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스테이츠와 함께한 1년 반을 회고하며
나는 1년 5개월 동안(2018년 6월 ~ 2019년 10월) 코드스테이츠의 멋진 동료들과 함께했다. 여러모로 나에게 소중한 회사이지만, 다른 환경과 커리어를 경험하고 싶어서 코드스테이츠를 떠나게 되었다.
요즈음 마무리와 새 출발을 위해 업무를 정리하고 있는데, 내가 짧은 기간 동안 압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코드스테이츠의 환경이 새삼 놀라웠다. 첫 조직이라 다른 환경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코드스테이츠가 구성원에게 폭넓은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 개인이 성장할 기회를 준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원래 마케터로 합류했다. 아직 제대로 된 마케팅을 하지 않았던 곳에서 광고・홍보・PR의 기초를 닦고, 몇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러던 와중, 내 커리어를 바꿔 놓는 기회가 찾아왔다. 코드스테이츠의 웹사이트를 담당하는 셀의 Product Manager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코드스테이츠의 웹사이트는 홍보 수단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마케터인 내가 PM을 하는 게 가장 적합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나는 그때만 해도 PM이 정확히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그럼에도 개발팀을 운영하는 이사님은 '소정님이 잘할 것 같고, 적합할 것 같으니 한번 해봐라'라고 나를 믿고 추천해 주었다.
물론 처음에는 정말 고생스러웠다. 아무도 PM은 어떻게 일하는 건지, 기획은 어떻게 하는 건지 알려주지 않았고, 나도 깊이 리서치하지 않았던 탓에 어렴풋한 감만 잡고 일했다.
게다가 마침 웹사이트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프로젝트가 기획되어 그 중심에서 다양한 업무를 맡게 되었다. 서비스를 기획하고, 팀 간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하는 중책이었다.
때로는 부담스러웠고 솔직히 고백하면 부족한 점도, 아쉬운 점도 많았다. 하지만 나를 신뢰하는 환경에서 새로운 일을 추진할 때만큼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없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노력하고 고생하며 다양한 좌충우돌을 겪으니 나의 실력은 한층 성장해 있었다.
나는 코드스테이츠는 건강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들이 모여 좋은 문화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회사가 빠르게 커가는 만큼 곳곳에서 삐그덕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역할 조직임에도 위계 조직에 가까운 의사결정이 내려진 적도 있고, 그래서 OKR과 업무에 대한 오너십을 갖기 어려웠다. 또 기존에 없던 포지션을 맡거나, 나처럼 cross-functional 하게 일하는 사람은 팀 구조에서 혼란을 느꼈다. 몇 주 동안 회고 때마다 이런 내용이 나왔지만, 누구 하나 뾰족한 수가 없어서 고민과 동감만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나는 문득 셀(Cell) 조직이라는 개념을 생각해냈다. 예전에 트레바리 크루분으로부터 셀 조직이라는 것을 처음 들었을 때 '우리에게도 알맞는 구조겠다'라는 생각을 했던 게 기억났던 것이다.
"셀 조직이라는 조직구조가 있는데, 우리가 지금 갖고 있는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나는 아이디어만 살짝 던진 거였고, 내심 어드민이 추진해 주기를 바랬다. 조직구조를 bottom-up으로 개편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사실 핑계고, 바쁘고 귀찮았던 것 같다).
그런데 '그럼 소정님이 추진해보라'는 말 한마디에 내 일이 되어버렸다. 내가 추진하지 않으면 흐지부지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원래 가장 아쉬운 사람이 나서게 되는 법. 내가 가장 답답함을 느끼고 있던 사람이었기에 결국 내가 나서서 개선하기로 했다.
그 과정을 간략히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았다.
우리와 유사한 인원수와 성격을 갖고 있는 조직의 구조와 문화를 리서치하고,
이를 토대로 기획안을 만들어 조직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코드스테이츠의 셀 구조 논의를 시작했다.
주간 회의 때 구성원들에게 셀 조직을 전파하고 설득하는 시간을 가졌다.
구성원들이 우려하는 지점을 파악하고 1~3을 작게 반복한 뒤, 완성!
아직은 셀 구조를 시작한 초기여서 성패를 논하기는 어렵지만, 내가 없어도 잘 해낼 구성원들이기에 계속 개선하면서 발전시키리라 믿는다.
나는 셀 조직 개편을 추진하면서 조직문화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 특히 넷플릭스의 조직문화를 담은 <파워풀>이 너무 인상 깊었는데, 이걸 꼭 멤버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마침 나와 같은 갈증을 갖고 있는 멤버들과 함께 조직문화 북클럽을 만들고 3주에 한 번씩 모여 북클럽을 시작했고, 그 속에서 '오픈 피드백 추진하기, '커뮤니케이션 잘하는 방법 전파하기' 등의 액션 아이템을 계속 실행해 나갔다.
나는 조직문화를 개선한 결과뿐만 아니라 내가 회사 문화를 바꾸기 위해 리서치하고, 준비하고, 구성원들 모두를 대상으로 설득했던 그 모든 과정이 소중했다. 어떻게 보면 코드스테이츠의 조직이라는 프로덕트를 매니징한 것이다. 이런 기회가 또 어디 있겠는가!
나의 두 가지 일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내가 주도권을 갖도록 회사에서 자꾸만 판을 깔아주었다는 것. 어떻게 보면 주니어로서 부담스러운 업무지만, 한편으론 나와 커리어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였다.
스타트업은 역할조직을 지향함에도 불구하고 말과 행동이 다른 경우가 있다. 그게 어드민이든, 직원이든. 어드민은 회사가 걱정되니 권한을 놓지 못하고, 직원들도 책임을 갖기 부담스러워해 자꾸 피드백을 빙자한 허락을 맡고, 나에게 좋은 기회가 주어져도 한 발 나서기를 두려워한다.
물론 나도 사소한 것부터 모조리 피드백을 받으려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일에 자신감이 붙고, 회사가 나를 믿는다는 생각이 들자 그런 두려움이 점차 사라졌다. 그러면서 자연히 회사가 나에게 더 많이 임파워먼트를 해주어 나도 더 주도적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었다. 스타트업이 구성원의 성장을 도모한다는 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나는 일주일 뒤 코드스테이츠를 떠나 새로운 조직에 합류한다. 1년 4개월 동안 코드스테이츠에서 좋은 경험도 했고, 반대로 한계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주도적인 환경에서 성장한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헤어지는 동료들도 앞으로 환경을 잘 활용해 성장해 나가기를, 그리고 나 또한 앞으로 합류할 리디라는 조직에서 더욱 성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