 동동 구르는 것처럼.


6. 이따금 보이는 또래 친구들 혹은 지인들과는 조금 다른 결의 길을 걷고 있는 걸 나도 안다. 그런데 원래 나는 이런 모습을 꿈꾸었던 것도 같다. 내 안의 뇌구조를 그린다면 '내 꿈의 실현'이 거의 80%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는 걸 장담한다. 훌륭한 작가도 되고 싶고, 사람들에게 도움도 되고 싶고, 하고 싶은 걸 재미있게 하면서 잘 살고 싶다는 꿈.


7. 그래서 정신을 단디 차리고 다시 글을 쓸 것이다. 내가 원하는 내 모습 중 가장 좋아하는 모습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써내는 작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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