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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 작가 Dec 11. 2023

웹소설 집필을 바로 시작할 수 있는 방법.

처음은 누구나 어렵다.



몇 년째 웹소설 강의를 진행하면서, 수강생을 통해 가장 많이 떠올리는 단어는 '두려움' 그리고 '부담'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처음 웹소설 집필을 시작했을 때를 떠올려본다.

두려움과 부담 때문에 글쓰기를 이어가지 못하는 이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문장을 쓰면서도 단 한 장면이 선명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집의 작은 거실 식탁 위에 올려둔 LG그램 13인치 노트북과 노트하나.


처음 집필을 구상할 때부터 노트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던 순간. 그리고 무료 연재처에 업로드했던 순간까지.


나는 단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온라인 독서모임 <감성독서>를 진행하며, 

종종 독서 모임에 대한 책을 읽곤 하는데 어제 읽은 <질문하는 독서의 힘>을 보고 무릎을 탁, 치는 문장을 발견했다.


독서 모임보다 글쓰기 모임이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책을 읽기만 할 뿐 글쓰기를 하는 이들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글쓰기를 배운 적도 없고, 글을 쓴 경험도 거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막연하게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글쓰기 자체에 대한 부담이다.
 
문학평론가 장석주는 글쓰기의 3대 적을 "두려움, 내면의 검열자, 나태."라고 말한다. 
처음 글을 쓰려고 하는 사람은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에 대한 두려움을 갖는다.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으니 그런 두려움을 가지는 게 당연하다. 
독서가들은 책을 계속 읽어 왔기 때문에 쓰는 능력은 부족해도 글을 보는 눈은 높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글을 평가하는 내부 검열이 심하다.

<질문하는 독서의 힘 P. 112>



윗부분을 읽고 내가 집필을 바로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를 정리해 봤다.


1. 전공생이 아니기에 부담이 없었다.

2. 책을 가까이하지 않아, 자체 검열을 할 수가 없었다.

-독서가가 아니었기에 자체 검열할 능력이 없었음.

3. 못 써도 상관없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

-못 쓰는 건 OK. 목표는 오로지 엔딩. 엔딩. 엔딩.

4. 성공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

-웹소설 쓰기는 내게 그저 흥미로운 취미일 뿐.


그렇다면 이토록 다 없는 내가 무모하게 집필을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쓰고 싶다는 열망



내겐 쓰고 싶은 이야기(소재)가 있었고, 

그걸 표현하는 도구로 글쓰기를 선택한 것뿐이었다.



지난주에 완독 후, 독서 모임까지 가졌던 <GV빌런 고태경> 속 '고태경'은 영화감독 데뷔라는 꿈을 가지고 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데뷔하지 못한 인물이다.


모임에 참여했던 많은 이들이 그를 보며, 자신의 모습을 겹쳐봤듯 나 역시 과거 어느 시점에선 너무나 고태경이었다. 그리고 책 속의 그와 과거의 나를 통해 떠오른 단어는 '겁 많은 완벽주의자'였다.


나는 이 어설픈 완벽주의가 얼마나 끈질기게 내 발목을 붙잡는지 잘 안다.


내 안에 지식은 넘쳐서 수준은 높은데(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밖으로 표출하는 결괏값(아웃풋)은 절대 내가 만족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다.


때문에 첫, 걸음을 떼지 못하고 스스로 만족하는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자신을 괴롭히지만 높은 확률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내는 나보다 매정한 시간이 더 빠르게 나를 앞선다.


그러니 돌아보면, 경험은 부족한데 이론만 빠삭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과거의 내 모습을 통해 망설임이, 불필요한 부담감이, 도전하지 못하는 두려움이 목표에 다가서지 못하도록 얼마나 치열하게 나를 방해하는지 이제는 안다.


그러니 작가를 꿈꾸며, 웹소설 집필을 바로 시작하고 싶다면.


어설픈 완벽주의는 버리고 발목을 붙잡는 내면의 검열자도 무시하고 글을 잘 쓰고 싶은 부담감도 접어 두고 성공에 대한 열망보다는 쓰고 싶은 소재에 대한 열망과 엔딩까지 완성해 보겠다는 목표만을 안고 시작해 보는 게 좋겠다.


물론 열심히 쓰지 않고, 집필하다 마주한 힘든 지점을 마냥 회피만 한다면 절대 끝까지 쓸 수 없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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